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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랙핑크 공식 트위터
“Black Pink In Your Area”를 외치던 그들이 돌아왔다. 남자아이돌에게는 필수라는 일명 ‘군백기’와 같은 긴 공백을 깨고, 블랙핑크가 지난 2022년 8월 19일 “Pink Venom”으로 컴백했다. 이 곡은 두 번째 정규앨범 [Born Pink]의 수록곡이며 선공개 곡으로, 티저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팬들은 “How you like that”보다 더 세고 강렬한 곡이 나올 것 같다며 기대를 높였다. 솔로 앨범, 드라마, 화보 등 멤버 각 개인 활동은 있었지만, 완전체 활동은 2020년 10월에 발매했던 “Lovesick Girls”가 마지막이었다. 거의 군백기와 같은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블랙핑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하듯, 정규앨범으로 돌아왔으며 10월 15-16일 서울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하며 전 세계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출처 : 블랙핑크 뚜두뚜두(DDU-DU DDU-DU) 뮤직비디오(왼), 스비스나우 공식 트위터(오)
블랙핑크는 지난 “뚜두뚜두(DDU-DU DDU-DU)”에서 기와지붕을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사용하며 한국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적으로 알렸다. 또한,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와 음악 방송에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무대 의상으로 입으며, 한복이 한국 전통 의상이라는 것을 전 세계로 널리 알렸다. 또한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말하는 게 입이 아플 정도로 엄청나다. 블랙핑크는 2020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가 선정한 ‘팝스타 파워 랭킹’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1위를 했다. 즉,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 1위로 선정된 것이다. 그 정도로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며, 이번 “Pink Venom”에서도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포부가 보였다. 이 곡이 세련되고 힙한데 한국적 요소가 곳곳에 들어가 있어 팬들은 경상도 민요인 “쾌지나 칭칭나네”를 변형한 “쾌지나 스껄(Skrr)나네”가 생각나는 곡이라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두 번째 정규앨범의 선공개 곡 “Pink Venom” 속의 한국적 요소를 찾아보자.
거문고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
노래의 도입부부터 들리는 거문고의 선율에 맞춰, 지수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장면으로 뮤직비디오가 시작된다. 거문고는 우리나라 전통 악기 중 하나이다. 특히, 주변 이웃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 고유 현악기로 그 의미가 상당히 깊다. 거문고는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여섯 개의 줄을 넓적하고 긴 울림통 위에 길이 방향으로 나란히 얹고, ‘술대’라는, 볼펜만 한 막대기로 내리치거나 뜯어 연주한다. 케이팝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거문고가 나온 경우는 없었기에, 특히 글로벌적으로 영향력 있는 블랙핑크가 거문고를 곡 도입부로 사용한 것과 뮤직비디오에서 연주한 건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
또한, 이번 곡에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입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했다.
앙부일구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왼), 위키백과(오)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익숙한 게 하나 보인다. 바로 해시계를 연상케 하는 모형물인데, 이는 바로 앙부일구의 시계 축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시간을 바로바로 알 수 없던 옛날에는 태양을 이용하여 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를 사용했다.
조선 세종 때 처음 제작된 대표적인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는 ‘하늘을 떠받드는 가마솥[仰釜]’과 같이 오목한 모양의 해시계라는 뜻이다. 보통 해시계는 해그림자가 표시되는 시반면(時盤面)이 평면인 경우가 많은데, 앙부일구는 특이하게도 시반면이 오목한 반구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구’는 ‘해그림자’라는 뜻으로 해시계를 이르는 말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앙부일구는 세종 16년(1434) 10월 2일 혜정교(惠政橋)와 종묘 앞 두 곳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백성들이 많이 지나다니던 종로 대로에 해시계가 설치되었던 것을 통해 많은 백성들이 시각을 알 수 있게 배려한 점을 알 수 있다.
앙부일구를 뮤직비디오에서 있는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해시계를 충분히 연상하게 한다는 점과 앙부일구의 특색있는 시계 축의 모양을 그대로 나타낸 점을 보면 과하지 않게 적절히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전통 머리 모양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에서 지수와 제니는 한국 전통 머리 모양을 하고 나온다. 지수의 머리는 ‘어여머리’, 제니의 머리는 ‘얹은머리’를 연상케 한다. 어여머리는 주로 조선시대 상류층 부인들이 예장용으로 크게 땋아 올린 머리모양으로, ‘어유미(於由美)’라고도 부른다. 궁중 의례 때 가리마*에 첩지*를 드리우고 어염족두리 위에 다리(月子)* 여러 개를 함께 모아서 두 갈래로 땋아 큰 머리를 만들고 얹고 떨잠으로 장식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머리 스타일이다.
