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에 데뷔한 에잇크리에이티브 소속 7인조 보이 그룹 ‘OnlyOneOf(온리원오브)’는 K-POP 내 숨은 ‘띵곡’ 보유자로 떠오르는 신인 중 한 팀이다. 이들의 이름이 다소 낯설 지라도 눈을 가릴 정도로 긴 앞머리로 인해 ‘음악 방송 내 금발 커튼’이라는 별명이 생긴 멤버 준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맞춤 ‘자가격리 생일파티 영상’을 통해 한 번쯤은 접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이들이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2020년 5월 발매한 싱글 앨범 ‘Produced by [ ] Part 1’ 발매 전 프로듀서진의 공개했을 당시였다.
‘Produced by [ ] Part 1’은 총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힙알못’일 지라도 한 번쯤 시그니처 사운드를 통해 들어봤을 법한 그레이, 보이콜드, 차차말론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이전부터 <dOra maar>, <savanna>, <sage/구원> 등 신인 보이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며 암암리에 알려져 왔었다. 그리고 ‘Produced by [ ]’ 프로젝트를 통해 정상급 프로듀서진을 기용하여 온리원오브의 디스코그래피를 상향 평준화로 이끌어냄은 물론, K-POP 팬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귀까지 사로잡고자 했다. 덕분에 ‘Produced by [ ] Part 1’은 수록곡 <angel>, <designer>, <너-거짓말-나> 모두 ‘트리플 타이틀’이었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음원으로 구성될 수 있었다.
어떻게 갓 데뷔 1주년을 맞이한 신인 그룹이 이렇게 화려한 라인업의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을까. 답은 온리원오브의 A&R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제이든 정에서 출발해볼 수 있다. 그는 JYP, 울림 엔터테인먼트 A&R 출신이자 러블리즈의 ‘소녀 3부작’, <Butterfly>까지 이달의 소녀의 모든 앨범과 세계관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소니뮤직의 아시아 총괄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그리고 소니뮤직 소속이자 온리원오브의 <designer>를 프로듀싱한 보이콜드의 앨범의 A&R로 참여했으며, 이외에도 그루비룸, 헤이즈, 소코도모 등 힙합씬에서 활약 중인 아티스트의 앨범에도 A&R로서 참여했다. K-POP 시장에 오랜 기간 재직해온 그를 에잇디 크리에이티브가 영입함으로써 온리원오브의 데뷔부터 곡의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상향으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Produced by [ ]’의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그룹과 힙합 프로듀서의 협업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힙합으로 엑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세훈&찬열의 <What a life>은 개코와 디바인채널이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보이비와 행주, 그레이가 곡에 참여했다. 힙합 아이돌의 정체성을 추구하던 데뷔 초의 몬스타엑스는 <무단침입>과 <HERO>는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가, <신속히>는 기리보이가 참여했다. 온리원오브의 <너-거짓말-나>를 프로듀싱한 차차말론의 경우 백현, 인투잇, 이달의 소녀, 레드벨벳, 신화 등 아이돌 음악에 꾸준히 곡을 프로듀싱해온 케이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협업은 아이돌에게 ‘힙합’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반면 온리원오브는 힙합 아이돌이 아니며, 랩이 곡의 전반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힙합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메이저 장르로 거듭났고, 힙합 프로듀서들은 장르적 한계를 넘어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맞물린 좋은 협업이었다. 온리원오브는 이들과의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트렌디함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곡을 받을 수 있었을 뿐더러 프로듀서 라인업을 통해 화제성 또한 모을 수 있었다.
‘Produced by [ ]’ 프로젝트는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온리원오브의 공식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는 3만 8천명, 인스타그램은 9만 7천명을 보유하고 있다. ‘Produced by [ ] Part 1’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살펴보자면 그레이는 약 240만 명, 보이콜드와 차차말론은 약 12만명으로, 그레이가 발매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온리원오브 <angel>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1만 회를 기록했다. 필자의 경우도 보이콜드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온리원오브의 컴백 이슈를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발매가 되자마자 찾아서 들어본 케이스다. 온리원오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더라도 이들의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에 관심이 있거나 SNS를 팔로우한 경우 온리원오브의 신보로 매개될 수 있는 연결점으로 작용했다.
필자가 온리원오브의 행보에 주목한 것은 서바이벌 출신이 아니며, 이들의 소속사인 에잇디 크리에이티브의 첫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이다. 물론 에잇디 크리에이티브 소속이자 아이즈원 멤버 강혜원의 프로듀스 48 출연으로 소속사의 이름이 많이 알려졌고, 이로 인해 온리원오브의 데뷔에 관심이 이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듀스 시리즈 및 믹스나인에서 파생된 아이돌 멤버들이 현재 굉장히 많으며, 이미 성공을 거둔 직속 선배 그룹에서 내리사랑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많은 걸 봤을 때 온리원오브의 출발선이 마냥 유리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로 인해 온리원오브는 ‘남들과는 다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들은 팬덤을 대상으로 우승상금 10만 달러를 걸고 <dOra maar> 영문 작사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세계 최초로 자동차 극장에서 100여 명의 팬들과 ‘드라이브 스루’ 팬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Produced by [ ]’ 프로젝트 역시 높은 수준의 앨범 퀄리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아이돌 포화시장 속 대중들에게 온리원오브라는 그룹을 알릴 수 있는 영리한 솔루션 중 하나로 보인다.
온리원오브는 6월 14일 ‘Produced by [ ] Part 1’의 타이틀곡 <angel>의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2020년 8월에 있을 ‘Produced by [ ] Part 2’의 첫 프로듀서로 그루비룸을 공개하여 이번 여름, 엄청난 곡으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찾아갈 것을 예고했다. ‘Produced by [ ]’ 프로젝트는 온리원오브라는 그룹만의 색을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듀서진과 작업하고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K-POP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며 ‘온리원오브’라는 면을 위해 끊임없이 점을 찍고 선을 그려나가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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