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CIX(씨아이엑스)가 9개월 만에 미니 6집 [‘OK’ Episode 2 : I’m OK]로 컴백했다. 이번 역시 CIX(씨아이엑스)의 주특기인 청춘을 담은 앨범으로,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비극적인 시기의 방황 끝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청춘에 대한 응원가이자 찬가이다. CIX(씨아이엑스)는 사회비판을 담은 세계관이라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팀인 만큼, 이번 역시 그들만이 가진 세계관을 적극 이용하여 청춘들의 방황, 고통, 소망과 찬사까지 이 시대 모든 청춘들을 노래하고 있다. 또, 이번 미니 6집은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고민을 담았던 [CIX 5th EP Album 'OK' Episode 1 : OK Not]에 이은 'OK' 시리즈의 마지막 챕터임과 동시에 CIX(씨아이엑스)가 꾸준히 이어온 세계관의 실마리가 풀리는 앨범이기도 하다. 앞으로 리뷰해 볼 앨범 곳곳에서 ‘끝’을 암시하는 포인트가 등장할 예정이니, 이에 집중해 감상한다면 CIX(씨아이엑스)의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CIX가 보여주는 청춘
먼저 CIX(씨아이엑스) 세계관은 굉장히, 엄청나게 복잡하고 치밀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나름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아주 재미있는 세계관이다. 혹시 세계관에 관심이 있고, 거리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찾아보길 바란다. 사실, 아이돌 세계관 덕후라면 이미 한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씨아이엑스의 탄탄한 세계관은 마니아층 사이에선 입소문을 탄 수준이기에.
CIX(씨아이엑스)는 매 컴백마다 유구하게 이어온 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공식 앨범티저 전 세계관의 길잡이 콘텐츠를 선공개하는 것. 이는 ‘리더필름(일러스트)’ 또는 ‘스토리필름’의 형태로 제시된다. ‘리더필름(일러스트)’의 경우, 말 그대로 세계관을 ‘리드’하는 제 3자(고양이) 중심의 일러스트 필름이며 매 앨범 공개되어 왔다. 그에 반해 ‘스토리필름’이란 각자 부여받은 캐릭터를 멤버들이 ‘직접’ 연기하는 드라마 형식으로, 미니 2집 [HELLO Chapter 2. Hello, Strange Place]에 처음 선보인 후 수 년 간 소식이 없어 팬덤의 많은 아쉬움을 샀다.
[CIX 6th EP Album 'OK' Episode 2 : I’m OK]의 첫 티저로 공개된 리더필름은 지금까지 공개된 리더필름을 한번에 모아 놓았다. 리더필름의 주인공인 고양이의 모험을 쭉 나열한 후, 계단의 끝까지 오르면서 이야기의 끝을 암시하는 듯한 연출을 볼 수 있다. 해당 연출은 이번 앨범이 이야기의 끝인지, 혹은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일지 팬덤을 한바탕 궁예 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스토리보드’라는 이름의 티저가 공개된다. 이름처럼 스토리보드의 형식을 띠고 있는 티저는 이전 스토리필름과 이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공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씬별로 짧게나마 공개된 스토리필름의 줄거리는 팬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대망의 6월 1일, (아기다리고기다린) 스토리필름이 공개되었다. 4년 전, 미완의 스토리로 끝을 맺어 궁금증만을 남기고 떠난 세계관 속 5인의 새로운 미래가 공개된 것이다. ‘나비효과’, ‘방관자’, ‘자살’, ‘갑작스러운 부재’, ‘가정의 붕괴’는 ‘깨달음의 용서’, ‘슬픈 용서’, ‘구원의 용서’, ‘구원 받은 자’로 변화해 등장한다. 스토리의 양이 방대하고, 디테일한 세계관 설정이 많아 인물 개개인을 톺아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아주 가볍게만 훑어 보자면, 세계관 속 5인의 캐릭터는 공통적으로 고통의 계기에서 결과(용서)로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어떠한 계기로 발생된 각자의 고통을 수용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제시하며 청춘의 어두운 면을 K팝으로 꺼내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둡고 습한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들을 금기시하기 보다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서 공감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K팝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더 변화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이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성장통을 겪고 있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K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씨아이엑스의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양산형 퀄리티에서 그치지 않고, 팀의 차별화 전략이 될 만큼 섬세하고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상은 영상 콘텐츠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도 느낄 수 있다.
