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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hot> : 영화로 풀어본 엔플라잉의 새로운 도전


*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구성된 글입니다.


ⓒ FNC 엔터테인먼트

FNC 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밴드 엔플라잉(N.Flying)이 데뷔 6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정규 1집 《Man on the Moon》은 '변화'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트라우마를 딛고 극복하는 과정을 원한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존에 ‘달’을 소재로 한 곡들은 주로 달이 가진 낭만적인 속성을 더해 사랑을 노래했거나, 지구를 맴도는 위성의 기능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Moonshot (문샷)> 속 달은 CCTV에 빗대어 통제적 감시도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달을 긴장, 트라우마 같은 내적 요인, 혹은 엔플라잉이라는 팀을 한정짓고자 하는 부정적인 시선의 외적 요인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분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브릿지에서 보컬이 깨지듯 들리게끔 고의적으로 믹싱하고, 아웃트로는 곡의 캐치프레이즈를 떼창해 리스너에게 곡의 메시지가 좀 더 직관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

뮤직비디오도 메시지 전달을 위한 장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엔플라잉은 이전부터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곡을 선보인 바가 있었기에, 이번 <Moonshot>도 자연스레 영화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게 됐다. <Moonshot>의 콘셉트 포토 및 뮤직비디오는 전반적으로 80년대 미국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번 신곡의 장르를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얼터너티브 록으로 채택한 만큼, 콘텐츠의 청각적, 시각적 요소의 톤을 일치시킨 섬세한 기획이다.



ⓒ FNC 엔터테인먼트

엔플라잉은 데뷔곡 <기가 막혀>에서 처음 선보였던 ‘엔피시스템(N.Fie System)’을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소생시켰다. 엔피시스템은 ‘엔피시스템 트럭’이라는 자동차를 매개로 2050년의 엔플라잉과 오늘날의 엔플라잉을 연결해줄뿐더러, 시간여행의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매개체를 자동차로 선정한 것은 레트로 팝 컬쳐의 아이콘 격인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1985)’를 연상케 한다.



(좌) N.Flying <기가 막혀> M/V | (우) N.Flying MOOD TEASER (회승)

<Moonshot>은 이러한 엔피 시스템의 세계관 선상에 있다는 것을 뮤직비디오를 통해 암시한다. 차훈의 MOOD TEASER 속 등장하는 차량 앞 유리에 붙어있는 ‘엔피’ 캐릭터의 스티커와 <기가 막혀>와 마찬가지로 모니터 및 기계가 가득찬 트렁크 칸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같은 세계관 설정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6년 전에 공개된 <기가 막혀>의 뮤직비디오는 최신 기술을 결합한 화려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던 반면, 2021년의 <Moonshot>은 뒤쪽이 두꺼운 CRT 모니터와 흑백의 CCTV, LP판 등을 소품으로 사용한다. 이는 레트로 콘셉트의 유행으로 달라진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어 엔플라잉의 음악을 꾸준히 팔로업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상) N.Flying <기가 막혀> M/V | (하) N.Flying <Moonshot> M/V

잠시 <Moonshot>에서 드러난 엔피 시스템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이번 뮤직비디오는 정규 1집인 만큼 <기가 막혀> 뮤직비디오의 ‘떡밥 회수’가 진행되었다. <기가 막혀>에서 흰색 정장 차림의 엔플라잉은 2050년의 엔플라잉을 상징한다. <Moonshot> 에서 비눗방울의 향연 속 세미 정장을 입은 모습의 엔플라잉이 흑백 처리가 된 영상으로 재등장한 것으로 보아, 이 역시 2050년의 엔플라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동일하게 감시 카메라를 통해서 현재의 엔플라잉의 모습을 지켜본다.



N.Flying MOOD TEASER 동성, 회승

그리고 멤버 추가 영입이 있었던 팀인 만큼, 회승과 동성에게 특별한 역할을 부여한 것을 볼 수 있다. 동성은 감시자이자 기존 엔피 시스템의 변화를 좇는 포지션으로, 좁은 방 안에서 감시당하고 있는 재현의 방을 관찰하고, 동성의 MOOD TEASER에서는 엔피의 미싱 포스터에 검정색 스프레이 칠로 사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승은 엔플라잉 멤버가 놓인 공간이 누군가의 감시 아래에 있다는 걸 깨닫고, 승협을 도와 가상의 세계에 균열을 내려 한다. 이로써 데뷔 당시에 보여줬던 세계관을 리부트하는 것이 아닌, 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좌) 영화 '백 투 더 퓨처' | (우) N.Flying <Moonshot> M/V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 재현의 방에서도 ‘백 투 더 퓨처’의 흔적을 캐치할 수 있었다. 위 사진 속 시계는 ‘Kit-cat clock’의 브랜드 상품 중 하나로, 미국 내 빈티지 레트로 시계로 유명하며 ‘백 투 더 퓨처’의 타이틀 시퀀스에 등장했다. ‘Kit-cat clock’을 이용해 ‘백 투더 퓨처’를 오마주한 다른 사례로는 1980년대의 문화를 총집합한 미국 SF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가 있다. 198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은 ‘백 투 더 퓨처’의 개봉 연도와 동일한 시간대를 공유한 만큼 해당 영화에서 등장한 브랜드를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 시계를 소품으로 사용했다. 전례와 같이, <Moonshot> 속 시계 소품 역시 엔피 시스템을 '백 투 더 퓨처'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제시하고, 레트로 콘셉트를 강조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영화 '조찬 클럽'

