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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FOR ME>: 트와이스의 LOVE CHRONICLE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드는 걸그룹 트와이스를 아우르는 테마는 사랑이다. 그들은 데뷔 앨범 《THE STORY BEGINS》부터 2020년 10월에 발매한 《Eyes Wide Open》까지 타이틀 곡을 통해 멜로 서사를 써 내려간 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5년간 이야기해온 ‘사랑’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시점인 2015~2017년도의 디스코그래피로 인해 대중에게 있어 트와이스는 막연히 사랑을 꿈꾸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들의 연차와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사랑에 대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이미지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대외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트와이스의 타이틀곡은 <Feel Special>, <Dance The Night Away> 외엔 줄곧 밝은 사랑 이야기를 고집해왔다. 물론 가사 속 인물의 변화(<What is Love?>에서 <YES or YES>)와 줄곧 고수해오던 ‘컬러팝’을 내려놓는 음악적 변화(<YES or Yes>에서 <Fancy>)가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일종의 티핑 포인트라고 볼 수 있는 <Fancy>, 그 이후에 발매된 <More & More>, <I CANT’T STOP ME>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지배하는 멜로 서사의 도입부를 다뤄왔다. 그 때문에 2020 MAMA에서 베일을 벗은 미발매곡으로, 속된 말로 ‘집착광공 재질’이라 불리는 트와이스의 <CRY FOR ME>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트와이스의 <CRY FOR ME>가 그들의 음악 세계에 있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구였느냐 묻는다면, 답은 NO다. 그들은 음악적 변화를 주면서 수록곡을 통해 트와이스의 서사적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그룹의 음악적 정체성인 ‘사랑’을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을 다소 뻔한 감정으로만 투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CRY FOR ME>에 도달하기까지 트와이스가 차근차근 빌드업해온, 아이러니한 멜로 서사의 곡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LOVE FOOLISH

미니 8집 《Feel Special》의 수록곡 <LOVE FOOLISH>는 심은지 작가와 멤버 모모가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어리석은 사랑’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제목처럼 사랑과 증오, 두 개의 감정선을 다뤘다. 기존의 트와이스의 러브송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도입부를 다루고 있으나, ‘이상해 네게 빠져들수록 / 미안해 너를 미워하게 돼’와 같이 사랑에 빠지는 걸 증(憎)의 감정과 엮어서 풀어나간다.


<LOVE FOOLISH>와 유사하게, 사랑에 빠져 복잡한 마음을 노래한 《What is Love?》의 수록곡 <SAY YES>와의 비교는 트와이스의 달라진 감정선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다. <SAY YES>의 화자는 ‘머리 속 한 가득 너로 채워’지며, 마음이 커지면서 불안도 커진다고 커진다고 하였다. <LOVE FOOLISH> 역시 복잡한 감정을 ‘낯선 감정 속 미로에 갇혔다’ 비유한다. 그러나 <SAY YES>의 화자는 답답한 감정과 함께 상대방의 승낙으로 사랑이 이뤄지길 소망하는 반면, <LOVE FOOLISH>의 화자는 사랑할수록 해롭다는 ‘증’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지금까지 발매된 트와이스의 유일하게 ‘hate’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것, 그리고 이별 혹은 증오가 주를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아이러니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트와이스의 멜로 서사의 범주를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MAKE ME GO

미니 9집 《MORE & MORE》의 수록곡 <MAKE ME GO>는 멤버 나연이 단독으로 작사를 맡은 곡으로, 상대방에게 망설이지 말고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했을 땐 ‘나한테 얼른 대쉬해’라는 수동적인 주제 의식을 다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청자를 묘사한 방식이 그러한 편견을 부순다. 가사 속 ‘날 향해 경계하는 / 두려움에 찬 그 눈빛’, ‘너의 떨리는 두 손’, ‘난 해치지 않아 / 다가와도 괜찮아’는 오히려 청자가 화자로부터 겁을 먹은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지막 후렴구에 들어가기 전 브릿지의 가사인 ‘점점 더 심장은 조여올걸 / 너의 떨리는 몸은 점점 굳어갈 거야’는 <MAKE ME GO>를 듣는 이로 하여금 치기 어린 유혹을 넘어, 서스펜스도 느끼도록 해 상상의 여지를 넓힌다.




