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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아닌 여백, 원필의 필모그래피


작년 5월 성진이 육군으로 입대함을 시작으로 10월에 영케이가 카투사로, 그리고 올해 1월은 도운이 군악대로, 지난달 28일에 원필이 해군에 입대함으로써 데이식스 멤버 전원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원필은 군입대로 인한 과도기를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은 그 여백을 아름답게 채워 줄 원필의 솔로 앨범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Plimography>는 원필의 첫 솔로 정규 앨범으로, 전곡이 한글 제목이라 소설의 소제목들처럼 읽히기도 한다. 뮤직 비디오에서도 인어와 사랑에 빠져 버린 소설가의 이별을 그려내며 몽환미를 더한다.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 곡인 <안녕, 잘 가>는 소속사 대표 박진영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발라드 중 최고라고 극찬한 곡이라고 한다. 이 곡을 쓸 때 원필은 드라마나 영화 속 이별을 그려내고 싶어서 드라마 <바람이 분다>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사는 영케이가 입대하기 전에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썼다고 밝혔다.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상대를 위해 애써 놓아주려는 모습이 애틋하고 가슴을 콕콕 찌른다.


이건 네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고백’ ‘우리 끝내자, 헤어지자, 다시는 보지 말자’

이 노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 같다. 상대를 위하는 말이지만 내용은 결코 잔잔하지 않은.



두 번째 트랙 <지우게>. 지우개가 아니라 ‘지우게’다. <안녕, 잘 가>가 이별을 고하는 입장이라면 반대로 이별을 통보받는 쪽의 입장을 반영한 곡이다. 후렴구에서 웅장해지는 멜로디가 곡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


‘시작된 이별은 멈출 수는 없으니 잘 지내, 행복해, 아직 듣고 싶지 않은 말’

이별을 미루기 위해 시간을 끄는 애절한 가사가 돋보인다. 안녕 잘 가와 이 곡을 연속해 들으면 더욱 곡에 과몰입할 수 있다는 후문이 있다. <안녕 잘 가> 화자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이별하는 것 같았지만 <지우게> 화자의 입장에서 들으면 그냥 상대방의 마음이 식어 나를 떠나는 것일뿐.



세 번째 트랙을 장식하는 <소설 속의 작가가 되어>. 보통의 경우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가정을 하는데 원필은 작가가 되어 사랑의 시나리오를 쓴다.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문다 해도 구두를 잃어버린대도 해피 엔딩은 내가 만들게’

실제로 이 곡을 작곡할 때 원필은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어린 왕자, 백설공주 등 동화들은 다 찾아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입부부터 동화 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솔로 콘서트에서 원필이 이 곡을 부르며 등장했는데 필자는 분명히 후광을 보았다.



네 번째 트랙은 <우리 더 걸을까>.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기대어 쉴 수 있게 영원히 함께 같이 가 줄게 같이 가 줄래’

연인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한 뒤에 만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쓴 곡이라고 한다. 담백한 기타 선율과 달콤한 원필의 목소리가 더해져 연인이 봄에 꼭 들어야 하는 노래가 탄생하였다.



다섯 번째 트랙의 <외딴 섬의 외톨이>. 원필이 해당 앨범에서 가장 어려운 곡으로 뽑은 노래다. 그가 말하길 멤버들이 입대하고 혼자 남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꼈는데 팬들에게서 받은 응원 덕분에 힘을 얻었고, 그 고마움을 담은 곡이라고 한다.


‘벗어나 보려 했던 이 섬을 그대와 탐험해 보고 싶어요 옆에 있어만 준다면’

제목만 보면 잔잔하고 애절한 곡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외톨이가 사람을 통해 행복해진 가사가 인상 깊다. 정말 사랑스럽고 따뜻한 노래.



여섯 번째 트랙 <언젠가 봄은 찾아올 거야>. 원필이 The blank shop의 앨범에 <사랑 노래> 보컬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앨범을 계기로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원필의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다. 고음이 특징적인 원필의 저음 역시 매력적임을 보여준 곡인데, 개인적으로 콘서트에 다녀와서 더욱 좋아지게 된 곡이다.


‘행복해질 거야 힘든 길이라 해도 지나갈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 우리 웃어 보자 손 꼭 붙잡고 한번 버텨 보자’

공연 전 이 노래를 반복해 틀어 줬는데 입대를 앞둔 원필이 팬들을 위해 쓴 가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와닿았다.



일곱 번째 트랙인 <휴지조각>은 원필이 영케이의 베이스를 빌려 작곡하였다고 한다. 2019년 데이식스의 <Entrophy> 앨범이 발매되기 전 송캠프가 있었는데, 그때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한때는 연인이었던 이와의 추억을 휴지조각에 비유한 것이 강렬했다.


'휴지조각 너의 편지 우리 사진 나의 마음 뚜껑 없는 쓰레기통 가득하게 섞여 있는

지저분한 우리의 끝 예전 같지 않은 모습 변해 버린 너의 마음 지쳐 버린 나의 마음'

4음보씩 나눠 부르는 운율이 인상적인 곡이다.



여덟 번째 트랙 <늦은 끝>은 피아노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밍지션이 참여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원필의 감성이 잘 느껴지는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과 복면가왕에서 부른 <그대라는 시> 모두 밍지션과 작업하였다. 밍지션은 원필이 함께 작업할 때 시너지가 난다고 밝힌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피아노와 원필 목소리로 꽉 찬 곡이다.


‘밤새 울던 나만의 늦은 끝 이젠 정말 헤어져요’

사람마다 끝을 내는 속도가 다르고, 이미 이별해 버린 상대방과 달리 이제서야 이별을 수용하는 필자의 모습이 인상 깊다. 개인적으로 천천히 이별을 하고자 하는 아이유의 <느리게 하는 일>과 함께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아홉 번째 트랙인 <그리다 보면>. 이 곡의 작곡에 참여한 1415의 오지현과 피아니스트 심현은 원필과 중학교 동창으로 ‘음악삼총사’(일명 음삼)로 그때부터 함께 음악을 해 왔다. 두 사람은 해당 곡 뿐만 아니라 원필의 솔로 앨범을 위해 열심히 나서 주었다는 후담이 있다.


‘어른이 되면 완벽한 풍경 속에 있을 거라며 미랠 그렸어’

중학생 때부터 함께 미래를 그리며 음악을 해 오던 세 명이 비로소 어른이 되어 함께 작업한 곡이라 더욱 벅차오른다. 꿈이 좇는 아이였다면 누구든 공감이 갈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 <행운을 빌어 줘>.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이다. 원필이 솔로 앨범을 발매한 날 코로나에 확진되어 음악 방송 및 스케줄들이 전면 취소되었는데, 팬들과 원필 모두 아쉬워하던 차에 올림픽 시즌에 이 곡이 많은 올림픽 영상들의 bgm으로 쓰이며 많은 화제가 되었다.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만든 이 곡. 행운이고 행복이고 전부 다 원필에게 빌어 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원필의 이야기와 목소리로만 채워진, 다정한 위로를 건네주는 솔로 앨범 <필모그래피>. 한 편의 소설을 읽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기울여 들으며 ‘최애’ 곡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원필을 포함한 데이식스 멤버들은 각자 브이로그 업로드, 커버곡 업로드, 편지 및 SNS를 통해 그들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공백이 아닌 여백기를 보내고 있는 데이식스에게 행운을 빌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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