* 가리마 : 조선시대 기녀(妓女)·의녀(醫女) 등 특수층 여자가 얹은머리 위에 쓰던 쓰개.
* 첩지 : 조선시대 왕비를 비롯한 내외명부(內外命婦)가 쪽머리의 가리마에 얹어 치장하던 장신구.
* 다리 : 여자의 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하거나 머리 모양을 꾸미기 위해 머리에 얹거나 덧넣는 딴 머리. 주로 가체라고 많이 부름.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왼), 국립고궁박물관 (https://www.gogung.go.kr/main.do)(오)
지수의 머리에는 ‘떨잠’이라는 머리에 꽂는 장식품도 보이는데, 이는 조선시대 부인들이 큰 머리나 어여머리를 할 때 머리 중심과 좌우에 꽂던 머리 장식이다. 궁중과 상류계층에 한하여 의식 때 예장을 하고 사용했던 무척 화려한 장식품으로서, 옥판 위에 단 떨(스프링)들이 움직임에 따라 떨리는 모습으로 인해 ‘떨잠’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를 배울 때나 사극에서 흔히 봤을 장식품이지만, 외국인들이 볼 때는 매우 생소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고유 장식품이다. 하여, 낯설지 않게끔 현대 버전으로 해석하여 어여머리뿐만 아니라 떨잠도 함께 착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좋은 접근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블랙핑크 Pink Venom 뮤직비디오
제니는 두발을 땋아 앞 정수리에 둥글게 고정시키는 ‘얹은머리’를 했다. 얹은머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의 발제개혁 이전까지 기혼녀들의 기본 머리 모양이다. 조신시대에 들어서 가체(다리)를 드려 크게 얹는 머리가 유행했는데, 가체가 점점 더 크고 무거워지면서 기절하거나 목이 부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가체를 마련하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등의 폐단으로 인해 영조부터 정조에 이르기까지 총 24회에 걸쳐 가체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얹은머리는 반가 부녀자들이 했던 ‘둘레머리’ 형과 주로 기녀들이 했던 ‘트레머리’형이 있으며, 서민 부녀자들이 자신의 머리카락만으로 했던 ‘코머리’ 형태가 있다. 제니가 한 얹은머리는 ‘둘레머리’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블랙핑크가 지속적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모습은 매우 주목해볼 만하다. 실제로, 블랙핑크가 미국 NBC TV 쇼에서 한복 스타일 의상을 입고 선보인 “How You Like That” 무대가 공개되자마자 구글에서 한복의 검색량이 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해당 의상을 만든 온라인 쇼핑몰에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비자의 방문이 폭증했다.
이처럼 블랙핑크는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무대나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하는 한복은 변형이 심하여 전통 한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K-POP 아이돌이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것은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서도, 전통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변형을 주더라도 문화의 본질을 잃지 않으며 상생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블랙핑크 “Pink Venom”에서도 세련되고 힙한 비트에 우리나라 전통 악기 거문고의 선율과 아름다운 한복, 위대한 발명품 앙부일구, 우리나라 전통 머리 모양 ‘어여머리’와 ‘얹은머리’까지 한국적인 요소를 어색함없이 녹여냈다. 앞으로도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려는 그들의 발자취와 9월 16일에 발매될 2번째 정규앨범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1] 최영현외2명, “K-POP 아이돌그룹신한복스타일에대한글로벌반응: 블랙핑크패션사례”,박사학위, 한양대학교의류학과, 2020.
[2] 우나영, 흑요석이그리는한복이야기(한스미디어, 2019)
[3] “가리마”,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00145, (2022.08.22)
“첩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6218, (2022.08.22)
“다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13438, (2022.08.22)
"거문고", 악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25564&cid=60476&categoryId=60476 (2022.08.22)
[4] 유새롬, “앙부일구–하늘을우러러백성의시간을담다”,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