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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감성 촉촉 프로젝트: 아이돌 '띵가사'의 재발견 - 3세대 걸그룹 ‘사랑’ 편

최종 수정일: 2019년 8월 18일

인간은 세 부류로 나뉜다. 사랑을 해 본 자와 사랑을 아직 해본 적 없는 자,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는 자. 필자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한다. 사랑은 추상적이고, 종류가 무한하며, 그 감정의 색깔 또한 손안에 잡히지 않을 만큼 다채롭다. 그래서일까. ‘사랑’을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가 예술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가요에서도 사랑 노래가 가장 많고, K-POP 아이돌 시장에서도 대다수의 노래들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돌 중에서도 필자 또래의 3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이 노래하는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 알아보고, 숨겨져 있던 좋은 가사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 레드벨벳, ‘감각에 집중’


두 눈이 스친 그 감각, 마음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이 들어 온 몸을 적셔

너만 보면 손끝까지 다 사랑스런 빛을 내는 걸

Give a little little more love, Give a little little more time

너의 작고 작은 것도 내게는 커다란 걸

볼엔 하늘하늘 바람, 너로 일렁이는 내 마음

자꾸 살랑살랑 불어 내 세상을 흔들어 넌

이 마음은 아마, ‘Love'


레드벨벳, ‘Little Little' / 제이큐(JQ), 조미양, 박성희 작사

[Rookie - The 4th Mini Album] 2번 트랙 수록



손을 뻗으면 온 세상이 내 것 같아

발을 담그면 물이 올라 차, 마음이 올라 차

숨을 내쉬면 풀 향기가 스며 와

그림 같은 정글에 아이처럼 행복해

상상했던 사랑에 빠진 그 순간!

(기적처럼 다른 세상에 날 데려 와, 신비하고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어)


레드벨벳, 'Zoo' / 이스란 작사

[The Red Summer - Summer Mini Album] 3번 트랙 수록



레드벨벳은 톡톡 튀고, 독특하고, 어딘가 기묘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컨셉들을 시도해왔다. 그들은 당장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한다. 불어오는 바람, ‘네’가 만들어내는 사소한 모든 것,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가 온통 ‘너’로 둘러싸인다. 나만 존재하던 세계에 너라는 감각으로 가득 차는 것, 이것만큼 밀도 있는 힘이 또 있을까.



2) 여자친구, ‘소중한 너, 지켜내기 위한 레이스’


피고 지는 계절의 꽃

우리의 꿈이 담겨진 아름다운 꽃잎처럼, 휘리휘리

비바람 몰아쳐 와 한 번쯤 아파온대도

여기 내민 두 손 잡으면, 놀라지 말길

우리의 꿈같은 꽃잎 날릴 걸


여자친구, '휘리휘리' / 미오(MIO) 작사

[여자친구 The 6th Mini Album 'Time for the moon night'] 4번 트랙 수록



흘러가는 너의 마음을 뒤쫓아

숨을 꾹 참고 네게 달려가 봐

턱 끝까지 차오른 이 마음 전하고 싶어

조금 진하게 네 마음을 꼭 전해 줘, 작은 손 틈새로 더 다가와 줘

그 자리에 멈춰 서 하늘 가득 채워줘

네 마음을 그려 줘, 내게


여자친구, ‘비행운' / Mafly, Keyfly 작사

[여자친구 The 4th Mini Album 'THE AWAKENING'] 3번 트랙 수록



난 매일 너를 생각해, 별이 가득한 이런 밤

혹시 넌 알고 있니

어느 날 너의 창가에 반짝거리며

찾아 간 내 마음을 본 적 있니


여자친구, 'Love Bug' / 서지음 작사

[여자친구 The 6th Mini Album 'Time for the moon night'] 3번 트랙 수록


‘여자친구’ 하면 ‘파워 청순’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투명한 유리구슬 같아 보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강력한 마음. 이들은 소중한 ‘너’를 지켜내기 위해서 달리고, 손을 내밀고, 부딪힌다. 다치는 것은 이미 두렵지 않다. ‘너’에게로 향하는 길이기에.



3) 오마이걸,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력한 확신’


내 마음이 하루 종일 한동안 싱숭생숭하더니,

이러려고 그랬던 걸

나의 마음 한쪽에 웅크렸던 감정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어

너를 생각하면 흔들리는 나무들과,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이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단 증거


오마이걸, 'WINDY DAY' / 서지음 작사

두 번째 미니앨범 리패키지 [WINDY DAY] 타이틀곡



널 보면 내 마음이 호수보다 점점 커져가다

바다가 돼

마음이란 바다, 저기 끝이 난 아득해

널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깜짝

발이 닿지 않아 겁이 나지만 처음 느껴보는 떨림이야

손을 저으면 네가 느껴져


오마이걸, '심해 (마음이라는 바다)' / 서지음 작사

첫 번째 정규앨범 [THE FIFTH SEASON] 7번 트랙 수록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지면, 내가 세 발짝 다가갈게

우리의 거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면, 나는 그대로 서 있을게

우리의 사랑이 빠르게 느껴지지 않게


오마이걸, '한 발짝 두 발짝' / 진영 작사

네 번째 미니앨범 [COLORING BOOK] 타이틀곡


오마이걸 하면 요정돌, 요정돌 하면 오마이걸이다.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아련한 컨셉들을 시도해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설레다가도 두려워하고, 겁이 나기도 하지만 물러서지는 않는다. 이미 ‘너’라는 바다에 발을 담가버렸고, ‘너’라는 바람의 중심에서 오감을 느끼고, ‘너’에게로 이미 발걸음을 떼었다. 돌이킬 마음은 없다. 확신의 힘이다.



4) 아이즈원, ‘처음 사랑해 본 아이’


Oh my goodness!

너의 숨결이 가득해 (따뜻해)

꿈꾸던 우리 이 순간이 자꾸 날 놀라게 해

물든 하늘에 너의 손길이 닿을 때, 서로 섞인 모든 색이 번져

우리만의 기적을 만들어


아이즈원, '해바라기' / 텐조, 키비(Kebee), EB 작사

두 번째 미니앨범 [HEART*IZ] 1번 트랙 수록


아이들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감정의 날것에 더 가까운 언어들로 말한다. 어른이 된 후, 종종 아이들의 화법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의 감정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을 때, 특히 그렇다. 아이즈원은 꾸며내고 에두르지 않은 감정의 민낯을 ‘너’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천진난만함을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진실되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사랑’은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다. 단순히 그 사람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자꾸 생각나고, 울고 웃게 되는 등의 현상들만 가지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너머의 더 강력한 힘이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확신하게 해 줄 것이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 필자는 평소 즐겨 듣는 여자 아이돌 노래 가사들 속에서 조금씩 짐작해볼 수 있었다. 필자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명히 알게 되는 그 날까지, 여러 가지 ‘사랑’의 세계를 들려주는 아이돌들에게 유심히 귀 기울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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