1980년대 대표적인 하이틴 영화 ‘조찬 클럽 (The Breakfast Club, 1985)’은 <Moonshot>의 캐치프레이즈 ‘If you wanna change, Be not afraid’에 대한 감상을 확장할 수 있는 레퍼런스다. ‘조찬 클럽’은 도입부에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Changes> 가사를 인용하면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 아이들은 당신들이 침을 뱉어도 당신의 의견에 면역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겪는 과정을...") 물론 영화와 엔플라잉의 신보가 제공고자 하는 메시지는 ‘변화’라는 키워드는 동일하지만, 이를 풀어낸 이야기에 대해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조찬 클럽’은 청자로 설정한 '구세대(교사)'에게 그들과 다른 모습의 '젊은이(다섯 학생)'들을 문제아로 규정짓지 말고, 이들의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Moonshot>은 청자의 변화를 지지하는 내용이다.



(좌) 영화 '조찬 클럽' | (우) N.Flying <Moonshot> Title Photo

하지만 <Moonshot>에서 '달'이 상징하는 외적 요인을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메시지에 있어서 '조찬 클럽'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 <Moonshot>의 타이틀 포스터 속 승협의 모습은 ‘조찬 클럽’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엔딩 장면의 ‘존’이 하늘을 향해 손을 찌르는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 ‘조찬 클럽’의 엔딩은 토요일 아침에 ‘자신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벌을 받은 이들이 갈등과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공감하고 깨달은 것을 벌을 내린 선생님에게 바치는 내용의 편지를 읊는 나레이션을 담고 있다. 편지 내용 중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보잖아요. 가장 단순하고 가장 편한 정의를 내려서요.’라는 내용은 가정으로부터 받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발버둥치는 학생들을 헤아려 보지 않고 ‘문제아’로 납작하게 규정하려고 하는 구세대를 꼬집는 일침이다. 필자는《Man on the Moon》에서 ‘달’이 의미하는 바 중 하나로 엔플라잉의 음악적 색깔을 <옥탑방>으로만 규정하려는 이들을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이번 정규 1집을 통해 엔플라잉이 시사하고자 한 바는 ‘조찬 클럽’의 구세대처럼 엔플라잉을 한가지 색깔의 밴드로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일침으로도 볼 수 있겠다.



ⓒ FNC 엔터테인먼트

이외에도 익히 알려진 굵직한 영화들의 잔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등장하는 ‘달’의 이미지는 ‘달 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1902)’를 오마주했고, 영상 속 재현의 방에 ‘달 세계 여행’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회승에 의해 현재 위치한 세계에 수상함을 느낀 승협이 세계의 균열을 내는 장면은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1998)’에서 트루먼이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가 가짜라는 것을 자각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엔플라잉이 옥상에서 도움닫기를 한 후 달을 향해 도약하는 장면은 영화 ‘E.T. (1982)’의 명장면인 엘리엇이 E.T.의 초능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며 달을 지나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엔플라잉이 ‘옥상’에서 출발해 달에 발을 딛는 장면은 <옥탑방>에서 <Moonshot>으로 다시 한 번 획기적인 성장을 꾀하겠다는 뉘앙스로 해석할 수 있다.

 

연인, 가족 등에서 비롯된 ‘사랑’을 다뤄왔던 엔플라잉은 정규 1집으로 비교적 진취적인 톤의 메시지와 사운드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Moonshot>의 음원과 뮤직비디오에 투영한 스토리텔링은 지난날의 엔플라잉을 상징하는 ‘엔피 시스템’이란 레거시는 내려 두고, 정규 1집을 변곡점 삼아 이들의 강렬한 포부와 새로운 출발을 선보이는 계기에 대해 다룬 것으로 보인다. ‘If you wanna change, Be not afraid’라는 구절을 곡이 진행되는 동안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은 어쩌면 정규 1집을 통해 극적인 변화를 선보인 엔플라잉 자신에게 되뇌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보를 발표한 엔플라잉도, 그리고 <Moonshot>의 리스너도 변화를 위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불을 지펴서 달의 정상에 도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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