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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열애설 잡은 파파라치님, 그 새벽에 왜 거기에?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던 아이돌 멤버의 열애설을 기억하는가? 아마 여러 커플들이 머릿속을 스쳐 갈 것이다. 한밤 중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은밀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어깨를 감싸는 사진들이 기억났을 것이다. 필자는 그 사진들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무수히 달리던 비난과 희롱적인 댓글들, 이때다 싶어 줄줄이 터지는 여러 언론사의 자극적인 제목을 동반한 기사들도 함께 기억하는 바이다.


한 쌍의 아이돌 커플이 도마 위에 올라 대중들에게 이리저리 씹히고 평가당하는 동안, 정작 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사람은 앵글에서도, 사건에서도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으슥한 그림자가 되어 그 커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고 마침내 결정적인 한방을 건져 터뜨려내고야 만 그들의 이름은 바로, ‘파파라치’다.



사진 출처: 영화 '곡성'

상대방을 미행하고, 몰래 숨어서 촬영하는 식의 부적절한 방법으로 얻어낸 열애 보도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 및 인권 침해이다. 그럼에도 보도 이후의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에 열애 기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진다.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은 ‘소비할 만한 가치가 되니’ 스캔들 기사를 계속해서 쓰는 것이고, 대중들은 흥밋거리로 이를 ‘소비’해 버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열애설의 당사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내해야만 한다. 광고 계약이 파기되거나, 그룹에서 탈퇴(혹은 활동 중단)를 하거나,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는 등 커리어적인 부분에서의 손실을 감당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이러한 상황 자체도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만, 우선 이번 글에서는 ‘파파라치의 과실’에 대해서만 다뤄보겠다.) 게다가 악플을 견뎌야 하고, 원치 않은 말들이 오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며,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무조건 반사 격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대중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사적으로 연애를 한 것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할 일이라면, 여기서 당사자들의 사적 영역을 침범한 파파라치의 사과는 어디로 갔을까? 왜 죄는 파파라치가 짓고 용서는 피해자가 구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진 출처: 여자친구 '밤' MV

특히 아이돌 열애설의 경우, 배우 열애설이나 다른 방송계열 직업군의 열애설에 비해 비난의 수위가 중한 편이다. 대한민국 아이돌은 ‘유사연애’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한 멤버의 열애설이 그룹 전체에 타격을 미치므로 팬들 사이에서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팬을 농락한 것이며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도 빈번하게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사적인 일을 공적인 일로 끌고 와서 티를 냈다’며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비밀리에 티를 낸 증거들을 짜깁기 식으로 나열하며 비난하기도 한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필자는 이 단어들의 정의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아이돌 스캔들에 대해 응원이나 비난을 하기에 앞서, 아이돌 멤버의 ‘사적’ 영역인 ‘연애’를 자신의 공적 업무로 끌고 와 대국민 이슈로 소비해버린 파파라치의 과실에 대해 먼저 비판적인 시선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돌 열애 기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한 파파라치의 인권침해 현장을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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