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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뚜

아이돌 CF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 1세대 아이돌 편

영화관에 자주 가는 필자는 최근 들어서 자주 보는 광고가 있다. 바로 레드벨벳 아이린이 등장하는 ‘죽’ 광고다. 그냥 보기엔 15초 남짓한 평범한 광고이지만, 이 광고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광고가 끝난 후 10초 동안 죽을 후후, 불어서 먹는 먹방 영상이 나온다는 것이다. 처음엔 먹는 것만 보여주길래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볼 때마다 그 광고가 나오니 “그렇게 맛있나?”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모습에 구매 의욕이 샘 솟곤 한다.


이처럼 최근 아이돌을 제품 광고에 기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기용되는 광고의 종류도 교복, 식품 광고에 한정되었던 과거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아이린의 경우도 식품 광고에서 시작해 게임 광고까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돌의 광고 기용 사례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그 시작으로 1세대 아이돌 광고의 특징을 살펴보자.




1.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식품 광고

1세대 아이돌의 광고 기용 사례를 살펴보면 유독 식품 광고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돌의 주 팬덤층인 10대를 겨냥한 과자, 음료수 광고에서 시작해 어린이 모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유제품 광고까지 진출한 사례들이 보인다.


1) 오리온 ‘미스터 해머’ – 당대 최고의 아이돌은 모두 거친 그 과자 – H.O.T., 젝스키스


현재는 단종된 과자이기에 필자도 정확한 맛은 모르는 과자다. 초록색 검색창에 이 과자 이름을 넣으니 지금은 안 파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꽤 보여서 아이돌의 광고 효과를 제하고도 인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먹으면 ‘망치 아저씨’처럼 힘이 세질 것만 같은 이 과자가 아이돌 광고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당대 최고의 아이돌들이 모두 거쳐간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H.O.T.와 젝스키스가 이 과자 광고 영상에 출연한 바 있다. 두 그룹 모두 공통적으로 광고 내내 춤을 추고 있다. 이는 당시 ‘아이돌은 춤을 추는 연예인이다,’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던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1세대 남자 아이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가창력보다는 퍼포먼스를 부각하는 곡이 많았다는 것이었기에 주특기를 살려서 광고에 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3세대 아이돌들의 식/음료 광고까지 이어졌다.



2) 삼립 ‘핑클빵’ – 이 빵 먹으면 사이버 여전사가 될 수 있나요 – 핑클

1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활동 기간이 긴 편이었던 핑클은 인터넷 상에 당시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조사를 하면서도 풍부한 자료들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하다못해 ‘핑클빵’에 들어있던 띠부실 스티커 스캔본까지 남아있던 것은 나름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스티커 모델만 바꿔서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학교 매점에서 파는 빵이다. 그리고 이런 마케팅 전략을 잘 사용한 기업이 삼립이고, 1990년대 말 트렌드의 선도주자였던 핑클은 그렇게 띠부실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름에서부터 팬덤에 대한 노림수가 보이는 이 빵이 유독 인터넷 상에서 회자가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충격과 공포(?)의 사이버 여전사 컨셉 사진 때문일 것이다. 세기말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빽 투 더 퓨처’도 안 할 법한 청새치 색깔 옷을 입은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요상한 컨셉은 아이돌을 활용한 광고 마케팅에서 자주 보이는데, 멀리 가지 않고 EXO의 굽네치킨 ‘볼케이노’ 광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아이돌 각각의 컨셉에 집중해서 특색 있는 광고를 내보내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3) 서울우유 기업 PR – 어린이 말고 어른도 우유 광고 할 수 있어요! -god


god의 서울우유 광고 기용은 1세대 아이돌들의 사례를 미루어 보았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어린이의 순수한 이미지나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대세 아이돌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god의 육아일기’의 영향이 크다. 귀여운 아기 ‘재민이’를 돌보는 초보 아빠 ‘god’의 고군분투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이를 통해 친근하고 자상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새겼기에 부모들을 겨냥한 우유 광고 섭외가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 PR에 아이돌이 참여하는 사례는 지금도 드문 편이다.





2. 교복 광고는 아이돌의 숙명

10대 팬들에게는 우리 언니, 우리 오빠들이 광고한 제품을 쓰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브랜드보다 품질이 더 좋아보인다, 이런 것보다는 ‘내 가수와 내가 같은 물건을 쓴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마케팅에 있어 이런 요소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교복 브랜드이다.