HANDLE IT

정규 2집 《Eyes wide open》의 수록곡 <HANDLE IT>은 이별을 테마로 한 곡으로, 멤버 채영이 작사를 맡았다. 《Eyes wide open》에 수록된 다른 곡들에 비해 화려하게 들리는 곡은 아니며, 약 2분 50초의 시간 동안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곡이 진행된다. 곡의 차분한 분위기는 <HANDLE IT>이 이별의 감정을 조용히 읊조리며 정리하는 곡처럼 오해하기 쉬운데, 자세히 살펴보면 감정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별로 인한 상처, 그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으니 ‘넌 내게 돌아와야 한다’는 가사는 오히려 집착에 가깝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CRY FOR ME>를 접한 후 해당 곡을 다시 들으니 <CRY FOR ME>의 프리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곡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가사 속 감성이 묻어나오는 표현력이다. 기억을 떼어내는 걸 ‘스티커’에 비유해 자국이 남아 짙어 보인다는 것, 바람이 불어 시린 눈에 눈물이 난다는 것은 차분한 멜로디에 들어가 곡을 한층 풍부하게 들리도록 했다.




CRY FOR ME

2020 MAMA에서 공개한 미발매곡 <CRY FOR ME>는 훌륭한 음악과 기존에 고수해오던 노선과는 다른 콘셉트로 케이팝 팬덤에 충격을 안겨줬고, 이는 2020 MAMA 무대 유튜브 클립 조회수 1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대중의 선풍적인 반응과는 달리, 사실 이 곡은 발매 예정이 전혀 없던 곡으로 음원 공개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는 정식 음원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CRY FOR ME>는 <LOVE FOOLISH>에서 언급했던 증오(‘LOVE or hatred’)와 혼란스러운 감정(‘조금씩 또 빠져가 / 사랑에 내 결심이 또 무너져가’) <HANDLE IT>의 테마였던 집착(‘하지만 그녀와 달리 난 널 쉽게 놔줄 맘이 없거든’)을 한데 녹여낸다. 그리고 곡의 끝 무렵에 등장하는 ‘I want you to Die for me’는 등골을 서늘하게 해 <MAKE ME GO>처럼 서스펜스를 느끼게끔 한다.


곡의 화자는 진정한 사랑을 날 위해 울어주는 것을 통해, 혹은 죽는 것을 통해 증명하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제3자인 우리는 알 길이 없으나, ‘고쳐 쓸 가치도 없단’ 걸 통해 분명 큰 죄를 지었으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자는 상대방을 매몰차게 버리거나, 너 없이 잘 살 수 있다며 소리치지 않는다. 순진한 미소와 함께 품에 안긴 뒤, 끝에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리라 다짐한다. 날 위해 울어달라고 처절하게 말하는 모습은 트와이스의 연륜이 깊은 퍼포먼스와 보컬을 통해 생생한 장면으로 재현된다. 특히 브릿지에서 나연의 ‘너 연기라도 해 빨리 CRY FOR ME’는 스크린 밖 청중의 숨을 잠시 멎게 할 정도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새로움을 추구해가는 트와이스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이자, <CRY FOR ME>를 보고 이 정도까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한 명의 리스너로서, 정식활동이 아닌 이벤트성으로 시상식과 연말 무대를 선보인 것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Eyes wide open》의 후속 앨범 타이틀로도 전혀 손색없지 않았느냐는 물음표가 깊게 남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CRY FOR ME>가 앞으로 선보일 트와이스의 앨범의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사랑 앞에서 두근거리지 않더라도, 트와이스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는 걸 증명한 기회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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