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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서비

아이돌 노동 3부작_정신노동 편

이전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이돌들은 항상 엄청난 노동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노동시간을 견디며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많은 노동 시간이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아이돌, 그렇다면 그들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이번 시간에는 ‘K-POP‘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 ’ 무한경쟁‘, 무한경쟁으로 인해 그들이 받을 상처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보겠다.


먼저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어린 나이(대부분 10대 청소년 시기)부터 기획사 오디션에 응모한다. 최근에는 연습생들의 상향평준화로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외모면 외모, 개성이면 개성 모든 것들이 뛰어나야 한다. 그렇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연습생이 되더라도 언제 데뷔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을 견뎌야 한다. 보통 짧아도 2년에서 길면 1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연습생 신분으로 계속 꾸준한 관리와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연습생들은 보장되어 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장수 연습생들도 그냥 데뷔시키는 것이 아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순위에 맞춰 데뷔와 탈락을 나누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데뷔한 것도 아닌데 연습생들은 벌써부터 서로 경쟁해 스스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획사 관계자들이나 대중들에게는 그저 시청률 잘 나오는 쇼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데뷔를 목표로 살아온 그들에겐 어찌 보면 인생이 걸린 서바이벌이다. 데뷔에 실패하면 그들은 다시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서바이벌에서 떨어져 데뷔에 실패하고 그 여파로 연습생 생활까지 그만두고 일반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힘들게 데뷔를 하더라도 아이돌들의 경쟁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데뷔를 한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인기 아이돌이라도 기획사의 간섭을 피할 수 없다. 건강과 전혀 상관없이 기획사의 기준에 따라 외모 관리에 대한 압박을 항상 받으며, 휴대폰 사용과 연애 역시 당연히 제한된다.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1위를 해야 한다는 공약은 아직까지도 많은 기획사에서 시행되고 있다. 인기가 어느 정도 있더라도 기획사와 대중들은 순위를 가장 중요시한다. 음원 순위, 음반 판매량, 콘서트 티켓 파워 등 여러 가지 성적들이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집계되어 각종 사이트와 기사에 적나라하게 표시된다.

또한 아이돌은 이미지의 직업이기에 항상 최고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그래서 노래, 퍼포먼스, 예능감 등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면 자기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던지곤 한다. 사람들의 수많은 평가와 스스로에 대한 평가,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인기가 바로 음원 활동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소속사의 기획력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노래가 좋거나 실력이 뛰어나도 차트 정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곡들이 허다하다. 노래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순위 지표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항상 그들을 괴롭힌다. 순위 지표가 인기의 척도가 되어 아티스트의 음악적 역량과 상관없이 회사의 관심도가 달라지고, 이는 곧 특정 ‘고 순위’ 아이돌에 대한 지원으로 반영된다. 인기가 조금 떨어지면 바로 기획사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앨범 발매가 뜸해지며, 대부분은 몇 년의 공백기 후 해체 수순을 밟는다.


사진 출처 : 프리스틴 컴백 총공팀 트위터 (@Protect_Pristin)

심지어 인기가 많더라도 기획사의 부실한 운영과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아이돌들도 많다. 특히 걸그룹 프리스틴은 데뷔 700일 중 공백기만 500일을 돌파하였는데,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중견 그룹도 아닌 데뷔를 한 지 2년이 채 안된 신인 그룹이다. 심지어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닌 신인상 3관왕을 받은 저력 있는 신인 그룹이었다. 하지만 17년 9월을 마지막으로 완전체 활동이 끝난 이후 그 어떤 공식 활동도 없었다. 중간에 유닛 활동이 한 번 있었는데 그 마저도 18년 6월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팬을 한창 끌어 모아야 할 시기에 기획사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있던 팬들도 기다리다 지쳐서 나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카일라가 미국 놀이공원서 아르바이트하는 근황이 공개되고, 시연의 탈퇴설, 계약 해지설이 돌기도 했지만 소속사는 부인하기만 할 뿐 컴백에 대한 확실한 피드백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무대 하나를 오르기 위해 힘든 연습생 생활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견뎌냈지만 그들은 다시 연습생 때와 같이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감을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데뷔를 했어도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과거의 악몽을 떠오르게 만드는 정신노동이 되어 그들을 계속 괴롭힌다. 현재도 프리스틴 컴백을 위한 팬들의 총공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


위 사진은 달샤벳 수빈이 아이돌 생활을 끝낸 후 심경을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수빈은 인터뷰에서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느낄 수 없었고,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미래의 플랜을 생각할 만한 여유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이돌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인생의 전환점 앞에 선 순간 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여 7년 안팎의 활동기 동안 연예계 활동에 매진해 쉼 없이 달려온 아이돌들은 은퇴한 이후 자신의 진로를 혼자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제 그들이 설 무대는 그들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습생 때는 실력과 외모로 데뷔할 순위가 나눠지고, 데뷔 후에는 인기로 등급이 나눠지게 되며, 몸무게부터 외출, 휴대폰 사용, 연애 등 항상 회사의 관리(라는 명목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은퇴 후에는 줄어든 인기를 뒤로 한 채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연예인은 매 순간 자존감을 지키기 어렵고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어려운 직업이다.


아이돌은 정신적으로도 이토록 힘들다. 최근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아이돌의 힘든 일상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병들(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감추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돌은 이미지의 직업이기 때문에 항상 밝은 모습만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다음 ‘감정노동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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