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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서비

서비 프로젝트 - 슈가돌을 찾아서 (1화 : 오렌지캬라멜편)

201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현재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는지, 아니면 그룹이 아예 해체됐는지 소리소문없이 음악 활동을 멈추거나 사라진 가수들이 있다. 그들을 찾기 위해 아이돌레 에디터 서비가 나섰다. 이 프로젝트는 그들의 활동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현재 근황을 살펴보며 글을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화의 주인공은 선병맛 후중독의 대표주자 오렌지캬라멜이다.


애프터스쿨의 탄생

2009년 데뷔한 애프터스쿨은 학교라는 컨셉으로 멤버들의 추가와 변경 등이 다채롭게 이루어지는 입학/졸업 시스템을 가지고 처음엔 5명이 데뷔했다. 용감한 형제의 프로듀싱을 내세워 데뷔곡 ‘AH’와 ‘AH’ 활동이 끝난 지 보름이 안 되어서 발표한 ‘Diva’가 차트 10위권에 안착하고, 새로 들어온 유이가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기존 멤버 소영이 탈퇴하고 레이나와 나나가 들어오면서 ‘너 때문에’를 발매하는데, 이 곡은 각종 음원 차트를 올킬하고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는 등 현재까지도 애프터스쿨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스쿨은 멈추지 않고 새로운 멤버 리지와 함께 파격적인 고적대 컨셉을 가지고 ‘Bang!’을 발표한다. 애프터스쿨은 ‘Bang!’까지 연이은 성공으로 대표 퍼포먼스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선병맛 후중독’의 탄생, ‘마법소녀’

큰 인기를 끌던 애프터스쿨은 2010년 6월 3일, 갑자기 유닛활동을 발표한다. 당시 가장 최근에 들어왔던 막내 멤버들인 나나, 레이나, 리지 3명이 차례대로 유닛 멤버로 공개되고 바로 17일에 마법소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처음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심지어 당시 ‘너 때문에’와 ‘Bang!’을 통해 대표 퍼포먼스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애프터스쿨에서 이런 유닛이 나오다니 사람들은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 발매 직후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일본 아이돌, 요술공주, 세일러문 노래, 애니 오프닝곡, 왜색그룹 등 혹평이 이어졌다. 정말 당시 욕이란 욕은 다 먹었을 거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가 봐도 오글거리고 부끄러웠다.(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저 컨셉, 의상, 가사 등 모든 것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경의심이 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의 분위기는 갑자기 반전되었다. 처음엔 병맛이라고 욕하던 여론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중독성 있다는 여론으로 변해갔고, 방송이나 UCC를 통해 많은 패러디 영상이 만들어졌다. 결국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노래이다. 마법소녀는 원래 씨야의 곡이었는데, 녹음까지 다 해놓은 것을 한성수 대표가 우연히 듣고 오렌지캬라멜에 딱 맞는 곡이라며 곡을 달라 해 지금의 마법소녀가 되었다. 씨야 버전의 마법소녀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법소녀에서 동화 속 소녀들로, ‘아잉♡’

‘마법소녀’가 상상 이상의 인기를 얻으며 오렌지캬라멜은 2010년 11월 18일에 미니 2집 ‘아잉♡’으로 컴백한다. ‘마법소녀’의 강렬함 때문인지 동화 속 주인공들로 변한 멤버들이 오히려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잉♡’ 역시 대표적인 선병맛 후중독 곡으로, 병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바로 중독되어 인기가요 TAKE7에 진입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로 오렌지 캬라멜 = 선병맛 후중독 공식을 완성시켰다. 앨범 컨셉이 동화 속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무대마다 의상을 바꿔 입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간 모자,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여러가지 동화를 접할 수 있었다. 2곡으로 발매한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 ‘아잉♡’을 제외한 수록곡이 3곡이나 더 있었는데 생각보다 곡이 되게 좋고 퀄리티가 있어서 오렌지캬라멜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곡도 소화할 수 있다! 오렌지캬라멜의 스펙트럼을 넓힌 ‘방콕시티

