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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뚜

‘초동’의 양면성 : 초동과 팬덤의 상관관계

최종 수정일: 2018년 10월 7일

컴백을 목전에 앞둔 아이돌 팬덤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가수가 이번에 1위를 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8~90년대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던 음악 방송은 출연진의 ‘아이돌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전의 명성을 잃었지만, 현재 한국 음악계의 한 주축으로 자리 잡은 K-POP이라는 분야 내에서 누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공적인 지표이기에 ‘1위’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 그와 동시에, ARS 집계로 1위를 결정하던 과거와는 달리 스트리밍 시대가 열리면서 문자 투표뿐만 아니라 음반, 음원, 방송사에 따라서는 소셜미디어 점수도 챙겨야 하기에 팬덤이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팬들의 신경 쓰는 부분은 음반 점수이다. 문자투표 (=문투)의 경우 인기 아이돌은 거뜬히 만점을 채울 수 있지만, 음원의 경우 대중성이 곧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여자 아이돌이나, EXO와 방탄소년단같이 거대한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몇 안 되는 남자 아이돌만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음반’인데 그중에서도 팬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바로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인 ‘초동’인데, 이 ‘초동’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초동이란 무엇인가


사실 ‘초동’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가 아니다. 원래 일본에서 아이돌의 음반 판매량을 지칭하는 은어로 쓰던 단어였는데, 2010년대 초반 EXO가 발매한 정규 1집 ‘XOXO (Kiss & Hug)’가 동방신기의 정규 4집 ‘MIROTIC’ 이후로 처음 10만장을 넘기면서 화제가 된 후에 팬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2008년 발매 당시 전설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동방신기의 초동 기록은 음반 시장이 거의 붕괴된 한국 음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후 ‘꿈의 10만장’으로 불리며 깨지지 못 할 기록으로 남았었는데, ‘늑대와 미녀’로 데뷔 일 년 만에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EXO가 이 기록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아이돌 팬덤에 큰 충격을 주었었다.


이후 EXO가 글로벌 팬덤을 등에 업고 2015년까지 유일한 초동 10만장 그룹으로 남았었지만, EXO와 함께 속칭 ‘EBS’로 불리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초동 경쟁에 가세하면서 2018년 현재는 꽤나 많은 그룹이 10만장을 넘긴 앨범을 순위에 올리고 있다.



2. 팬덤과 초동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아이돌 팬덤과 초동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음반 점수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 차트를 이유로 들 수 있다. 2007년 음악 순위제를 부활시킨 뮤직뱅크의 ‘K-CHART’ (뮤직뱅크가 첫 방송을 시작했던 1998년부터 존재했던 차트인데, 2001년 폐지된 후 6년 만에 부활했다.)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 음악 방송에서 순위제가 부활했다. 후에 언급할 팬덤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음악 시장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라는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쇼! 음악중심’이 2년간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다시 시행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금까지 순위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음악방송의 순위 평가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음악 방송 순위 평가 방식
  • 인기가요와 M COUNTDOWN은 퍼센트를 다 더하면 110%가 나오는데, 이게 맞다.

  • Arirang TV의 Simply K-POP은 순위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위의 표를 살펴보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음악 방송 중 순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6개이다. 그 6개의 방송들은 모두 순위를 산정하는 것에 있어 각자의 평가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보는 것이 바로 음원과 음반 판매량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스트리밍이 주를 이루는 현재의 음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원이라는 것과, 현대적인 순위제 실시 이전에도 존재했던 음반 시장이 붕괴를 겪은 후 앨범에 대한 아이돌 소속사들의 전략적인 출시로 인해 커진 음반의 영향력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혹자는 음원과 음반의 비중을 따졌을 때 SHOW CHAMPION을 제외한 모든 음악 방송에서 음원이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음반을 사는 것보다 음원 스트리밍을 돌리는 것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음원 점수의 기준점으로 볼 수 있는 멜론 차트에서 아이돌이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형 팬덤 외에도 대중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소수의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멜론 차트인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여기기에 사실상 음원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컴백 때마다 트위터나 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것이 ‘스밍 총공’ (=스트리밍 총 공격. 앨범 타이틀곡 혹은 전 곡에 대해 연속해서 스트리밍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 이지만 대형 아이돌이 아닌 이상 20위권 위로 올라가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팬덤이 주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음반이다.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정도의 가격도 있지만, 대부분 10000원~20000원 내외로 출시되기에 ‘내 가수에게 쓰는 돈’으로 여기면서 한 장 정도는 살 수 있다며 구매하곤 한다. 또한, 핫트랙스나 신나라레코드 등 음반 판매사들에서 주최하는 팬사인회 응모권을 얻으려면 앨범을 사야하고, 최근 들어 포토카드나 등신대와 같은 굿즈를 앨범마다 다양하게 넣어 그것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음반 판매량 또한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음반 판매량은 음악 차트의 음반 점수에 들어감은 물론 상대적으로 음원이 약한 아이돌은 그 특성상 음반으로 점수를 메꿔서 순위를 올려야 하기에 음반 구매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간다.


