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대로 된 엑소의 리얼리티가 시작되었다. 제대로 된 리얼리티는 으르렁이 발매된 2013년도에 12명이서 찍었던 <EXO'S SHOWTIME>이 마지막이었다. 2013년도와 2018년도가 얼마나 거리가 있는가 하면,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가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엑소 막내 세훈의 나이가 20에서 25살이 되었다고 하면 확 체감이 되지 않는가? <EXO'S SHOWTIME> 이후에 브이앱으로 공개한 <EXO TOURGRAM>이라는 북미투어 도중 찍은 리얼리티가 존재하긴 한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공항마비 자랑, 센스없는 편집, 몇 멤버들의 분량 실종 등으로 팬들의 원성을 산 리얼리티다. 물론 떡밥에 굶주려왔던 엑소 팬들은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EXO TOURGRAM>을 나노단위로 나눠서 덕질하긴 했지만 분명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엔 충분치 않았던 리얼리티라고 말할 수 있다.
안그래도 SM엔터테인먼트의 이상한 ‘당장 돈 되는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라는 이상한 신념과 SM엔터테인먼트’만’ 미는 엑소의 신비주의 컨셉때문에 브이앱을 포함한 엑소의 방송 출연 모습을 비교적 자주 볼수는 없었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아서 엑소의 이미지 소비가 심하지 않은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래서 7년이라는 연차에 비해 이미지가 신선한 편이기는 하다. 아직도 엑소가 7년차 아이돌 그룹이라면 히익-?;하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지만 음방이나 콘서트를 제외하고 7년차 그룹치고는 떡밥이 없어도 너무 없긴 했다. 특히 팬들이 그렇게 원하고 원했던, 엑소의 평소 모습을 볼 수 있는 리얼리티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엑소의 리얼리티 제작이 확정되는 기사가 떴을 때야말로 축제의 장이자 흥분의 도가니였다. (여기저기서 치킨을 쏘고 축배를 들었다고 한다.)
<EXO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옥수수’라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에서 제작한 엑소의 여행기를 담은 리얼리티이다. 여행의 운명을 사다리 타기로 정하자는 엑소 멤버 백현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리얼리티로 총 3편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방영하고 있는 1편의 주인공은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 속해 있는 유닛 그룹 첸백시로 일본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다리 타기로 여행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복 아니면 불복이라는 운명의 갈림길 앞에서 첸백시는 어떤 길을 갈 것인지 팬들은 기대 혹은 걱정을 하며 리얼리티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근데 아니 이게 웬걸, 엑소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은 복불복(福不福) 여행이 아니라 복복(福福) 여행이었다.
그렇다면 왜 엑소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이 복복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를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았다. 복복 여행인 첫 번째 이유는 실제로 불복이 되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복불복 여행이기 때문에 아주 팬들이 아주 약~간 우려했던 점은 우리 다람쥐들이 일본까지 가서 맛있는 음식들도 먹지 못하고 굶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여태 무수한 리얼리티 쇼를 통해 형성되었던 복불복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옆의 캡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첸백시가 무작정 굶어야 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아무래도 복불복이기 때문에 선택지마다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 여행의 사다리에서 최악은 없다.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으로, 첸백시에 대한 제작진들의 배려가 굉장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사다리에 최악의 선택지가 없는 것을 포함하여 첸백시를 봐주는 것이 많았다. 처음이니까, 못하니까 등의 이유로 첸백시를 몇 번이나 봐주었다. 첸백시가 동정의 눈빛을 보내면 흔들리는 제작진의 모습을 보고 (좋은 의미에서) 이럴 거면 왜 복불복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팬들도 많았다. (에리둥절) 또한 살금살금 방에 들어와서 나긋나긋하게 첸백시를 깨우는 말투 등 사소한 것에서도 다정한 제작진의 모습을 자주 본 팬들은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엑소와 엑소엘 모두에게 복덩어리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우선 첸백시는 이번 리얼리티 기획 미팅에서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해외 투어 등의 스케줄들로 공항을 버스 정류장 가듯이, 해외를 밥 먹듯이 가 봤을 그들이기에 놀라웠다. 확실히 여태까지 외국에 나갔던 스케줄들은 ‘일’적인 성향이 강해서 여행보다는 일이라고 느끼고 대답했다고 추측해본다. 일본 돗토리현의 요괴 마을로 가는 열차에서 첸백시는 한적한 분위기의 시골 풍경을 보고 첸은 ‘일본에서 이런 기분 처음이야.’, ‘리얼리티가 이래서 좋네.’ 등의 말을 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우민은 창밖의 풍경을 보며 생각하다가 같은 층의 숙소를 함께 쓰는 엑소 멤버 디오를 떠올리기도 하였다. 엑소가 출연한 <아는 형님> 85회에서 디오의 장래희망이 농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농이 떠오를 정도로 평화롭고 정겨운 곳에서 아마 첸백시는 제대로 힐링을 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엑소엘에게도 역시 복덩어리 여행이었다. 첫 번째로 첸백시가 힐링을 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가 오래간만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통해 휴식을 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확실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이 프로그램에 첸백시의 본연의 모습을 잘 담겨 있었다. 팬들은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며 신기해하기도 했고 알고 있던 모습들을 보며 웃기도 했다. 또한 위의 움짤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첸백시의 미모가 가감 없이 담겨있어 엑소 떡밥계에서 길이길이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이렇듯 모두에게 복을 안겨준 <EXO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은 옥수수에서 7월 13일, 40편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원래 10분씩 40편이었던 영상들을 묶어서 7월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Xtvn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미남들을 큰 화면으로 길게 보자.) 첸백시 리얼리티를 방영했던 동안 매일 떡밥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했고, 이후 촬영될 후속편에서 완전체 엑소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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