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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은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가 : 로드 투 킹덤


3월 20일, ‘로드 투 킹덤’의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로드 투 킹덤’은 작년 10월 성황리에 종영한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컴백전쟁:퀸덤(이하 퀸덤)’의 후속편 중 하나다. ‘퀸덤’ 촬영 당시 데뷔 연차와 관계없이 출연진을 기용했으나, 인기와 인지도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인인 축에 속하는 루키 그룹이 불리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제작사인 엠넷 측은 후속편의 경우, 출연팀의 연차 및 인기 정도에 따라 루키 그룹의 경연인 ‘로드 투 킹덤’과 큰 팬덤을 보유한 흥행 그룹 간 경연인 ‘킹덤’으로 총 2편의 프로그램을 분리 제작할 것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제작 방식이 방송사가 아이돌 그룹을 1군과 2군으로 차등을 두는 차별적인 구성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속출하기도 했다.

출연진 확인 결과, 펜타곤, 골든차일드, 온앤오프(ONF), 더보이즈, 베리베리(VERIVERY), 원어스(ONEUS) 그리고 데뷔를 목전에 앞둔 TOO까지 총 7개의 보이그룹이 출전 명단에 올랐다. 리스트에 오른 그룹들은 대부분 이미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예상 라인업으로 수차례 언급된 바 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소기획사들 가운데 신예 보이그룹을 보유한 회사의 숫자가 적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 하나, 소속사의 인지도

해당 출연진은 크게 2개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퀸덤’의 출연진과의 연계성이다. 전작인 ‘퀸덤’의 출연진과 같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그룹이 많다. 가령 펜타곤의 경우, 같은 큐브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여자아이들(G-IDLE)의 선배이다. 온앤오프는 WM엔터테인먼트의 오마이걸과, 골든차일드는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러블리즈와, 원어스는 RBW 엔터테인먼트의 마마무와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다. 결국 ‘퀸덤’에 등장했던 그룹의 소속사에 속한, 일명 ‘소속사 식구들’이 ‘로드 투 킹덤’을 다시 채운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로드 투 킹덤’의 출연진 선정 기준은 음악방송 1위 기록이 전무하고 킹덤에 반해 상대적으로 연차가 적은 그룹이었다. 2019년에 데뷔한 보이그룹만 30개가 넘어갈 정도로 포화 상태인 가요계이므로, 이 기준에 속하는 후보는 분명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보들은 아직 그룹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만한 히트곡이 없어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다. 히트곡을 제외하고도 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는 무엇이 있겠는가? 바로 소속사와 소속사 내 타 선배 그룹이다.

회사의 유명세를 빌리는 전략은 비단 연예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 및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다. 여러 사례를 통해 실력 혹은 품질이 보장된 회사 혹은 비슷한 연유로 인지도가 높은 회사에 신뢰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반면 후기 및 평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신생 회사의 경우, 자신의 소비 선택에 후회하진 않을지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따라서 수많은 유명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낸 국내 굴지의 대형 연예기획사 SM, YG, JYP 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차기 그룹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신고식을 치른다.



+ 둘, 선배 그룹의 인지도

반대로 소속 그룹이 기획사의 인지도를 높인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마마무가 소속된 RBW 엔터테인먼트는 소속사에 앞서 그룹의 네임벨류가 더 영향력이 큰 최적의 예시로 꼽힌다. 마마무는 2015년 3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 <음오아예>를 기점으로 발매한 대부분의 음원이 흥행에 성공하며 최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소속사가 배출한 첫 아이돌 그룹이기에, 기획 방면에선 회사의 성장에 여러모로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보이그룹의 경우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인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인피니트를 꼽아본다. 인피니트는 비스트(B2ST, 現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하이라이트)와 함께 중소돌의 기적 혹은 반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대형기획사 출신 그룹의 인기를 압도하며 중소기획사 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끈 당사자라는 평가에서 얻은 이름이다. 두 그룹은 각각 ‘로드 투 킹덤’에 출연 예정인 원어스와 골든차일드의 선배격 그룹이기도 하며, 이들의 존재감은 추후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 출처 : 러블리즈(Lovelyz) 공식 트위터

