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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KINDa

YG전자는 승리로 무엇을 꾀하는가?

최종 수정일: 2019년 1월 3일


넷플릭스 모큐멘터리 시트콤 'YG전자'

YG가 넷플릭스와 함께 새로운 페이크 다큐 예능을 론칭했다. 'YG전자'는 '음악의 신' 시리즈를 연출했던 박준수 피디의 복귀작으로 위기의 YG를 일으키기 위한 '전략 자료 본부'의 활약상(?)을 그린 모큐멘터리 시트콤이다. 프로그램의 얼굴이 되는 전자의 고문은 빅뱅의 승리가 맡았으며 직원으로는 유병재, 이재진, 지누 그리고 음악의 신에서 활약했던 김가은, 백영광 등이 출연한다. 흔히 '양현석의 보물상자'라 불릴 정도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미디어 접촉을 최소화했던 YG였기에 B급에 가까운 이번 예능 기획은 사내의 논란들을 스스로 풀어내겠다는 과감한 시도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10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이 공개된 지금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오히려 'YG전자'는 YG의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또 다른 논란을 만들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아티스트와는 별개로 현재 YG라는 회사가 갖는 대외적인 이미지는 매우 좋지 않다. 놀림거리가 많고 놀리는 이도 많다. 이 시점에서 YG는 블랙 코미디라는 고급스러운 표현의 범주 안에서 자신을 조롱하며 자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는 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이었고 공개된 시놉시스와 예고편은 예상외로 괜찮은 기획이 녹아있는 접근이었다. 시트콤 'YG전자'는 사 내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나아가 이들이 대중들과 같은 시선으로 YG를 바라보고 있다는 지점을 강조하는 기획이었다. 본사와는 다른 가상의 독립 기관인 전자 본부는 회사 내부의 문제들을 직접 들추고 비꼬는 일을 통해 '반성'이라는 테마를 콘텐츠화한다. 모큐멘터리 기반의 코미디는 이미지 쇄신에 있어서 꽤 효과적인 작법이었기에 작정하고 만든 전략 자료 본부는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를 지녔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YG전자'는 블랙 코미디를 잘못 이해하고 이행한 시대착오적인 결과물에 그쳤다. 실제로 이들이 구사하는 시추에이션 코미디는 무례한 캐릭터들이 상황을 악화시키며 벌어지는 난동극에 가까웠고 이는 엄밀히 말해 실존하는 연예기획사 YG와는 무관하다. 실제로 소동을 만드는 이들은 시트콤에만 등장하는 전자 본부의 팀원들이며 회사의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독립된 전자 본부는 오히려 이 문제적 부서가 YG와는 전혀 다른 기관임을 강조하는 장치가 된다. 게다가 사무실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묘사나 소속 가수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는 유머 등 덧대지 않아야 할 무리수 역시 B급이란 명목 아래 쉴 새 없이 남발된다. 이 모든 일은 YG가 아닌 '전자'에서 일어나는 소동이며 놀랍게도 회사는 이들이 자행한 일들의 피해자이자 수습자로만 등장한다. (1~3화 정도에 간간히 모습을 비추던 YG 측 직원 유병재, 이재진, 지누도 점차 분량이 줄더니 이후 바보 코미디를 소화하는 카메오식 출연에만 그친다.) 그렇다면 과연 전자 본부의 만행을 그리는 시트콤에서 본사와의 연결고리가 되는 승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


사진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우선 회사가 YG전자의 얼굴로 승리를 기용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멤버들보다 미디어 접촉이 잦았던 그는 특유의 너스레와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기존의 YG에서 볼 수 없었던 가볍고 촐싹거리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래서 YG, 그중에서도 월드 클래스 아이돌 빅뱅 소속의 승리는 형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언제나 팀 내 아웃사이더 역할을 자처했다. 사실 대외적으로 그는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단한 위치의 가수이지만, 빅뱅을 바라보는 대중들은 그에게 '막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그는 언제 어디서나 형들보다 더 망가지지만 덜 민망해야만 했다. 이렇게 승리는 YG 내의 어느 아티스트보다 망가지는 데에 익숙하고 능숙하다.


