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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사랑의 양면에서, 소년들이 노래하는 그들만의 歌



출처: 이펙스 공식 트위터


‘다음 생에 oh 난 누나네 고양이로 태어날래’

누나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다소 파격적인 가사로 주목을 받았던 C9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EPEX(이하 이펙스)가 지난 4월 26일 <여우가 시집가는 날>로 컴백했다. 특히 해당 앨범은 지금까지 나온 앨범의 시리즈 중 ‘사랑의 서’ 챕터에 해당하며, 소년들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팬들의 감수성을 한층 자극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의 앨범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한없이 귀엽고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줄만 알았던 이펙스의 또 다른 매력을, 지금까지 발매된 앨범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펙스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데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불안의 서’와 ‘사랑의 서’는 각기 다른 이펙스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 직감은 데뷔 초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데뷔 초반에 나온 두 앨범의 제목에는 공통적으로 ‘Bipolar’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이는 양극성을 뜻하며, 이펙스는 앞으로의 활동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다짐하고 있다. 이는 아직 소년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펙스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이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지 파악하는 좋은 요소가 되고 있다. 이펙스는 이런 양면성을 ‘불안’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립하고자 하였다.

I. 사각지대 하나 없는 사회 속 ‘불안의 서’


출처: 이펙스 공식 트위터, <학원歌> MV


이펙스가 말하는 불안은 대개 그 시기의 청소년들이 겪을 불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펙스는 그 시작을 <Lock Down> 활동으로 선정했다. <Lock Down>에서는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하게 사용되는 SNS를 주 키워드로 잡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우울감을 타이틀곡을 통해 표현했다. 이러한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는 듯 노래는 어두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로 구성되었으며, 이외의 수록곡들도 힙합 장르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앞으로 전개될 불안의 서를 예고하는 듯 SNS와 우울감 뿐만 아니라 자유의 진정한 의미, 루머가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 속 위태로움, 자아정체성 등의 주제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는 이펙스 이전에 데뷔한 그룹인 CIX(이하 씨아이엑스)의 <순수의 시대> 활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펙스는 씨아이엑스보다는 조금 더 가깝게 접할 수 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을 성장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마음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서사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펙스는 이렇게 예고한 ‘불안의 서’ 스토리를 학원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사교육과 입시가 치열한 현대의 청소년 사회를 하나의 전쟁터로 비유한 타이틀곡 <학원歌>는 <Lock Down>과 같이 긴장감 있는 베이스 기반의 힙합 장르를 보이고 있다.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이펙스는 자신들이 있는 곳을 ‘수정’으로 표현하며, 깨진 수정을 넘어 사냥감이 되기 전 자신들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고자 한다. 이는 전쟁터 같은 세상 속 자신들을 압박해 오는 성적과 사교육 제도에 당당히 맞서고, 더 이상 일관된 교육 속에 묶이지 않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한계에 부딪히고,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을 보이게 되는데, 수록곡에선 이런 청소년들의 외로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곡이 <번아웃>이다. 최근 번아웃 증후군이 익숙해진 사회에서 외로움을 표하지만 끝에는 결국 이 외로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하는 가사는, 불안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소년들만이 가질 수 있는 당찬 포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C9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해당 앨범을 기획할 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모티브로 차용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관을 살펴보았을 때, 이펙스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모든 것을 통찰하는 ‘빅 브라더’와 동일시하며 그에 대해 저항하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앞에서도 언급한 ‘수정’이라는 단어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유리 문진’이 깨지며 당원들에게 체포되는데, 이런 억압된 상황을 유리 문진과 비슷한 ‘수정’을 사용해 가사 속에서 표현했다. 이러한 배경은 앞으로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른 파트에서는 어떤 어두운 측면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할지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II. 소년들의 풋풋한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랑의 서’


출처: <사랑歌> MV, 이펙스 공식 트위터

지금까지 소년들은 사회로 인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사랑의 서’에서는 처음 사랑에 빠진 소년들의 귀여운 방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당 챕터의 시작을 알리며 발표한 타이틀곡 <Do 4 Me>는 이펙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청량함과 귀여움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다음 생엔 Oh 나 누나네 고양이로 태어날래’, ‘난 진짜 다 줄 거니까 받아줘 천천히’와 같은 가사는 마치 누나의 사랑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소년의 풋풋한 모습을 막힘없이 보여준다. 또한 이전의 어두운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앨범 곡들과 달리, ‘사랑의 서’ 앨범에서는 비교적 밝고, 부드러운 템포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의상 스타일링과 뮤직 비디오도 어두운 색감보다 부드럽고, 원색 계열로 포인트를 많이 준 것이 보이며 교복, 휴대폰, 메신저 등 아직 미성숙한 시절의 소년들을 보여주는 오브제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프롤로그를 지나 보이는 소년들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보여진 모습은 당돌함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서 챕터 1의 타이틀곡 <사랑歌>에서는 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당히 고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곡만의 특징이라면 곡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식의 흥과 추임새를 더한 가사는 듣는 청자로 하여금 더 흥을 돋구게 만들고, 소년들의 깜찍한 면모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나온 사랑의 서 챕터 2는 사랑을 하면서 소년들이 겪는 성장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여우가 시집가는 날>은 여우비를 소재로 소년들의 이별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소년들에게는 처음 겪는 상황이기에 가슴 아프게 다가올 수 있지만,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인 우리에게는 그저 귀여운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해당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안녕, 나의 첫사랑>에서는 첫사랑이었던 상대에게 담담히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 앞에서 한 층 성장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사랑의 서 챕터에서는 소년들의 강렬하고 반항적인 모습보다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더 많이 제시하고 있다. 사랑에 서툴고,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앨범의 챕터들은 이펙스만의 ‘소년미’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것 같다.

이렇게 완전히 반대된 앨범 서사를 보여주고 있는 이펙스이지만, 한 인터뷰에서 이펙스는 결국 불안과 사랑은 완전히 극단적인 감정이 아닌, 서로 공존하는 감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감정 모두 소년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년기는 정말로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안과 사랑이 맞닿아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울고 웃고 하던 우리의 그 시절 모습을 이펙스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툴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미성숙함의 모습을 제시할 것이다. 아름다운 미성숙을 보여주는 이펙스의 계속된 도약을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이펙스 측, '학원가' 홀로코스트 논란에 "소설 '1984' 모티브…가사 수정"[전문] (스타투데이)


EPEX, 소년은 이렇게 성장한다 (네이버 V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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