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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딩가

<I-LAND>, CJ의 또바이벌

이 글은 <I-LAND> 9화 방송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 MNET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키며 아이돌 판을 흔들었지만, 전대미문의 조작 파문으로 불명예를 안았던 CJ가 또다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I-LAND>를 론칭했다. 준비 기간 총 3년. 제작비 약 200억. 약 3000평 규모의 초대형 세트장. <I-LAND>는 CJ ENM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차세대 K-POP 아티스트 그룹을 탄생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은 관찰형 리얼리티이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타 아이돌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I-LAND>는 Part.1과 Part.2로 나누어진다. Part.1에서는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아이랜드’라는 공간으로 가기 위해 23명의 연습생이 경쟁한다. 23명의 연습생은 ‘아이랜더’와 ‘그라운더’로 나누어진다. 아이랜더만이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아이랜드’라는 공간에 들어갈 수 있고, 그라운더는 ‘그라운드’라는 공간에서 아이랜드로 가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미션 때마다 기준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이랜더는 아이랜드에서 그라운드로 방출될 수 있고, 방출된 인원만큼 그라운더는 아이랜드로 올라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 아이랜더가 된 12명의 연습생은 Part.2에서 7명의 데뷔조 안에 들기 위해 또다시 경쟁한다. 현재는 Part.1이 종료되고 Part.2가 방영 중이다.

이러한 독특한 세계관과 CJ와 빅히트의 어마어마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I-LAND>는 시청률 0%대와 낮은 화제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필자는 과한 경쟁에 초점이 맞추어진 <I-LAND>의 방향성이 초반 프로그램의 흥미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로듀스 시리즈>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유행을 불러일으켰지만, 과잉 경쟁의 잔혹성 논란이 있었던 CJ가 더욱 잔인하고 경쟁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연 <I-LAND>는 함께 활동할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아이돌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생존 게임인가.

'이곳은 세상에 없던 미지의 공간이자 살아 숨 쉬는 건물입니다. 오직 시스템이 통제하는 곳이며 바로 이 곳에서 가장 진화된 생존 게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전 세계가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증명할 시간입니다. 이곳은 <아이랜드>입니다.'

<I-LAND>의 스토리텔러인 남궁민이 프로그램 트레일러에서 아이랜드를 소개한 말이다. 언뜻 보면 아이돌과는 관계없는 생존 프로그램을 설명한 듯한 이 대사는 곧 <I-LAND>의 세계관과 방향성을 나타낸다. 참가 연습생들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고, 이 과정은 방송으로 송출된다. Part.1과 Part.2에 걸쳐 <I-LAND>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생존 게임’이다. 제작진은 아이돌 서바이벌보다 더 냉혹한 생존 게임을 제작하는 듯하다.

Part.1=완벽한 경쟁 위주의 편집

Part.1에서 강조된 경쟁의 양상은 크게 아이랜드 내의 경쟁, 그리고 아이랜드와 그라운드의 경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랜드 내의 경쟁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자체 투표이다. 아이랜더들은 각 미션을 수행하며 개인별로 프로듀서의 평가 점수를 받고 전체 평균 점수에 따라 방출 인원이 결정된다. 이전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시청자가 참여 가능한 국민 투표로 탈락자가 누구인지 결정되었다면, <I-LAND>에서는 마지막 테스트를 제외한 모든 테스트에서 아이랜더끼리의 자체 투표로 방출자가 결정된다. 연습생 생활이 자칫 기술의 습득에 그치지 않도록 연습생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발성을 중요시한 방시혁 프로듀서의 영향이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아이랜더들은 자신의 점수를 제외한 다른 아이랜더의 점수는 모른 채 방출자를 고른다. 최선의 투표 방식인지 의문이 드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지는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랜드와 그라운드의 경쟁은 두 공간의 의도적 차별이 주된 요인이다. 애초에 세계관에서부터 그라운드는 생존하지 못한 자들의 공간으로 설정되었다. 생존 게임에서의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더욱 냉혹하게 드러내기 위해 시설부터 기회까지 모든 면에서 극심한 차이를 두었다.

아이랜드와 그라운드는 시설부터 차이가 난다. 약 3000평의 초대형 세트장과 제작비 200억은 거의 대부분이 아이랜드에 투자된 듯하다. 아이랜드는 연습생들이 트레이닝과 생활, 무대까지 모든 것을 한 건물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건축된 대규모 복합 공간이다. 넓은 로비와 연습실, 휴식공간, 아이템 룸 등이 존재하고, 아이템 룸에서는 옷, 액세서리, 다양한 스마트 기기 등을 제공한다. 그라운드는 그런 아이랜드 옆에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같은 건물이다. 아이랜드의 로비보다도 좁은 듯한 한 층짜리 공간에서 연습과 식사를 하고, 약속된 시간에 출퇴근해야 한다.

