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드벨벳 ‘Blue Lemonade’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Blue Orangeade’ : ‘하와이안 블루(Hawaiian Blue)’, ‘스파클링 블루(Sparking Blue)’
첫 번째 ‘BLUE’는 청량하고 가벼운 느낌의 ‘하와이안 블루’와 탄산이 더해진 블루 ‘스파클링 블루’를 대표하는 두 곡 레드벨벳의 ‘Blue Lemonade’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Blue Orangeade’. 공교롭게도 두 곡 모두 에이드를 소재로 했는데, 같은 푸른 빛 위로 다른 과일을 얹어 모양새와 맛을 달리한 두 잔의 에이드가 표현하는 공통의 블루는 ‘스파클링’이다.
사진 출처 : 레드벨벳 ‘Power Up’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레드벨벳의 ‘Blue Lemonade’는 파란 바다를 앞에 둔 여름을 표현한 블루, 그 위로 퍼지는 상큼한 레몬의 향, 그리고 ‘Pop pop pop’ 터지는 탄산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이 곡의 재미요소는 들을 때마다 다르게 그려지는 장면들. 특히 가벼운 하와이안 블루 색의 바다와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 같이 풋풋한 레몬이 조금은 평범한 두근거림이라는 생각에 그칠 때쯤 더해지는 탄산 가득한 스파클링 블루가 그렇다. ‘컵 한가득 달짝지근 바다 향이 나 Pop pop’, ‘갓 따온 레몬을 짜 넣은 것처럼 Pop pop’과 같이, 가사 사이사이마다 ‘Pop pop’이라는 가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특징인데, 이 작은 디테일 하나가 더해지면서 무난한 설렘은 짧지만 강렬한 여러 ‘순간’들의 맛으로 완성된다. ‘너와 내 눈빛 멈춘 그 사이 파도가 밀려오네’, ‘파란이 일어나 널 만난 그 순간’과 같은 감각적인 가사로 완성된 한 잔의 ‘Blue Lemonade’에서는 특별한 맛이 난다.
사진 출처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못지않게 독특하고 참신한 또 다른 에이드 곡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Blue Orangeade’. 이곡에서 블루와 오렌지는 각각 ‘나’와 ‘너’의 색으로, 정반대인 사람과의 만남을 보색 대비 현상으로 풀어낸 곡이다. 보색 대비 현상이라는 소재와, ‘넌 빨간 장미를 좋아해 넌 파란 바다를 좋아해 But I like violet 또’, ‘정반대 같은 보색 이 세계를 색칠하고 싶어’와 같이 다채로운 이미지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 곡의 신선함이 하와이안 블루를 떠오르게 한다면, 거센소리와 된소리 가득한 랩 가사와 트렌디함을 첨가한 뉴 잭 스윙 장르의 비트는 스파클링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비트에 맞춰 ‘You like 2pac I like Biggie Biggie’, ‘넌 강아지 난 kitty kitty’, ‘우린 S 또 N 자석 같아’, ‘-1+(+1)’과 같이 스파클링한 가사들을 따라 부르다 보면 ‘Blue Orangeade’의 특별한 맛에 취하게 된다.
2. 여자친구 ‘Mr. Blue’와 업텐션 ‘Blue Rose’ : ‘시안 블루(Cyan Blue)’
두 번째 ‘BLUE’는 ‘시안 블루’라고 불리는 대표 블루가 떠오르는 두 곡 여자친구의 ‘Mr. Blue’와 업텐션의 ‘Blue Rose’. 앞서 말한 하와이안 블루, 스파클링 블루의 곡들과 달리, 시안 블루를 대표하는 두 곡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서로 상반된다. 여름 느낌 물씬 나는 ‘Mr. Blue’, 다크한 래핑과 가사가 인상적인 ‘Blue Rose’. 그러나 두 곡의 블루는 ‘빨간색’이라는 요소를 거치면서 상통하게 된다.
