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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댄서가 말하는 여돌 안무 유형 : ‘욕심쟁이형’

최종 수정일: 2019년 6월 15일


무대 위 ‘다져지는’ 박자들


‘커버 댄서가 말하는 여돌 안무 유형’ 시리즈를 열었던 지난 편에서 필자는 여그룹의 안무들을 유산소형, 욕심쟁이형, 종합형 총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고, 그중에서 다음날 근육통을 몰고 오는 이른바 ‘유산소형’ 안무를 소개했다. 이번 편에서는 ‘욕심쟁이형’ 안무를 소개한다. 유산소형이 육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유형이라면 욕심쟁이형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유형. 습득해야 할 동작이 두 배 많고 그 동작들을 연결까지 해야 하는, 고로 암기력과 패치력이 관건인 안무 유형이다.


‘원투쓰리포 파이브식스세븐에잇’이라는 일종의 구호를 여러분도 한 번쯤은 따라해 보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무도 ‘1-2-3-4-5-6-7-8’의 박자로 카운트하는데, 이 박자에 맞춰 동작이 진행되면 그 박자는 착한 ‘정박’이다. 여기서 한 박자를 쪼개면 ‘원투쓰리포’에서 ‘원앤투앤쓰리앤포앤’으로, ‘1&2&3&4&5&6&7& 8&’의 박자가 된다. ‘&’에 들어가는 박자가 ‘엇박’. 이제는 아이돌 안무에서 엇박 동작이나, 박자를 많이 쪼개면서 추가되는 여러 ‘잔동작’들은 흔한 추세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안무가가 작정한 듯 박자를 다져내서 카운트가 불가해졌거나 잔동작 파티가 되어버린 안무들을 욕심쟁이형 안무라고 부른다.



STEP1! 우주소녀 <부탁해> : 제 박자가 길을 잃었습니다


* 영상 링크 첨부 (https://youtu.be/nHiPOD-h0RA)


유산소형 안무와 마찬가지로 욕심쟁이형 안무에서도 안무의 난이도와 그걸 보는 눈의 즐거움은 비례한다는 논리가 통한다. 여기에 화려한 대형과 동선을 더해 탄생한 필자의 ‘차애’ 안무가 우주소녀의 <부탁해>다. 우주소녀는 13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멤버가 많다는 특징을 활용하여 대형과 동선에 특히 힘써 풍성하고 꽉 찬 느낌의 무대를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부탁해>가 필자의 차애 안무가 된 데는 대형과 동선 장인 우주소녀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박자를 쪼개 구성한 ‘도미노 안무’에 있다.


10명이 두 마디, 그러니까 카운트 8번 안에 도미노로 앉았다가 도미노로 일어나는 인트로 안무. 그리고 한 마디가 10 등분되는 브릿지 파트의 일렬 도미노 안무. 도미노 안무는 큰 팀워크를 요하는 안무이자 멤버 수가 많아질수록 힘들어지는 안무다. 가령 <부탁해>의 인트로 안무처럼 각 멤버의 동작에 박자가 정확하게 지정된 경우(카운트 ‘원’에 앉는 멤버 한 명/‘원앤’에 앉는 멤버 두 명/‘투’에 앉는 멤버 한 명/‘투앤’에 앉는 멤버 세 명/‘쓰리’에 앉는 멤버 세 명)도 있지만, 네 박자가 10 등분된 브릿지 파트의 안무처럼 애초에 카운트가 불가한 경우도 있다는 것. 그래서 10명이 한 마디 또는 두 마디를 쪼개 만들어진 도미노 안무는 팀워크가 특히 중요한 안무. 의지할 거라곤 내 앞사람 또는 옆사람이 움직이는 타이밍 그뿐이다.



STEP2! 프로듀스 48 <내꺼야>

: 슨상님, 사흘 안에 마스터라뇨... 무리데쓰요!