마법소녀, 동화 속 주인공 등 현실과 벗어난 독특한 컨셉들로 곡을 발표하던 오렌지캬라멜이 2011년 3월 31일, 갑자기 평범한 복고풍 클럽 컨셉으로 컴백했다. 컨셉이 바뀐 만큼 곡 스타일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다른 스타일로 나왔지만 ‘방콕시티’ 역시 큰 인기를 끌었고,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오렌지캬라멜이 선병맛 후중독 곡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 노래의 작사가가 원태연 시인이라는 것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필자는 역시 시인이 작사해서 되게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노래랑 방콕이랑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이 곡이 나오고 한 달 후에 애프터스쿨이 ‘샴푸’로 컴백했는데, 오히려 ‘방콕시티’에 비해 음원 성적이 밀리며 최초로 유닛이 본진보다 성공한 사례가 되었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방콕을 하게 되면서 다시 찾고 있는 노래이다.

방콕에 이어 상하이다! 김희철의 작사로 탄생한 ‘샹하이로맨스’

2011년 10월 13일, 오렌지캬라멜이 다시 원래의 스타일인 ‘저세상 컨셉’으로 돌아와 컴백하였다. 기존 노래들이 일본풍에 가까웠다면, 이번 노래는 제목부터 중국풍임을 밝히고(방콕시티는 사실 이름만 방콕이었다.) 무대에서도 이소룡, 강시, 춘리 등의 의상을 입고 나와 노래, 가사, 의상, 안무 등 모든 것이 중국스러웠다. 당시 무대를 보고 이 정도면 정말 컨셉에 잡아먹힌 그룹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노래의 가사를 김희철이 작사해 화제가 되었는데, 정말 김희철스러우면서도(?) 중국 느낌이 팍팍나고 오렌지캬라멜의 컨셉과 잘 어울리게 지었다고 느꼈다. 뮤직비디오에는 뉴이스트의 민현이 출연하는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음원순위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이제 더 이상 ‘선병맛 후중독’이 아닌 ‘선중독 후중독’이 되었다.

걸그룹 유닛 최초의 정규 앨범, 최고의 성적 ‘립스틱’

2012년 9월 12일, 1년만에 컴백한 오렌지캬라멜은 걸그룹 유닛 최초로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사실 유닛으로 2년동안 활동하는 것도 대단한데 거기에 정규 앨범까지 나오다니 이 정도면 단독 콘서트를 열어도 될 만한 엄청난 성공이다. 이와 반대로 본진그룹인 애프터스쿨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본진그룹보다 유닛그룹의 성적이 잘나오는 현상이 더욱 극심하게 드러났다. 음원 성적도 우수해 1위 후보에 여러 번 올랐으나 시크릿, 지드래곤, 가인 등 쟁쟁한 후보들에 밀려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컨셉은 이전 활동곡들에 비해 비교적 평범한 편이었으나(오렌지캬라멜의 컨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다.) 곡이 워낙 좋고 중독성 있어 오렌지캬라멜의 승승장구는 계속되었다.

주띠메리 호이호이호이~ 춤추는 작은 ‘까탈레나’

오렌지캬라멜이 1년 반의 긴 침묵을 깨고 2014년 3월 12일 1년 반 만에 컴백했다. 그동안 오랜 공백기에 몸이 근질근질 헀는지 좀 더 업그레이드된 병맛으로 돌아왔다. 티저부터 갑자기 멤버들이 초밥이 되어 랩에 싸여 나타나더니 무대에서도 초밥이 된 채로 활동한다. 무대의상은 처음에는 초밥이었다가 갈수록 다양한 음식이 되어갔다. 비빔밥, 햄버거, 도넛, 라면, 오렌지주스, 삼각김밥 등 직접 음식이 되거나 머리에 다양한 음식을 올렸다. 처음에 “주띠메리 호이호이호이~”라는 가사가 있길래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궁금했었는데, 찾아보니 노래에서도 느껴지듯 인도 펀자브족의 민요 ‘주띠 메리’에서 따온 곡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오렌지캬라멜 최애곡인데, 특히 제일 좋아한 부분은 첫 인트로 부분에서 멤버들이 “하!”하면서 기합을 넣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이게 그냥 평범한 기합 소리였는데 갈수록 진화하여 나중에는 기상천외한 익룡소리가 나오는 게 포인트다.

