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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뚜

아이돌 CF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 3세대 아이돌 上

 변화의 물결 속에서 2세대 아이돌도 어느덧 아이돌 업계에서 '고참'이 되었고, 그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아이돌들은 팬들에게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일방적으로 선보이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인기를 얻게 된 아이돌도 있는 반면, 기존의 정통적인 방식으로 성공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시대의 격변기 속에서 아이돌의 CF 기용의 판도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두 편으로 나눠서 살펴볼 3세대 아이돌들의 CF가 가지는 특징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신뢰’이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천지개벽’ 수준으로 아이돌들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뢰’라는 단어에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십대들이나 좋아하는, 알 수 없는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젊은이들이라는 편견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한결 누그러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변화 속에서 3세대 아이돌들은 어떤 광고를 찍게 되었을까.



실력도 보장! 이미지도 보장! 은행 광고엔 아이돌이 딱 좋아!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 뱅킹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지상파에 은행 광고가 잦은 빈도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저축은행들까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너도 나도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린이와 10대를 겨냥한 금융 상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인데, 이들은 은행이라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이미지에 어떻게 하면 젊은 색깔을 입힐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이 아이돌이었던 모양인지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 워너원, 블랙핑크 등의 아이돌들이 은행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 1: 방탄소년단_KB금융그룹

 이런 열풍의 선도주자는 단연 KB금융그룹이다.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Liiv의 모델로 트와이스와 위키미키 김도연, 최유정을 기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방탄소년단이 KB의 모델로서 활동 중이다. KB는 이전에도 이승기, 김연아 등 국민적인 지지도가 높은 사람을 모델로 기용하고, 이들과의 장기 계약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신뢰를 더하는 홍보 전략을 사용해왔다. 방탄소년단 역시 이런 맥락에서 모델로 선정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들 역시 지난해 말 재계약에 성공했다.



 위에서 나온 KB의 모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친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즉, 특정 계층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델을 기용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유의미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전 세대의 호감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 아이돌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방탄소년단만이 가진 스토리와 그들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아이돌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기성세대가 방탄소년단이 노래하는 청춘의 사랑과 아픔, 희망과 절망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는 곧 아이돌인 그들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고, 호감은 신뢰로 이어져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KB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규 고객층의 유입을 위해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KB X BTS 적금’ 상품으로, 한정 상품으로 출시되어 23만좌가 팔린 후 판매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새로 은행을 찾는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친숙한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이 광고하는 은행에 좀 더 관심이 갔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아미(ARMY)인 사람들은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굿즈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가입하게 되었을 것이다. 굿즈에서부터 적금 가입이라는 일종의 낙수효과인 셈인데, KB국민은행은 이런 점을 이용해 미래 세대인 10~20대 고객층을 넓힐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KB가 이미 2011년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인 이수만을 광고 모델로 세운 전적이 있었는데, 이 시기 언론의 뉴스를 살펴보면 유럽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내용이 많다. 이런 시류와 맞물려서 아이돌 산업이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과 증권 (당시 KB증권의 광고로 송출되었다.)의 특성이 맞아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기용이 이뤄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왼쪽: KB X BTS 적금/ 오른쪽: 워너원_신한은행


 방탄소년단의 광고 모델 기용 이후 은행의 아이돌 기용이 확연히 늘어났다. 2018년에는 워너원이 신한금융그룹의 모델로 선정되어 새로 나온 서비스였던 ‘SOL’의 홍보를 맡았다. 눈에 띄었던 점은 이전의 은행 광고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 화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상들을 주로 송출했었는데, 이 광고를 기점으로 도회적인 느낌을 부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도시적인 분위기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는데, 워너원의 광고도 흑백 처리된 영상에서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멤버들이 등장해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의 대화도 짧게 대사를 주고받는 ‘티키타카’식인데,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일종의 아트 필름과 같은 느낌을 내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자 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블랙핑크의 우리은행 광고는 정석적인 스타일로 볼 수 있는데, ‘아이돌’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경쾌함, 즐거움, 행복함 등의 키워드에 착안한 듯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각각의 단락들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블랙핑크가 가진 특유의 차갑고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서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답게, 우리답게’라는 슬로건은 그룹이 추구하는 색깔에 어울리지만, 정작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유행이 조금 지난 듯한 옷처럼 느껴진다. 이는 모델을 기용할 때 이들의 이름값에 초점을 맞췄을 뿐 어떤 색이 어울릴지, 무슨 장치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것처럼 보여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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