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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오데

Love Myself ; 케이팝 속 자기애(自己愛)


연애 감정부터 우정, 가족 간의 유대, 아이돌을 향한 지지까지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여러 유형의 사랑을 담으려 노력해온 케이팝은 최근 자기애(自己愛) 컨셉에 주목하고 있다.


사전에선 자기애를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자기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하고 있다. 케이팝의 자기애 컨셉은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 초점을 두고 높은 자존감을 표현하거나 우월함을 과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2010년 후반부터는 ‘사랑’에 집중해 본인의 매력에 빠진 모습을 그리는 노래도 등장하는데, 이는 강하고 힙한 이미지로 여겨졌던 자기애 컨셉이 몽환, 우아함 등 보다 다양한 분위기로 그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1)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한 나 - 높은 자존감으로 맞서기

To. 편견이 가득한 세상과 가시 돋친 말을 뱉는 Hater


● 4minute – HUH(2010)


“난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해 누구보다 내가 I'm on the top” 당당함을 노래하는 걸그룹 포미닛은 2세대 자기애 컨셉의 대표주자다. HOT ISSUE, I My Me Mine 등 수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그중 자존감을 기반으로 한 자기애적 요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는 단연 미니 2집 타이틀 ‘HUH’로, 변화를 거부하고 틀에 갇힌 모습을 강요하는 세상에 반발하며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짧은 치마를 입고 머리를 자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답하는 가사는 당시 우리 사회에서 주체적인 여자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니스커트와 단발이라는 요소로 당당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 ITZY – 달라달라(2019)


ICY, WANNABE, Sorry Not Sorry 등 세상의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컨셉으로 MZ의 인기를 끌고 있는 4세대 대표 아이돌 있지. 이들의 데뷔곡 ‘달라달라’는 연애 감정과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노래다. 철들려면 멀었다고 말하는 언니들에게 “철들 생각 없어요”라고 답하는 전개와 “I love myself!” “남들의 시선 중요치 않아 내 스타일이 좋아 그게 나니까”와 같은 직관적인 가사에서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인 이미지의 그룹 정체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2) 남들보다 우월한 나 - 능력 과시하기

실력 있지, 유명하지, 돈도 잘 벌지

● 2NE1 – 내가 제일 잘나가(2011)


타인을 의식하며 얼굴과 몸매를 자랑하는 노래가 주를 이뤘던 2010년대 초 걸그룹 시장에서 투애니원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특히 ‘내가 제일 잘나가’는 연애 감정에 대한 언급이나 성적 매력 어필 없이 남성 힙합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실력, 유명세, 재력 등 능력의 과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곡이다. “가치를 논하자면 나는 Billion dollar baby” “아무나 잡고 물어봐. 누가 제일 잘나가? 내가 제일 잘 나가!”와 같이 우월함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가사가 계속되어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중에게 실력파 인기 그룹으로 각인된 투애니원이 부르니 자기애 넘치는 멋있는 노래로 느껴진다.


● 마마무 – HIP(2019)


우리는 유행에 밝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으로 ‘힙(hip)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마마무의 HIP은 코 묻은 티, 떡진 머리도 자신이 하면 힙한 유행이 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유명세와 가치를 뽐내는 노래다. 특히 1절 초반에 등장하는 문별의 랩 파트는 쉽게 일을 해내는 실력과 이로 인해 바쁜 삶,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인생을 과시하며 잘난 자신을 향한 자기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젠 모든 일이 가뿐해 veteran / 성공을 썰어 먹어 마치 michelin / 누구보다 빠른 걸음을 걸었네 / 비시즌 잊은 지도 오래야 뒷걸음”

● LISA – Money(2021)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앨범 <LALISA>는 7rings 등 팝 아티스트의 노래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의 자기애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 ‘LALISA’가 리사 자신의 명예에 대한 이야기라면 ‘Money’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재력을 과시하는 노래로, 수록곡임에도 큰 인기를 얻었다. "Check that money making bank account number(통장 잔고를 확인했더니 계좌번호가 있어)"와 같이 비유적인 표현과 엠버서더로 활동 중인 브랜드 ‘셀린느’를 언급한 "Celine my shoes, walking on you, my money rules(셀린느 신발로 널 밟으며 걸어, 내 돈이 곧 법이니까)" 등의 가사로 우월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3) 내가 사랑한 나 - 자기에 대한 사랑

나르키소스의 재해석

● f(x) – 4 walls(2015)

에프엑스의 마지막 활동 곡 4 walls는 공식적으로 자기애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나르시시즘으로 해석하는 노래 중 하나다. “투명하게 날 그려내던 거울 속엔 내가 아닌 네가 비춰 와”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도구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입수 장면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속에 뛰어들었다는 나르키소스 신화를 떠오르게 한다.



● IVE – LOVE DIVE (2022)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 “숨 참고 love dive”

'LOVE DIVE'는 자기애를 다룬 가장 대표적인 곡 중 하나다. 신화를 연상시키는 것에서 그치는 '4 walls'와 달리, 'LOVE DIVE'는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그대로 가사에 담고 있는데, 거울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안무와 뮤직비디오 속 물에 빠진 모습, 사랑의 신 에로스와 큐피드는 자기애 컨셉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데뷔곡 'Eleven'과의 연결성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다. 나르시시즘을 드러내고 있는 'Eleven'의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 이라는 마지막 가사와 '자기애'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것은 'LOVE DIVE'와 아이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 SF9 – 예뻐지지마(2019)


‘예뻐지지 마’는 SF9의 6번째 미니앨범 NARCISSUS의 타이틀이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나르키소스 신화를 배경으로하며, 조각난 거울과 물결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포스터로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예뻐지지마’는 “넌 어딜 가나 제일 눈에 띄니까 더 예뻐지지 마” 등의 가사로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소년의 모습을 담았다. 보통 케이팝 남자 아이돌이 많이 활용하는 실력과 돈을 과시하는 유형의 자기애 컨셉이 아닌, 나르시시즘 요소를 사용하면서 다른 그룹과 차별성을 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일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편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케이팝의 자기애 컨셉은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아이돌의 주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참고

이선영, 정재윤. (2019). 한국대중음악 가사에서 본 나르시시즘의 변화 연구. n.p.: 한국콘텐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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