지금은 퇴색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그 해의 대세 아이돌을 알고 싶으면 교복 모델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복 모델은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역시 1세대 아이돌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신화의 경우 아이돌 최장수 교복 모델이라는 기록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돌의 교복 광고 기용은 마치 왕조처럼 이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아이비 클럽’이 SM 소속 아이돌을 세대별로 기용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또한 H.O.T.와 젝스키스의 ‘에리트 학생복’이 현재도 ‘엘리트 학생복’이라는 브랜드명 아래 여전히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1세대 아이돌들이 출연한 교복 광고도 식품 광고와 같이 춤을 추는 모습을 부각한다. 단정히 교복을 입은 모습보다는 하복 셔츠를 풀어 입고 턴을 할 때마다 바람에 휘날리는 셔츠 자락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역동적인 동작을 하면서도 편하다는 이미지를 10대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춤’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신문물엔 아이돌을 적극적으로 기용한다


1) 에뛰드 – SM 에뛰드 라인의 시초 – S.E.S.

독특한 작명 센스로 소소한 화제를 모으는 ‘에뛰드하우스’는 20년 전 ‘에뛰드’ 시절에도 그랬었다. S.E.S.를 기용한 마스카라 광고는 지금 보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 아기자기함과 특유의 오글거림을 모두 잡았다. 바르면 속눈썹에 힘이 들어간다는 ‘시너지 아이즈’ 마스카라가 유진의 속눈썹에 닿으면 바로 효과를 보인다는 컨셉은 화장품의 주고객층을 잘 겨냥한 광고다. 이때 크게 흥행에 성공한 에뛰드는 런칭 당시 배우나 모델을 기용했던 기조와 달리 이후에 계속 아이돌을 기용했는데, 주로 SM 소속 연예인이 모습을 많이 보였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는 샤이니가 전속 모델이 되었는데,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이후 로드샵 브랜드에 남자 아이돌들이 기용되는 것에 발판을 마련하였다. (샤이니는 에뛰드하우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신생 브랜드였던 더 샘(the SAEM)과 계약한다.)


2) 무선통신연구조합 ‘012-015 삐삐’ – 응사에 나온 그 신문물! – 핑클


‘응답하라 1994’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삐삐’ 역시 핑클이 광고한 바 있다. 무선통신연구조합의 ‘012-015 삐삐’는 세기말 젊은 세대들에게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물건이었는데, 작지만 트렌디한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돌을 광고에 기용하였다. 핑클이 광고할 당시는 삐삐의 최전성기는 살짝 벗어난 시점이기에 광고모델로서 판촉을 높이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휴대전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삐삐 광고에 나선다면 인지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4. H.O.T.는 별책부록


H.O.T.는 유독 특이한 광고들이 많아서 이 코너에서 앞서 다루지 못한 광고들을 살펴볼까, 한다.먼저 LG생활건강에서 나온 ‘틱톡에쵸티’가 있다. 상품명에 H.O.T.를 넣음으로써 인기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이는데, 전략이 제대로 먹혔는지 음료 분야 부동의 1위인 코카콜라는 제치고 최다 판매량을 달성한다. 그것도 6개월 만에 300만 개를 팔았을 정도라니, 대단한 속도였다.


다음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 국가 홍보 영상이 있다. H.O.T.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시기는 국가 부도 시기와 완벽히 겹치는데, 외화 수입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에 유일하게 아이돌로서 등장한다. 조수미 등 문화계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례적인 광고였기에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삼성전자 ‘마이마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H.O.T.의 데뷔 이후 첫 광고이자 아이돌의 컨셉을 광고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1집 타이틀곡 ‘전사의 후예’ 의상을 입고 ‘마이마이’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모습은 아이돌 광고 기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1세대 아이돌들의 광고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10대의 주소비품 겨냥’과 ‘이미지 중심’이 그 키워드들이다. 식품과 교복 등 10대들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들에서 광고 기용에 강세를 보이고, 춤과 비주얼 같은 이미지적인 요소를 부각해 주로 제품을 들고 춤을 추거나 직접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기를 얻은 극히 일부 그룹에만 광고 섭외가 몰렸으며, 당시 보편적이던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세대 교체 이후 2세대 아이돌의 광고에서도 흔적을 남기게 된다.



신화는 외전으로 따로 다룹니다. 2세대 아이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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