* 영상 링크 첨부 (https://youtu.be/YGiLQUc8x5E)


<프로듀스 48>의 주제곡이자 평가곡. 고로 이곡의 안무 또한 서바이벌 오디션에 걸맞은 안무다. 그래서 이동하면서 숨을 고를 동선이 없고 대형과 동선의 자리를 동작으로 채움으로써 쉴 수 있는 파트가 없다. 게다가 재생 시간은 4분 39초로 넘친 편에 1절부터 3절까지의 안무가 모두 다른 탓에 뇌에 과부하 오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즉 ‘4분 39초’ 동안 ‘동선도 없이’ ‘3절’까지 ‘댄스 브레이크’인 곡.



(사진 출처 : <내꺼야> 캡처 (네이버TV - [최초공개] 프로듀스 48_내꺼야(PICK ME) Performance))


서바이벌 오디션 평가곡이 박자를 쪼개는 방법. 쪼갠 박자마다 동작을 넣은 바람에 큰 동작 사이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잔동작들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쉽게 말해 모든 카운트마다 동작이 주어진다는 것. 게다가 그 잔동작의 종류가 디테일한 손동작이나 자잘한 스텝 또는 고개나 팔다리의 방향이라는 점에서 멀리서 찍은 단체 직캠으로는 캐치하기 어려운 동작들이 많다. 그러므로 ‘1인 직캠’의 ‘저배속’ 재생이 시급한 상황. 안무를 습득하는 데까지 큰 인내심을 요하는 이 유형은, 몇 번 깨작거리다 “에이 안 먹어!”하고 젓가락을 놓게 만드는 잔가시 많은 생선과도 같아서, 인내심 부족한 필자는 화면을 최대로 키우고 0.5배속으로 영상을 몇 번 돌려보다 “에이 안 해!”하고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배윤정 슨상님, 사흘 안에 마스터라뇨... 무리데쓰요!



STEP3! ITZY <달라달라> : 저는 ‘엇박’ 바보인 게 확실합니다


* 영상 링크 첨부 (https://youtu.be/ay97L0DAu9A)

빠른 템포, 동작과 동선은 동시에 진행, 두 박자를 5등분 하여 도미노로 선보이는 휘황찬란한 허리 꺾기 안무, 그리하여 탄생한 죽음의 안무는 ITZY의 <달라달라>가 되겠다.


<달라달라>가 박자를 다루는 방식은 ‘엇박’ 파티. 그중에서도 필자의 분노를 돋운 공포의 ‘people look at me’가 단연 최고봉이다. 엇박에 카운트 불가하게 쪼개진 이 한 마디의 안무를 카운트하려고 종일 박수만 쳤던 기억. 결국 오랜 시간 공들였음에도 필자는 여전히 이 안무를 카운트하는 법을 알 수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터득한 방안은 people/look/at/me의 박자에 맞추면 된다는 것. 이 파트 외에도 정박보다는 엇박에 들어가는 동작들이 많다. 동작을 카운트하는 이유가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이곡의 엇박 파티는 필자가 안무를 습득하는 데 가장 큰 함정이었고 비로소 필자 스스로의 박자 감각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엇박에 약한 건지 알고 보니 필자가 ‘박치’였던 것인지 결국 필자는 카운트 대신 가사와 감에만 온전히 의존했다. 카운트가 무의미해져 더불어 무의미해진 박수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뇌에 과부하 오는 욕심쟁이형 안무, 그리고 <부탁해>, <내꺼야>, <달라달라>였다. 다음 편에서는 ‘종합형’ 안무를 소개한다. ‘커버 댄서가 말하는 여돌 안무 유형’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형인만큼 유산소형과 욕심쟁이형을 합친 죽음의 안무들이 찾아온다. 마지막 종합형 안무에는 안무의 난이도와 그걸 보는 눈의 즐거움은 비례한다는 논리를 근거로 필자의 최애 안무가 등장할 예정이다! 죽음의 안무, 종합형 안무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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