사진 출처 : 여자친구 ‘열대야’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Mr. Blue’는 사랑하는 사람을 Mr. Blue라 칭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파란빛으로 표현한 곡이다. 언뜻 보면 흔한 소재와 주제에 특별할 게 없는 곡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위로 컬러 ‘Blue’를 활용한 섬세한 손길 같은 한 줄의 표현이 더해지면서 그 얘기가 달라진다. ‘꼭 사랑이란 게 다 빨갛진 않아’. 그리고 전후로 이어지는 ‘파란빛을 눈앞에 펼쳐 줘’, ‘저 바다같이 날 더 시원하게 해줘’까지의 가사가 조금은 뻔했던 여름 노래 감성을 지웠다. 사랑이란 게 다 빨갛진 않다는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표현은, ‘파란색의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바뀔 때 특별해진다. 사랑이 항상 빨간색 하트를 연상시키지는 않아도, 파란색의 하트는 그 자체만으로 낯설고 또 신선하다. 또 ‘정열적인 사랑’, ‘뜨거운 온도’ 같은 몇 가지 고정관념이 파란색 사랑을 중심에 두고, ‘날 더 시원하게 해줘’, ‘너의 맑은 색감이 좀 더 선명해지니까’, ‘바다를 닮은 너를 비춰줄’과 같은 가사들을 통해 투명한 바람 같이 선선한 사랑으로 대체될 때 비로소 ‘Mr. Blue’라는 제목까지도 유의미해진다.
사진 출처 : 업텐션 ‘Blue Rose’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업텐션의 ‘Blue Rose’ 또한 구현해내는 이미지와 방향은 묘하게 다르지만 결국 ‘Mr. Blue’와는 일맥상통한다. 제목이자 중심 소재인 ‘Blue Rose’, 그러니까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한 사랑’. 본래 장미에겐 파란색을 만드는 DNA가 없기 때문에 파란 장미는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꽃이라는 사연으로 갖게 된 꽃말이다. 이 곡은 꽃말을 주축으로 두고, ‘이 미친 사랑은 deep blue rose 날 다치게 해도 빠져버려’, ‘더 깊게 박혀 deep blue rose 이 고통쯤은 다 견딜 수 있어’와 같은 가사를 통해 불가능한 사랑을 가능케 하겠다는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을 표현했다. ‘Mr. Blue’가 파란색의 사랑을 통해 시원하고 맑은 사랑을 표현했다면 ‘Blue Rose’는 파란색의 사랑을 통해 기존의 열정적이고 이글거리는 사랑을 표현한 셈이다.
3. 하성운 ‘BLUE’와 태연 ‘Blue’ :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 ‘딥블루(Deep Blue)’
마지막은 밤과 푸른빛이 도는 새벽 사이에서, 또는 바다 깊은 곳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색 ‘미드나잇 블루’ 또는 ‘딥블루’가 떠오르는 두 곡 하성운의 ‘BLUE’와 태연의 ‘Blue’다.
사진 출처 : 하성운 ‘BLUE’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두 곡은 닮은 점이 많다. ‘딥블루’ 중에서도 다양한 명도의 블루를 표현했다는 점, 표현하는 블루의 정서는 ‘그리움’이지만 곡에서 ‘Blue’는 결국 사랑으로 통한다는 점이 그러하며, 그러나 에너지가 다르다는 점이 두 개의 ‘Blue’가 가진 차이점이다. 하성운의 ‘BLUE’는 비교적 동적이고,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아직 어두운 밤인 채로’와 같이 밤의 색채를 연상시키는 가사에서 ‘내 마음에 번지는 짙푸른 세상으로’처럼 푸른 새벽을 연상시키기까지 ‘끝을 모르게 계속 푸르게’, ‘Deep dive’하기를 반복한다. 캄캄했지만 꿈 가득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하게 바래왔던’ 푸른빛의 미래에 대한 포부를 모두 담은 곡. 마지막으로 뮤직비디오에서 연출되는 해저의 색과 진지한 눈빛의 하성운으로 하여금 ‘딥블루’의 곡 ‘BLUE’가 완성된다.
사진 출처 : 태연 ‘사계’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태연의 ‘Blue’는 함축적인 표현들로 여운을 남긴다. 하성운의 ‘BLUE’가 깊은 해저를 향해 끝없이 헤엄쳐가면서 동적으로 다양한 명도의 블루를 표현해냈다면, 태연의 ‘Blue’는 밤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간을 거닐며 정적으로 여러 가지 블루를 ‘기억’해내는 방식이다. 이 곡도 마찬가지로 ‘하얀 밤 아름답지만 더 차가운 밤’으로 연상되는 차가운 느낌의 블루부터 ‘넌 나의 Blue 늘 그랬듯이’라며 ‘사랑이라는 말 너를 닮은 그 말’ 따뜻한 사랑의 블루까지를 표현한다. 특히 그리움만 가득 채운다던 화자가 결국 ‘넌 나의 Blue’라고 조용히 읊조리는 후렴이 울림을 준다. 같은 제목의 두 곡은 정반대의 에너지를 내고 있지만 같은 명도의 블루로 통한다. 그 지점에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이 있다. 깔끔히 청산되는 지나간 기억과 마음은 없듯이,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그리움 같은 일종의 미련이 낮춘 블루의 명도가 오래 기억나는 두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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