CIX가 들려주는 청춘
CIX(씨아이엑스)의 음악은 이미 입소문을 여럿 탄 바 있다. 청춘의 순간을 영화에 빗댄 <Cinema>, 항해를 오브제로 거대한 해일도 함께 뛰어넘자는 <Wave> 등 ‘숨겨진 케이팝 명곡’이라는 타이틀 하면 빼놓을 수가 없는 그룹이 되었다. 특히, 오타쿠스러운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름을 알린 CIX(씨아이엑스)는 이번 [CIX 6th EP Album 'OK' Episode 2 : I’m OK]에서도 그룹의 색을 톡톡히 뽐냈다.
타이틀 곡인 <Save me, Kill me>는 청량하고 따뜻한 공간감의 인상적인 미디엄 템포의 퓨처베이스 스타일로 간절히 원하고 소망하는 존재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열망을 노래한다. <Save me, Kill me>는 독, 성배, 비극, 금기와 같이 흔하게 쓰지 않을 법한 단어를 선택해 청춘의 빛과 어둠을 더욱 극명히 보여주는 장치로 이용한다. 노래의 시작부터 ‘네가 불러올 파멸을 예감했’다는 이들은 구원해 줄 수 없다면 하나 남은 작은 희망마저 네 손으로 남김없이 꺾어 달라며 ‘사랑이 아니면 날 위해 kill me softly’라고 애원한다. 이는 그룹의 세계관 설정을 이해한다면 더욱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전에 공개된 스토리필름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진영과 용희, BX 그리고 나비효과에 의해 함께 고통을 겪게 된 승훈과 현석. 이들은 세계관에서 고난을 헤치고 닿아야 할 명확한 목적지가 있다. 목적지를 구원이라고 설정한다면, 목적지까지 향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깊은 절망이 <Save me, Kill me>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타이틀 <Save me, Kill me>에서는 멤버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도 엿볼 수 있다. 특유의 미성이 매력적인 용희의 보컬은 수록곡에서만 강조되는 점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후렴을 맡으며 곡의 아련함을 더하고 보컬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CIX(씨아이엑스) 세계관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이니 만큼 용희에게 주어진 가사와 파트의 멜로디를 의식해 들을 때 그 재미가 배가 되니 기억하고 실천해 보기를 추천한다. (가사의 디테일마저 세계관 요소를 넣는 변태같은 회사다.) 또, 메인 보컬 승훈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승훈이 가진 섬세한 감정선과 쨍한 고음은 청춘의 비극과 고통을 표현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 미니 4집의 수록곡 <Stairway to Heaven>에서도 느꼈지만 승훈이 CIX(씨아이엑스)의 메인보컬을 맡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CIX(씨아이엑스) 세계관의 날선 고통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보컬리스트가 아닐까. 추가로 주관적 감상이지만, 승훈과 용희 둘이서 마주보고 무대를 하는 동선은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CIX(씨아이엑스)는 이런 점을 참 잘 써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타이틀로 청춘의 비극과 고통을 이야기했다면, 나머지 소망과 찬사, 위로와 응원은 수록곡에서 들을 수 있다. 요즘 K팝에서 보기 드물게 앨범의 형식을 잘 이용하는 팀 같다. 하나의 곡이 아니라 다다른 주제의 곡을 모아서 앨범으로써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이 CIX(씨아이엑스)가 가진 또다른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1번 트랙 <Back to life>는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청춘들의 소망을 담은 곡이다. 겨울 앨범으로 예정되었던 앨범이라 그런지 겨울의 정서가 물씬 담겨 있다. 또는 흔하게 문학에서 시련을 겨울에 빗대고 봄을 극복에 빗대는 공식을 생각해 본다면,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가수를 넘어 이십대 청년의 바람을 말하는 것도 같다. 이어서 비극 앞 편안한 죽음을 이야기하는 <Save me, Kill me>가 지나면, 3번 트랙 <Curtain Call>로 따듯한 위로가 시작된다. <Curtain Call>은 부딪히고 깨지는 청춘이란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대한 찬사와 이에 응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세계관과의 접점이 많은 곡이다.