여기서 초동에 대한 중요성이 나오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원이 약한 아이돌은 음반으로 점수를 올리려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스트리밍도 하는데, 가장 스트리밍과 다운이 활발할 때가 바로 음반 출시 직후이기에 이 시기의 음방 (=음악 방송)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팬덤은 초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더욱 높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아이돌 팬덤 간의 경쟁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순전히 음악 방송 순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수에게 다른 가수들보다 높은 ‘역대급’ 초동 기록을 줄 수 있도록 팬덤끼리 뭉치는 것이다. 한 팀이 올라가기 위해서 다른 한 팀이 내려가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서로의 목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팬덤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한 아이돌의 팬덤 내부에서도 전작의 기록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앨범 구매를 독려하기도 한다. 아무리 음반 시장이 죽은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소속사들은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있고, 언론 등지에서도 밀리언셀러, 30만 초동 등을 주목하기에 가수의 지명도를 올리는 데엔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을 것이다.



3. ‘초동 인플레이션’이 낳은 문제


내 가수의 앨범이 잘 팔리고, 음악 방송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이점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팬덤에게 있어 고무적인 일이지만, 최근 2~3년 사이 아이돌 음반 판매량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시대가 변화했기에 팬들의 구매력도 비례해서 늘어났다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팬덤이 활동하는 인터넷 상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의견은 ‘초동 인플레이션이 최근에 너무 심해졌다,’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을 당시의 초동을 비교한 것이다. 일례로, 인피니트가 2012년 4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現 제1체육관 - KSPO 돔)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직전 앨범이었던 정규 1집 리패키지 ‘Paradise’ (2011)의 초동은 23000여장이었다. 체조경기장이 대형 공연장의 상징처럼 불리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6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 아이돌의 초동이 2~3만장만 되어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음이다. 반대로, 2016년 5월에 방탄소년단이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직전 앨범이었던 화양연화 시리즈 리패키지 ‘화양연화 Young Forever’ (2016)은 164000여장이 초동이었다. 불과 5년 사이에 초동 물량이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인데, 2015년 즈음부터 팬덤계의 소비 루트가 달라졌고 물가에도 변동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중성을 어느 정도 잡은 ‘인기’ 아이돌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 5만 장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요즘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했음이다.


이에 더해서 팬덤 사이에서 자주 도는 자료 중 하나인 역대 초동 순위에 내 가수가 얼마나 많은 앨범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해 대형 팬덤일수록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팬덤 사이에서도 심한 경우 구매를 반강제로 독려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이유 때문에 단일한 앨범을 많이 구매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단순히 기록을 올리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앨범을 구매하는 현상을 건강하다고 말할 순 없다. 사실 발매 후 일주일 간 5만장을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을 넘어서서 30만, 50만, 이제는 100만장까지 간다는 것은 단순히 팬덤의 증가만으론 설명할 수 없고, 그에 수반되는 팬들의 구매력이 어쩌면 혹사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내 가수가 더 잘 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일이 곧 자신들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만 단순히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위해 불필요한 구매를 하고, 경쟁을 일으키는 것은 선순환적인 팬덤 구조를 만들 수 없다. 기록만을 위한 경쟁이 아닌지, 초동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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