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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서비

아이돌 노동 3부작_감정노동편

최종 수정일: 2019년 6월 15일


감정노동 편 – 아이돌은 시선으로부터의 자유가 ‘1도 없어’


아이돌 노동 3부작의 마지막 시간으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거쳐 감정노동 편이다. 아이돌은 직접적으로 팬과 대중들에게 항상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출할 수 없고, 심지어 일상과 스케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쉴 곳마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번 감정노동 편에서는 아이돌을 감정노동자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활동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도 노출되어 있는 그들의 고충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아이돌의 주 활동장소인 무대와 행사에서 그들은 항상 밝은 표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물론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원래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하는 직업이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면 프로의식이 전혀 없고 초심을 잃은 사람으로 낙인찍혀 바로 이전의 영상들과 함께 태도 논란으로 증폭된다. 특히 최근에는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예리, 블랙핑크의 제니가 네티즌들의 메인 타겟이었다. 다이아의 은진은 컴백 쇼케이스 무대에서 멤버들이 춤을 출 때 홀로 가만히 서있고 멍한 표정으로 있어 곧바로 태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후 호흡 곤란으로 병원을 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논란은 계속되었고, 결국 나중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아를 탈퇴하게 된다.


예능이나 라디오는 공식적인 활동이긴 하지만 무대 아래서 그들의 평소 모습을 어느 정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실제 생활이 아니고 인생이 아닌데도,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부풀려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참여하면 열심히 안 한다고 논란이 일어나고, 그렇다고 예능에서 재밌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높은 텐션과 과장된 리액션으로 적극 참여하면 일부 네티즌들에게 보기 불편하다, 예의가 없다는 말이 올라오기도 한다.


팬사인회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바로 앞에서 얘기할 수 있는 꿈의 시간인데, 그와 동시에 팬들이 무례한 말이나 부탁을 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반말을 비롯하여 초면에 실례가 되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고, 악수 정도야 괜찮겠지만 볼을 꼬집기도 하고 수갑을 가져와 채운다거나 유아용품(턱받이, 공갈젖꼭지)을 착용하라고 시키는 기이한 행동들도 일어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내 볼을 꼬집고 수갑을 채우거나 공갈젖꼭지를 물린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싫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싫다고 거부할 수 있겠으나 팬사인회에 많게는 몇천 명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데 팬매니저가 막지 않으면 아이돌이 쉽사리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근길, 퇴근길, 공항 사진은 하나의 공식 스케줄이 되었고, 수많은 팬들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혀 이동 중에도 말과 행동, 심지어 표정까지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근에는 V앱이나 인스타와 같이 일상에서도 소통이 이어지고, 간단한 외출을 할 때에도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사진을 찍어 목격담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소통하는 것은 팬들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연예인들에게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계속되는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원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해석되는 것이다. 일상은 그대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은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 팬이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끝없이 관찰하고 분석해서 그럴듯한 결론으로 편집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는데, 일명 ‘궁예’라는 제목으로 검증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글들이 온라인상에서 난무한다. 해석의 방향은 여러 가지다. 멤버 누구와 누가 사이가 안 좋고, 이 그룹 멤버와 저 그룹 멤버가 사귀고, 쉬는 동안 성형을 어디 어디 했고… 기자들은 그 논란을 가지고 바로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기사로 올려서 논란을 가중시킨다. 이미 기사로 올라온 논란들은 사실 여부나 아이돌의 허락도 없이 수많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다. 해명을 안 하면 해명을 안 했다고 뭐라 하고, 해명을 하면 진실이 아니라고 뭐라 한다. 팬들의 ‘궁예’ 글이 사실이었든 아니었든 한 사람, 혹은 다수의 사람들은 그 글로 인하여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는다.


아이돌은 이처럼 어디서나 감시당하는 판옵티콘 속에 살고 있다. 끝없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겪으면서도 그들이 정작 편히 쉴 곳은 없다. 아이돌에게는 가명과 본명이 있고, 멤버들과 가족들이 있고, 무대와 사생활이 있다. 진짜 아이돌의 팬이라면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들이 무대 아래서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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