단 한 번의 평범함, 마지막 활동곡이 되어버린 ‘나처럼 해봐요’

오렌지캬라멜의 활동 주기가 점점 길어져 다음 활동은 2015년에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빠르게 2014년 8월 18일, 5개월만에 발매되었다. 티저 이미지로 청소부 컨셉의 사진과 윌리를 찾아라 컨셉으로 멤버들이 숨어있는 사진이 공개되었고, 이후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는 숨은그림찾기와 틀린그림찾기 컨셉을 이용하여 참신한 영상이 나왔다. 무대에서도 오렌지캬라멜과 똑같이 오렌지색 의상을 입은 관객들 사이에서 춤을 추며 숨은그림찾기 컨셉을 제대로 살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숨은그림찾기와 틀린그림찾기라는 컨셉은 되게 잘 잡았지만 이전 곡들에 비해 뭔가 평범하고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결국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컨셉도 좋지만 결국 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후 이 곡의 실패 때문인지 소속사의 다른 사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곡을 끝으로 오렌지캬라멜의 활동은 끊기게 된다.(애프터스쿨은 이미 활동이 끊긴지 오래다.) 나처럼 해봐요 앨범의 수록곡으로 ‘강남거리’가 있었는데, 당시 필자의 숨어 듣는 명곡이었다. 이 곡으로 활동을 하거나 무대에 한 번이라도 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좋은 곡이었다.

오렌지캬라멜의 근황은?

2014년 8월에 ‘나처럼 해봐요’ 활동이 끝난 후 레이나는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고, 나나는 굿 와이프를 통해 연기에 데뷔하고, 리지는 예능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등 멤버들의 개인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6년에는 슈가맨에 레이나와 리지가 함께 오렌지캬라멜로 나오면서 팬들에게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지만, 결국 슈가맨이 오렌지캬라멜로 함께한 마지막 활동이 되었다. 리지가 2018년 4월 30일 계약 만료와 함께 애프터스쿨을 졸업하고, 레이나가 2019년 12월 27일 계약 만료되면서 애프터스쿨, 그리고 오렌지캬라멜은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해체상태가 되었다. 나나는 유일하게 플레디스에 남아 연기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KBS 드라마 저스티스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자신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2019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했다. 리지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후 ‘박수아’에서 다시 본명인 ‘박수영’으로 활동명을 바꾸며 본격적인 연기자 활동을 알렸고, 오는 5월 첫 방송되는 ‘오 마이 베이비’에서 장나라와 호흡을 맞춘다. 레이나는 드라마 OST, 프로젝트 싱글 등 꾸준하게 가수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2018년 8월부터 ‘아임레이나’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해 현재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글을 마치며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키고, 좋게 말하면 B급 문화, 당시에는 병맛이라 불렸던 컨셉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걸그룹 유닛계의 전설 오렌지캬라멜. 그들의 병맛에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유니크함이 있었다. 이후 오렌지캬라멜의 영향을 받은 레인보우 픽시, AOA크림, 구구단 오구오구, 오마이걸 반하나 등 수많은 걸그룹 유닛이 나왔지만 오렌지캬라멜의 아성을 넘는 유닛은 아직까지 없었다. 앞으로도 오렌지캬라멜을 뛰어넘는 유닛, 그리고 그들을 뛰어넘는 컨셉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4년이 넘는 시간을 오렌지캬라멜로 살면서 마법소녀가 되고, 강시가 되고, 초밥이 되는 등 고생을 가장 많이 했던 멤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p.s. 곧 마법소녀가 나온 지 10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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