이렇듯 소속사 혹은 선배 가수의 인지도는 신인 아이돌 그룹을 마케팅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 중 하나다. 이들은 데뷔 초반 ‘OO기획사가 출범시킨 OO의 동생 혹은 후배 그룹’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쓰며 기존 그룹과 소속사의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이는 ‘로드 투 킹덤’의 제작팀도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신인 그룹을 선보이되, 이들에게 관심을 보일 정도로 대중이 친숙함을 느낄 요소가 가미된 그룹이어야만 한다. ‘OO의 후배라니 비슷한 컨셉을 표방할까?’ 혹은 ‘OO 소속사면 보컬은 탄탄하겠네.’ 등 이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작인 '퀸덤'에 같은 소속사 그룹이 출연하지 않은 팀은 더보이즈, 베리베리, TOO 총 세 팀이다. 그러나 이중 베리베리는 프로듀스101의 준우승자 김세정과 빅스(VIXX)가 소속된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관계로, 소속사의 인지도로 인한 수혜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으리라 예측해본다. 따라서 소속사 인지도와 무관한 그룹은 더보이즈와 TOO로 좁혀진다.



+ 셋, 서바이벌 프로그램

두 번째 공통점은 바로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점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은 2017년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당해 여러 유사 프로그램이 속출했었다. 그중 하나인 JTBC ‘믹스나인’에는 온앤오프 멤버 전원과 원어스의 일부 멤버가 출연한 바 있다. 이 중 온앤오프의 공동리더인 효진은 프로그램 초반부터 마지막 회까지 최상위권에 군림하며 전(前)멤버인 라운과 함께 최종 데뷔 조에 선발되기도 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사했다.

사진 출처 : 믹스나인 공식 홈페이지

원조격인 프로듀스 시리즈의 경우, 현재 더보이즈로 활동 중인 주학년과 원어스의 일부 멤버들이 참여한 전적이 있다. 주학년은 프로그램 초반 최상위권 순위에 등극했으며, 파이널까지 생존했다. 원어스의 이건희 또한 프로그램 내 경연에서 전체 1등을 차지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특이한 점은 펜타곤이다. 그룹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후이는 해당 프로그램에 연습생이 아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가 프로듀싱한 <네버(Never)>라는 경연곡은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TOO는 엠넷의 또 다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투 비 월드클래스(To Be World Klass, 이하 월드클래스)'에서 결성된 보이그룹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논란이 일어났던 '프로듀스 X' 직후에 방영되었으며, 당시 CJ 엔터테인먼트 및 엠넷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체 종영했다. 그룹 결성은 프로그램 직후 바로 이뤄졌지만, 정식 데뷔는 4월 1일에 예정되어 있다. 같은 방송사에서 제작되었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프로듀스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최종 결정권을 시청자에게 위임하는 형태였다면, '월드클래스'는 최종 멤버 10명 중 투표로만 선발되는 인원은 단 3명뿐일 정도로 시청자의 영향력이 훨씬 제한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사진 출처 : n.CH 엔터테인먼트

+ 넷, 의문스러운 TOO의 출연 결정

7개의 그룹 중, TOO의 출연이 가장 이례적이다. TOO는 출연진 공개 당시에도 정식 데뷔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디지털 음원조차 발매되지 않은 그룹이 서로의 대표곡을 커버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의아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혹자는 '로드 투 킹덤'이 프로듀스 X 논란으로 인해 TOO를 홍보할 시기를 놓친 엠넷이 다시금 이들을 대중에게 선보일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는 충분히 타당성 있는 의혹이다. TOO를 제외한 나머지 6팀은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반의 경력을 갖고 있다. 신예 그룹이라는 선정 기준이 있으나, '킹덤'의 출연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예인 축에 속한다는 의미일 뿐, 갓 데뷔한 신인을 내보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타 그룹 대비 팬덤 규모나 인지도 등 모든 지표에서 매우 부족한 수준의 TOO가 엠넷의 입김 없인 출연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따라서 해당 프로그램의 초점이 TOO의 성장 및 발견에 맞춰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엠넷은 현재 프로듀스 시리즈의 부재를 메꿀 간판 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다. '로드 투 킹덤'이 TOO의 리얼리티 성장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모하며 시청자에게 실망만 안겨줄지, 혹은 '퀸덤'의 성공적인 후속작이 되어 엠넷의 새로운 장수 프로그램이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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