하지만 빅뱅의 부재가 YG의 위기로 거론되는 지금, 유일하게 자리를 떠나지 않은 승리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기둥이 될 수밖에 없다. 예능에서 평소처럼 활약하던 '빅뱅의 막내' 승리였지만 그는 어느 순간 '빅뱅'이라는 내로라하는 그룹의 무게를 짊어진 유일한 멤버로 자리했다. 이후 승리는 '허세'나 '막내' 같은 닉네임 대신 '승츠비'라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워딩의 캐릭터를 부여받는다. 기존의 4개 국어 캐릭터와는 다른 라멘집 사업이나 초호화 파티 에피소드들이 방송되면서 그는 편안하고 부담 없는 '승리'와 능력 있고 호화로운 '개츠비'의 이미지를 모두 지닌 승츠비, 그리고 다시 새긴 빅뱅이란 단어로 완성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서브플롯에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이룬 이'에 대한 짙은 존경의 시선이 담긴다. 그리고 YG는 '빅뱅 막내'이자 '승츠비'인 승리를 상당히 영악하게 활용한다.


이 막무가내 시트콤에서 승리는 직원들에게 '꼬다리 빅뱅' 취급을 받으며 걸레 빤 물을 뒤집어쓰거나 속살을 노출하는 등 망가짐을 불사하지 않는다. 심지어 흑역사처럼 자리한 사진 유출 스캔들을 빌미로 실제 사건과는 다른 바람둥이 호색한 캐릭터까지 소화한다. 물론 다음과 같은 수행은 프로그램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여받은 그의 역할이며 'YG전자'라는 모큐멘터리에서 유일하게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회사를 위해 'YG전자'를 책임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는 'YG전자'의 리더가 아닌 'YG' 측 변호인에 그친다. 극 중 승리는 끊임없이 놀림을 받지만, 이는 그의 만행이 아닌 전자 식구들의 만행이며 그는 모든 일을 수습하고 해고된 이들에게 연민을 던지는 멋진 승츠비로만 기능한다. 그는 끝까지 전자 식구들을 믿고 일을 맡기지만 '믿었던 제 잘못이었네요.'하는 식의 인터뷰로 상황을 정리한 뒤 양현석 사장님으로부터 온 꾸지람의 전화를 받는다. 이는 'LSM(후에 LTE)'이라는 가상의 기획사로 프로듀서의 자질과 사업 능력을 조롱받던 이상민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승리는 'YG전자'의 대표로 등장하지만, 스스로가 뻔뻔한 얼굴로 일을 벌이거나 비상식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다.


승리를 공격하는 코미디는 대부분 도식화된 콩트에 그치고 아쉽게도 그가 사 측의 논란을 끌어안은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그는 YG를 풍자하는 역할을 하지도, YG전자를 이끄는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여받은 아티스트 고문의 위치에서 낡은 작법의 저급한 코미디로 웃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을 뿐이다. 회사는 승리에게 망가질 줄 아는 '막내 시절'의 롤을 부여해 블랙 코미디라는 본질을 교묘히 가린다. 본의 아니게 총알받이가 된 그의 콩트와 B급 명목의 자극적인 애드립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자연스럽게 잊도록 만든다. 추측이지만 한편으론 그럴싸하게 전시된 대외적인 승츠비의 이미지를 내세워 인정 많고 따뜻한 '와이지 패밀리'의 수식어를 다시금 강조하는 것 같은 뉘앙스도 있다. 결국 자신을 내려놓겠다는 자기반성의 블랙 코미디로 출발한 'YG전자'는 셀프 디스도, 양질의 웃음도 아닌 그저 언제나처럼 회사의 일에 충실했던 승츠비만을 남긴다.


엄밀히 말해서 'YG전자'의 파격은 대중들이 기대하는 지점과 명확히 다르다. 대중들은 셀프 디스라는 이미 검증된 코미디 작법을 통해 YG라는 회사가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어떠한 격을 내려놓기를 바랐다. 조금 더 명확히 말하자면 '승츠비' 승리가 아닌 회사의 수장이자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던 양현석이 내려놓기를 원했다. 데뷔가 무산된 '믹스나인' 해프닝이나 너무 긴 소속 가수들의 활동 주기 등 팬들이 소리를 높이는 쟁점들은 너무도 명확히 YG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8부작의 방송 동안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내놓은 건 'YG전자'라는 무근본 B급 시트콤이었고 여기에는 대중들이 원하는 풍자나 조롱의 지점은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사 내에서 가장 유쾌한 승리에게 과격한 코미디를 소화시키며 대중에게 다가갔다는 식의 얄팍한 기획만 남았을 뿐이다. '음악의 신' 역시 2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논란이 많은 문제적 예능이겠지만 적어도 셀프 디스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자기반성의 과제는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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