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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일랑

죄책감 갖는 덕질은 그만! 그린오션의 케이팝을 열다.



필환경’이란 단어를 들어봤는가? 이는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이제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이라고 할 정도로 환경보호는 분야를 막론하고 필수가 되었다.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서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들, 특히 MZ세대를 잡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는 전략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케이팝 산업 또한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케이팝 산업에서 2021년 기준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000만 장을 달성했으며, 음반 판매 수출액도 역대 최다로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수치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매해 증가하는 음반 판매량은, 매해 그만큼 탄소를 배출하며 환경오염을 하고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출처 : Youtube


이렇게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는 원인 중, 팬들의 앨범깡을 유도하는 엔터사들의 책임이 크다. 앨범깡은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혹은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앨범을 많이 사서 뜯어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앨범을 적게는 몇 장 많게는 몇백 장까지 구매하는 추세다. 또한, 엔터사들은 하나의 앨범을 포장만 바꿔 다른 버전으로 발매하거나 팬사인회 참가자들에게만 ‘미공개 굿즈’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앨범 구매를 유도한다. 문제는 과도하게 앨범깡을 한 후,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남은 앨범을 다 버리거나 처리하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앨범이 플라스틱과 종이, 비닐까지 섞여 있어 분리수거를 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코팅 종이로 인해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 결국,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덕질하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죄책감을 가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케이팝 산업이 환경 오염을 일으키면 비판하고 보이콧하겠다는 팬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케이팝 관련 기업과 공인들은 환경과 지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환경도 지키며 덕질도 할 수 있는 앨범들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앨범

출처 : 청하 공식 트위터


친환경 앨범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로 청하를 볼 수 있다. 청하는 2021년 2월에 낸 첫 정규앨범 “케렌시아(Querencia)”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찢어지기 쉬운 포토카드만 제외하고, 포장재부터 화보, 가사집 등에 재생 종이를 사용했다. 박스나 북릿 외부에는 라미네이팅(코팅)을 하지 않고, CD 또한 고정되는 플라스틱 없이 종이봉투에 넣어 함께 패킹하여 앨범을 구성했다. 앨범에서 분리수거와 재활용하기 어려워 늘 골칫거리였던 플라스틱과 라미네이팅을 최소화한 것이다. 청하의 소속사 MNH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산업에서 최초로 앨범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여,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타 엔터사들에서도 친환경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출처 : YG 엔터테인먼트


2021년 12월에 발매했던 송민호의 정규 3집 “TO INFINITY” 앨범도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 앨범 내 인쇄물은 친환경 인증 단체인 산림관리협회(FSC)의 인증을 받은 용지와 저염소 표백펄프를 사용한 저탄소 용지 및 수성 코팅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겉면 비닐 재질이 아닌 최대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보호 코팅 기법을 쓰기도 했다. 별도의 기기 없이 스마트 디바이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에어 키트 형태의 앨범의 플라스틱도 옥수수 전분으로 제작되어 생분해 가능한 PLA 플라스틱과 100% 재활용되는 종이를 사용했다. 이때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같은 소속사의 트레저 또한 지난 2월에 나왔던 “더 세컨드 스텝 : 챕터 원(THE SECOND STEP : CHAPTHER ONE)을 친환경 앨범으로 만들었다. 앨범에 들어가는 인쇄물은 송민호의 친환경 앨범과 마찬가지로, FSC인증을 받은 용지와 저탄소 친환경 용지의 콩기름 잉크, 환경보호 코팅으로 제작됐다. 앞서 송민호의 앨범에선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던 포장 비닐의 대체재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활용한 생분해 가능한 PLA 소재를 찾아내, 이번 트레저 앨범부터 반영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FSC에서 인증 받은 용지와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국내 대형 제지사와 협업하며 저염소로 표백한 종이를 사용해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흔히 케이팝 4대 기업이라고 말하는 SM, YG, JYP, HYBE 중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앨범을 제작했으며,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이러한 친환경적인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 타 엔터사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행보는 아직 친환경적으로 앨범을 제작하고 있지 않은 엔터사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앨범

플랫폼 앨범은, 쉽게 말해 온라인 앨범이다. 음원은 QR코드를 통해 온라인 앱으로 들을 수 있으며 실물 앨범에서 제공되는 CD, 앨범 패키지, 화보 책, 포스터 등을 제외한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만 실물로 배송해준다.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음반 판매량에는 반영이 안 되는 것일까? 현재 플랫폼 앨범은 가온차트나 한터차트와 같은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에 실물 앨범과 똑같이 반영되고 있다. 실물 앨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기존 앨범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며 환경 보호도 할 수 있기에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마음껏 사도 환경을 오염한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출처 : 빅톤, 에이핑크 공식 트위터


대표적으로, 빅톤의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에 선보였던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앨범을 플랫폼 앨범 형태로 발매했다. 발매 직후,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해당 키워드가 오르며 빅톤 팬들뿐만 아니라 케이팝 팬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앨범에는 원테이크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원과 플랫폼 앨범에서만 공개하는 디지털 포토카드와 화보가 포함됐으며, 실물 포토카드만 배송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렇듯 이번 플랫폼 앨범은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는 실물로 받을 수 있으면서도, 음원도 들을 수 있는 앨범의 기능 또한 잡으며 음반 판매량에도 똑같이 집계가 되어 더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매해 앨범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재가 나온 것이다. IST엔터테인먼트는 먼저 시범적으로 빅톤 멤버인 도한세의 첫 솔로 앨범을 플랫폼 앨범으로 발매하여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빅톤의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플랫폼 앨범을 더욱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2월에 컴백했던 에이핑크 스페셜 앨범 “혼(HORN)”을 플랫폼 앨범을 발매했으며, 올 5월 31일에 발매할 빅톤의 7집 미니앨범 “Chaos”도 플랫폼 앨범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렇듯, IST 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환경 친화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고 케이팝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외에도 브레이브걸스, 루미너스, 위클리, 위아이도 플랫폼 앨범을 발매하며, 빅톤을 시작으로 더 많은 그룹들, 엔터사들이 지속가능한 앨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확인해볼 수 있다.





환경 보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점점 더 많은 MZ세대의 환경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팝 주 소비층이 MZ세대인 걸 감안하여, 앞으로 엔터사들은 이 흐름을 잘 읽어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앨범이나 굿즈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앨범이 아주 좋은 사례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나오는 플랫폼 앨범은 모두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간이 아니면 구매할 수 없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플랫폼 앨범이 나와 케이팝 시장에 더 확실히 자리 잡는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사실 음반뿐만 아니라 스트리밍을 통한 탄소배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엔터사와 더불어 스트리밍 사이트들 또한 환경을 보호하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를 하길 원한다면, 생산자가 먼저 친환경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지금 당장 모든 앨범을 친환경 앨범이나 플랫폼 앨범으로 바꾸긴 어렵겠지만, 실물 앨범의 과도한 앨범깡을 지양하는 현명한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화두 되고 있는 만큼, 환경을 지키며 덕질도 하는 일거양득인 친환경・플랫폼 앨범과 같은 새로운 변화가 계속해서 나오며 그린오션으로 물들 케이팝을 고대해본다.




 

참고

[1] 환경일보, 2022.03.14, “MZ세대 80% “K팝, 환경오염 시킨다면 보이콧할 것”

[2] CBS노컷뉴스, 2022.01.22, “[EN:터뷰]YG "친환경 소재 앨범 제작 시도, 팬들 덕분"”

[3] news1뉴스, 2022.02.02, “빅톤 '플랫폼 앨범', 실물 앨범과 어떤 게 다를까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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