시설뿐만 아니라 연습생에게 부여된 기회 자체도 차이가 난다. 그라운더는 아이랜더와 달리 자체 투표권이 없다. 자체 투표를 통해 연습생의 자발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는 방시혁 프로듀서의 목적이 왜 아이랜드에만 적용되고 그라운드에선 배제되는가. 또한 그라운더는 아이랜드에서 방출자가 발생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무대 후 프로듀서의 선택으로 아이랜드로 올라갈 연습생이 결정된다. (첫 미션인 시그널송 미션에서는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연습 영상을 보고 프로듀서가 아이랜드로 올라갈 연습생을 결정했다) 비슷한 예로 트와이스 오디션이었던 <식스틴> 또한 ‘메이저’, ‘마이너’ 개념으로 두 그룹을 차별했지만 적어도 무대의 기회는 당연하게 보장되었다.

이러한 아이랜드와 그라운드의 차이 나는 설정은 프로그램 초반 연습생들을 구분짓게 만들었다. 맨 처음의 아이랜더와 그라운더 각각의 유대감, 소속감이 크게 형성되어, 미션 후 구성원이 바뀌어 각 그룹에 새로운 구성원이 섞여도 서로를 구분 짓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의 아이랜더들이 그라운드에서 아이랜드로 올라온 연습생들을 여전히 ‘그라운더’라고 부르고, 아이랜드에서 그라운드로 방출된 연습생들이 스스로를 ‘실력 높은 아이랜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등 서로 섞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강조하는 제작진의 편집은 프로그램의 경쟁적인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아이돌 메이킹이 아닌 서바이벌, 경쟁에 초점을 맞춘 편집이었다. 결과적으로 <I-LAND>는 정치질과 경쟁이 난무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으며 프로그램의 관심도는 크게 하락했다. 뒤늦게 4화에서부터 연습생들끼리의 관계성을 보여주며 편집 방향을 약간 바꾸긴 했지만 꺼져버린 화제성을 되살리기엔 이미 때는 늦었다.


Part.2는 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가?

Part.1에서 아이랜더 자체 투표와 프로듀서의 선택에서 살아남은 기존 아이랜더 6명과, 16명의 그라운더 중 글로벌 시청자 투표 순위가 가장 높은 6명이 Part.2의 진출자가 되었다. Part.2에서는 총 4번의 테스트가 진행되며, 두 번의 프로듀서들의 선택과 두 번의 글로벌 투표의 결과에서 살아남은 7명만이 데뷔조가 된다. 순위 발표 때마다 각자의 등수가 공개되며 1,2,3위 연습생은 혜택을 받는다.

Part.2는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다. 이미 Part.2의 첫 화에서부터 순위가 높은 그라운드 출신 아이랜더를 견제하는 모습이 강조되었다. 글로벌 투표로 정해진 12명의 순위에서 그라운드 출신인 김선우, 다니엘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자 두 연습생이 필요 이상으로 타 연습생들의 눈치를 보고, 기존 아이랜더 중 한 명이 이들의 높은 순위에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는 모습을 강조하며 여전히 Part.1의 아이랜더와 그라운더 서로의 의식적인 구분이 이어지는 연출을 보였다. 연습생들 간의 친밀한 관계성이 나타나는 장면의 비중이 전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불필요한 견제, 경쟁 위주의 편집은 이어지고 있다.


<I-LAND>에 대한 필자의 바람

아이돌 서바이벌은 점점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로드 투 킹덤> 등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보다도 여성 뮤지션들의 단합을 주제로 한 <GOOD GIRL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가 대중적으로 더 많은 인기를 끈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대중은 경쟁 시스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돌, 더 나아가 팬들 간의 경쟁까지 과열되는 과한 생존 게임에 지쳤다.

현재 <I-LAND>는 Part.2의 첫 번째 테스트인 ’BTS 테스트‘가 끝나고 9화 ’케미 테스트‘ 방송을 앞두고 있다. ’케미 테스트‘를 통해 연습생 간의 ’케미‘를 잘 뽑아내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기 편하고 흐뭇한 연출을 하길, 그리고 이 테스트를 기점으로 ’생존 게임‘에 과하게 맞춰진 초점에서 벗어나 하나의 팀을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을 잘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성장과 그에 따른 경쟁 또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함께 성장하며 한 그룹이 되어가는 연습생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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