세계관의 모든 비극이 일어나기 전 행복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Cinema>의 가사가 과거 시제로 들어가 있는가 하면, 5인의 캐릭터가 영화 동아리라는 설정에 맞게 ‘curtain call’, ‘줄거리’, ‘결말’, ‘take’ 등의 단어로 세계관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CIX(씨아이엑스) 음악의 또다른 특징은 비극을 논하면서도 근거 없는 희망과 확신으로 청자를 설득하는 데 있다. 그런 낭만적인 사고발상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내 설득을 해내고야 마는 것이 CIX(씨아이엑스) 음악의 특징이다. 3번 트랙의 <Curtain Call>도 그런 낭만적인 사고발상으로 위로를 건넨다. 해피엔딩을 만들겠다는 근거 없는 확신은 불안이 나를 완성시킬 테니 눈물 닦고 다시 해보면 된다는 따스한 응원을 등에 업고 강력한 위로로 다가온다.
마지막 트랙인 <Color>는 청춘들의 방황을 그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특정한 색이 아닌 ‘색’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Color>는 청춘의 마음을 공감하며 진짜 너를 담는다면 무슨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무조건적인 응원을 전한다. 특히, BX의 벌스를 보면 4번 트랙에서 말하는 <Color>가 이번 앨범의 커버에도 그려져 있는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열정이 담긴 red’, ‘긴 겨울 끝 봄의 green’, ‘하늘에 올라 떼어온 deep blue’는 전부 빛의 3원소를 구성하는 색이다. 빛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오브제로, 그것은 구원이 되기도, 희망이 되기도 하며 CIX(씨아이엑스)의 세계관에서는 지향점을 뜻하기도 한다. 너를 꼭 닮은 그 색깔은 어떤 색이든 빛날 거라는 응원과 동시에 너의 색을 찾는 것이 너에게 구원, 희망 혹은 지향점이 될 거라는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셈이다. 1번 트랙에서 미래에 대한 흐릿한 소망만을 가지고 있던 청춘의 모습과 대비되는 곡이다.
CIX(씨아이엑스)는 본인들만의 견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룹만의 문화를 만들고, 음악의 뚜렷한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표현해 왔다. 앨범 트랙만 봐도 그렇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같은 세계관 안의 다른 관점을 제시하거나,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며 기승전결을 만든다. (이는 정규 앨범을 들었을 때 크게 체감할 수 있다.) 세계관은 어떠한가. CIX(씨아이엑스)만의 섬세하고 촘촘한 세계관은 ‘청춘’이라는 시기의 빛과 어둠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이어온 이번 미니 6집 앨범 [‘OK’ Episode 2 : I’m OK]는 이제껏 CIX(씨아이엑스)가 표현한 청춘(혹은 세계관)의 끝을 3가지 방향으로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어둠 속 흐릿한 빛을 쫓는 노말 엔딩, 죽음의 배드 엔딩, 아름다운 커튼콜의 해피 엔딩. 리더필름의 연출과 같이 전반적으로 ‘끝’의 뉘앙스가 깔려 있는 가운데, 다음 앨범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기대하며 [CIX 6th EP Album 'OK' Episode 2 : I'm OK]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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