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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쪼꼬

로코코 양식으로 드러내는 양면성 : 오마이걸, [Remember Me]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1일

최근, 오마이걸이 4월 말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임을 알렸다. 아직 컴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미라클에게는 충분히 설렐만한 소식이다. 특히 필자는 아이돌의 콘셉트나 세계관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오마이걸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몹시 기대하고 있다.


오마이걸의 ‘띵작’이라고 하면 다들 ‘비밀정원’ 앨범 혹은 ‘다섯 번째 계절’ 앨범을 꼽지만, 필자는 ‘불꽃놀이(Remember Me)’를 타이틀로 하는 [Remember Me]을 선택할 것이다. ‘불꽃놀이(Remember Me)’은 차분한 피아노 선율로 구성된 티저 뒤에 다소 발랄하고 강렬한 사운드로 인해 다소 의견이 갈리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 앨범을 선택한 이유는 시각적으로 로코코 양식을 잘 표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그 양면성까지 완벽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로코코 회화와 오마이걸, [Remember Me] 이미지의 시각적 유사성

오마이걸 [Remember Me] ⓒ WM 엔터테인먼트 / Watteau, <Pilgrimage to Cythera>


[Remember Me]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앨범 커버이다. 앨범 커버는 콜라주 디자이너 doyo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는데, 로코코 회화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의 그림은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대표적인 인물인 와토의 <키테라섬의 순례>이다. 나란히 놓고 봤을 때, 두 그림의 형태적 유사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호수를 배경으로 하며 그 앞에 모여 있는 인물들은 일제히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와토의 그림은 분홍빛의 아름다운 색채로 유명한데, 오마이걸의 앨범 커버 역시 분홍빛의 색채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키테라섬의 순례>는 로코코 회화, 특히 와토의 주요 주제인 ‘페트갈랑트(fête galante)’를 주제로 하고 있다. ‘페트갈랑트(fête galante)’는 유행하는 옷을 입은 귀족들이 정원에서 즐기는 야외연회를 말한다. 특히 ‘사랑의 섬’이라고 불리는 그림의 배경인 키테라섬과 호수의 비너스상으로 사랑의 정원이라는 그림의 주제를 확실히 하고 있다. [Remember Me]는 전작인 ‘비밀정원’의 연작으로서 하늘정원을 표현하여 역시 정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두 가지 이미지의 의미를 연결해볼 때 커버 디자인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좌) 오마이걸 ‘불꽃놀이(Remember Me)’ 뮤직비디오 캡처 ⓒ WM 엔터테인먼트

(우) Fragonard, <The Swing>


‘불꽃놀이(Remember Me)’ 뮤직비디오에서도 로코코 회화를 오마주했다. 바로 프라고나르의 <그네>이다. 이 작품은 <라푼젤>, <겨울왕국> 등과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도 오마주한 적이 있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것이다. 그림에는 로코코 회화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주요 정서를 이루고 있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에로티시즘을 지우고 하늘정원의 환상성을 담았다.


로코코 복식과 '불꽃놀이(Remember Me)' 의상의 현대적 변용

인기가요 오마이걸 ‘불꽃놀이(Remember Me)’ 캡처\

ⓒ SBS 인기가요


스토마커와 드레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소소♥’


활동 전반의 의상 콘셉트 또한 로코코 양식을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멤버 아린과 승희가 인기가요에서 착용했던 의상은 로코코 시대의 ‘스토마커’를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스토마커’는 당시 여인들이 가슴과 아랫배에 걸쳐 앞섶에 덧대던 것으로 드레스 앞섶에 드러나도록 입었다. 오마이걸의 의상은 ‘스토마커’의 형태를 완벽히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로코코 시대의 의상을 차용했음을 알려주는 포인트로 사용하였다.


오마이걸 ‘불꽃놀이(Remember Me)’ 뮤직비디오 캡처

ⓒ WM 엔터테인먼트


영화 ‘마리앙투아네트’


장갑과 모자 역시 로코코 복식의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머리를 높게 올려 강조하기 위한 모자가 포인트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 ‘마리앙투아네트’ 중 로코코 복식의 특징을 잘 살린 장면을 가져왔다. '불꽃놀이(Remember Me)'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비니는 모자와 장갑을 착용했고, 멤버 효정 역시 모자를 착용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이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로코코의 요소들이 레트로풍과 혼합되어 나타난다. 독자들도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충분히 이런 부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로코코와 오마이걸, [Remember Me]의 양면성

Watteau, <Gilles>


오마이걸 역시 여타 아이돌과 같이 ‘CLOSER’부터 ‘BUNGEE’까지 성장 서사를 통해 각 앨범의 맥을 잇고 있다. 그중 사랑에 대한 불안은 이들의 음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보통 불안은 우울함, 즉 ‘멜랑콜리’를 동반하기 때문에 로코코 미술을 앨범의 전반적인 콘셉트로 설정한 것은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로코코 회화 역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에로티시즘과 우아한 귀족들의 일상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연극성과 멜랑콜리도 담고 있다. 로코코 회화에서 멜랑콜리를 잘 표현한 작품은 와토의 <광대 질>이다. 몽환적인 색채와 광대의 무표정이 무척이나 대비적이다. 그렇다면 오마이걸 [Remember Me]의 양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오마이걸 ‘불꽃놀이(Remember Me)’ Teaser 1


오마이걸 ‘Twilight(Queendom Ver.)’


오마이걸 ‘불꽃놀이(Remember Me)’ M/V


첫 번째는 바로 '불꽃놀이(Remember Me)' 음악 자체이다. 해당 곡을 들어보면, 밝고 경쾌한 곡조는 사랑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고 기억해달라는 아련함을 담고 있다. 그 전자음 뒤에 티저에서 공개되었던 아련한 피아노 반주가 숨어있는 또 다른 반전도 존재한다.


두 번째는 오마이걸이 수록곡 ‘Twilight’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양면성이다. 이 곡은 사랑 노래지만 ‘갑자기 막 빨라지는 심장이 날 쳐다보는 인형들의 눈빛이 또 살짝 흔들린 것 같은 커튼이’ ‘13일의 금요일’ 등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요소들을 가사에서 차용하고 있다. 사랑의 설렘과 함께 다가온 불안을 공포영화의 스산함으로 표현한 것이다. <퀸덤>에서 선보인 리메이크 버전은 이런 양면적인 매력을 배가시킨다. 특히,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퍼포먼스가 매력적이다. 로코코 복식을 차용한 의상은 덤이다.


마지막은 이 앨범이 오마이걸의 서사에서 가지는 의미다. '불꽃놀이(Remember Me)‘ 이전의 오마이걸 음악들은 사랑의 불안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전작 ’비밀정원’에서 어떤 믿음 혹은 사랑이 싹트고 있지만, 아직 자라지 않아 혼자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불꽃놀이(Remember Me)‘는 불안한 사랑을 추억하는 동시에, 그것을 해소하며 ’다섯 번째 계절‘의 발판을 만든다.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이 글의 독자들은 이제 모두 [Remember Me]도 ‘띵작’임을 인정할 것이다. 믿음이 싹트기 시작하는 ‘비밀정원’이나 확신을 보여주는 ‘다섯 번째 계절’도 명작이지만, 둘 사이에서 양면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불꽃놀이’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 앨범을 돌이켜보며 곧 컴백할 오마이걸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열광케 할 지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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