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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VAS

CLC ‘No’와 여성 아이돌

최종 수정일: 2019년 2월 20일

Red lip NO Earrings NO High heels NO Handbag NO


지난 1월 31일 그룹 CLC는 ‘No’를 타이틀곡으로 한 미니 8집 [No.1]을 선보였다. 신곡 ‘No’는 발매 직후 최근의 통상적인 아이돌 음악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인해 커뮤니티와 SNS에서 한차례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과감한 제목의 타이틀곡 'No'를 통해 사랑이나 이별의 보편적인 정서가 아닌, 아이돌로서 요구받는 프레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청순, 섹시, 귀여움이라는 기존의 수식어를 부정하기보다는 ‘한 가지 색으로는 날 표현할 수 없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라고 말하는 앨범 소개에서부터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이 곡 속에 스며 들어 있다. 특히 여자 아이돌들은 표준화된 얼굴과 몸매를 가꾸길 강요 당하며, 표준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엄청난 질타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애교가 많지 않은 성격인데도 아이돌이기 때문에 애교를 시키거나 으레 아이돌이라면 가져야 하는 규정된 태도를 보이길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에 대한 기준이 존재함에는 동의하나, 아이돌이 지켜야만 하는 기준을 멋대로 세우고 지키지 않을 시 과한 비난을 하는 것은 엄연한 폭력이다.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며 아이돌은 끝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사진 출처: CLC 'NO' 뮤직비디오



Red lip NO Earrings NO High heels NO Handbag NO’

‘내가 제일 나일 수 있게’, ‘난 너를 위해 바꾸지 않지’

‘청순 섹시 귀엽다는 말도 그 말 하나론 날 표현할 수 없어’

‘난 좀 별로 막 끼워 맞추지 마’, ‘나만큼은 내 식대로 쥐었다 폈다 바람대로 날아가’

‘구두 NO 향수 NO 가방 NO 화장 NO 청순 NO 섹시 NO애교 NO 착한 척 NO’.


이쯤에서 다시 ‘No’의 가사를 살펴보면 앞서 봤던 곡 소개처럼 요즘 아이돌들에게 가해지는 규제에 반대되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는 태도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전달된다. 처음에 CLC 멤버들은 유리통 안에 갇혀 인형처럼 포즈만 잡을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뮤직비디오가 전개될수록 멤버들은 유리통 안에서 움직이고, 잘 차려진 식탁을 밟아 올라가고, 꽃을 던지고 자른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에서는 핸드백과 하이힐 등을 관 속에 넣고 멤버들이 마치 장례를 치르는 것 같이 그 관을 들고, 멤버들을 가뒀던 통 안에서 꽃들을 불태운다. 곡 소개와 ‘Red lip NO Earrings NO High heels NO Handbag NO’라는 가사, 그리고 이를 제거하는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을 비교할 때, 이 소품들은 아이돌들을 규제하는 기준들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주장하는 뮤직비디오였기에 인상 깊었고 모든 아이돌들이 바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돌에게 획일화된 기준을 강요하고 이에 순응하지 않으면 엄청난 질타를 퍼붓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카라 멤버들이 출연한 2013년도에 방영된 라디오스타 회차가 이를 잘 나타냈었다. MC들은 계속해서 강지영에게 애교를 반복적으로 요청했고 눈물을 흘리며 이에 따르지 않자 네티즌들은 무차별적으로 악플을 달았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도 사람들이 만들어 낸 획일화된 기준에 벗어났기 때문에 그룹 프리스틴의 멤버인 카일라가 굉장한 비난을 받았다. 카일라의 몸매에 대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다루는 기사에서조차 ‘카일라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킬만한 몸매로 돌아올지 모릅니다.’라며 언급했다. 도대체 논란을 불식시킬만한 몸매는 무엇이며 논란을 유발하는 몸매는 무엇이란 말인가? 왜 그들은 획일적인 기준 내에서 아이돌들을 마음대로 다루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런 일들이 발생한 가장 큰 배경에는 자본주의가 있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상품이 하는 역할과 같이 아이돌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인 그들의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 특히 남자 아이돌보다 여자 아이돌의 경우에 애교를 부리고 ‘예쁜’ 얼굴과 몸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곤란해진다. 자본주의에 앞서 우리나라 사회에 깔린 심각한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이 문제는 더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아이돌이 흔히 말하는 ‘자기 관리’를 통해 돈을 더욱 벌 수 있지 않냐며 어쩔 수 없이 일침을 놓는 척하지만, 사실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 아이돌을 제대로 소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아이돌을 제대로 소비한다고 해서 이런 비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성되는 것 또한 아니다. 자신에 기준에 맞지 않으면 소비를 포기하거나 다른 아이돌을 소비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아이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아이돌을 여겼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이러한 음악을 선보인 CLC의 행보가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을 멀겠지만 이 노래가 아이돌들이 정해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방식으로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CLC를 비롯한 모든 아이돌들이 하나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특색 있는 매력을 내세우며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Red lip NO Earrings NO High heels NO를 외치며 이것들을 하는 것은 언행불일치가 아니냐 하지만, 수차례 No라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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