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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빵두

<A to BOYZ> : 더보이즈가 쏘아올린 신유형 감성 자컨

최종 수정일: 2021년 4월 18일


ⓒ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당신이 최애에게 입덕한 순간을 기억하는가? 곰곰이 돌이켜보자. 음악방송? 뮤직비디오? 서바이벌 프로그램? 광고? 아니면 혹시... “자체 컨텐츠"?

*컨텐츠는 콘텐츠의 비표준어지만, ‘자컨’이란 신조어와 함께 쓰기 위해 ‘컨텐츠’란 단어로 통일했습니다.

웃음을 공략하는 아이돌 예능 컨텐츠가 주류인 현재, 신유형 ‘자컨’의 지평을 연 그룹이 있다. ‘2020년은 그들의 해’라는 수식이 과분하지 않은 더보이즈다. ≪데이즈드≫의 전속 영상 크루 ‘필름바이팀’과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는 그들은 데뷔 전 프로필 필름에서부터 3집 [THE ONLY] 필름, 유럽투어동안 진행한 <AAA>, 작년 5월 공개된 멤버 아이덴티티 필름 <제너레이션 Z> 등 많은 영상물에서 필름바이팀과 협업해 왔다. 그들의 인연은 이내 자컨의 새 영역을 개척하는 데 이르렀는데, 오늘 소개할 <A to BOYZ>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더보이즈의 A부터 Z까지 다양한 매력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아 제작된 <A to BOYZ>는 커버 영상은 물론 자작곡과 다큐멘터리 등 다채로운 포맷으로 채워질 ‘자체 컨텐츠’다. 2020년 7월부터 제이콥, 현재, 선우, 주연, 큐, 영훈 순으로 공개된 필름들은 모두 커버 영상이지만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영상미를 담아냈다. 부정기를 겪던 머글에겐 입덕을, 기존 팬덤에겐 충성심을 가져다준 더보이즈의 자컨.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 감성이라면 껌뻑 죽는 필자와 함께 지금까지 공개된 6인의 <A to BOYZ>를 감상해보자.


 

<영훈> A Great Big World-Say something

<A to BOYZ>가 각자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기 위한 기획인 만큼 영훈은 '연기'라는 무기를 택했다. 작년 9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연애혁명>에서 츤데레 성격의 이경우 역할을 소화하며 본격적인 연기돌로서 첫걸음을 뗀 영훈. 그의 연기력과 연출이 어우러진 커버 영상은 한 편의 단편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파란색과 주황색, 옥탑과 지하로 추정되는 실내, 삶에 대한 의지 그리고 절망이 교차하는 영훈의 영상에선 여러 오브제가 등장한다. 비눗방울은 괴로운 현실을 살아가는 영훈에게 달콤한 꿈을 매개하나 동시에 금방 깨져버리는 허망함을 함의한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성되는 영훈의 일기는 사실 닿을 수 없는 이에게 쓰는 편지로 ‘Say something’ 제발 답해달라고 반복하는 가사를 통해 서서히 의미가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영훈이 벽을 빼곡히 메운 편지에 불을 붙이는 씬은 장례식에서 피우는 향을 떠오르게 한다.

편지를 쓰며 열심히 살아가다가도 코피를 쏟고, 울음을 터뜨리고, 무작정 달리는 그의 모습들은 부제 ‘LOVE LEAVES DUALITY(사랑은 이중성을 남긴다)’를 설명한다. 영상이 업로드 된 후 온라인상에 공개된 영훈의 자필 편지에서 알 듯 말 듯 한 부제의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편지의 첫 마디는 ‘가끔 새파란 하늘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어떤 걸 볼 때면 오래오래 살고 싶어져’다. 바로 다음 문장은 ‘그러다가도 금세 죽고 싶어지는 걸 보면 난 아직도 징그럽게 변덕스럽지’라고 응수한다. 여기서 부제의 이중성이 삶과 죽음임이 확실해진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것은 살아갈 힘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곧바로 의욕을 잃는다. 이중적 감정을 보색 대비를 통해 표현한 것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우> Rich Brian-100 degrees

선우의 100 degrees는 뉴트로한 편집, 일명 ‘사클(사운드 클라우드)’ 감성이 돋보였다. 더보이즈의 메인래퍼인 선우는 작년 Mnet에서 방영한 <로드 투 킹덤>에서 ‘도원경’의 테이블 안무와 ‘REVEAL’의 차전놀이 퍼포먼스를 맡는 등 퍼포먼스 주역 멤버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브보컬로서 수록곡에 참여하거나 V라이브를 통해 ‘Nerdy love’, ‘와르르’ 등 R&B 힙합 장르 곡을 커버하 보컬로서의 매력도 뽐낸 바 있다. 이렇듯 더보이즈의 대표 ‘올라운더’ 선우의 A to BOYZ에선 랩과 보컬, 안무를 모두 찾을 수 있다.

영상 속 레트로한 요소를 정리해보자. 먼저 스티커와 자막 효과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선우의 몸짓을 따라 튀어나오거나 빙글빙글 도는 소스의 무빙은 자연스럽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악하면서 키치한 효과는 웹캠 연출과 결부되며 90-0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투명 뿔테안경을 쓰고 얼굴 가득 붙인 이모티콘 스티커를 카메라에 보여주는 장면은 ‘하두리’와 ‘버디버디’로 대표되던 화상채팅을 연상케 한다. 또한 어안렌즈나 광각렌즈, 캠코더와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등 다채롭게 촬영된 영상의 조합과 화면 콜라주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직접 메이킹한 랩과 쫀득한 보컬, 입덕 포인트로 꼽히는 장난꾸러기 캐릭터 모두를 잘 녹여낸 선우의 올인원 컨텐츠는 입덕 뿐 아니라 원곡자 Rich Brian이 SNS를 통해 극찬하는 등 음악적 재해석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제이콥> Bazzi-I.F.L.Y

더보이즈의 스윗보이스이자 천사로 불리는 멤버 제이콥은 캐나다 출신으로 영어 발음과 음색에 강점을 둔 리드보컬이다. 그는 A to BOYZ에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해석한 I.F.L.Y를 통해 그가 지닌 순수함을 보여줬다.

짹짹 새소리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풀숲 속,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꽃을 쥐고 해맑게 웃는 장면은 그가 지닌 ‘천사’로서의 면모와 편안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햇빛이 반사되는 듯한 장면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시간적 배경이 아침임을 알리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제이콥과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아침, 얼마나 행복감을 주는 한 쌍인가.

제이콥의 부드러운 감성 프로젝트는 <A to BOYZ> 이후로도 진행 중이다. 더보이즈는 지난해 12월부터 멤버 각자의 음악적 소통을 위해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제이콥도 선우와 상연을 이어 자신이 작곡한 팝 발라드 ‘I BELONG’을 공개하며 특유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들려줬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물을 통해, 파워풀한 그룹으로서의 더보이즈에 제이콥만의 감미로운 초록빛 색채가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현재> 아이유-사랑이 지나가면

흔히 현재를 ‘덥뮤다(더보이즈와 버뮤다 삼각지대의 합성어. 비주얼 라인인 영훈, 현재, 주연 세 명을 칭한다)’의 일원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미성’이 아닐까 한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선곡은 음색이 돋보이는 아이유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다.

현재는 ‘Walk around for no reason’이라는 부제대로 정처 없이 거닌다. 아파트, 놀이터, 도로 등 여러 곳을 지나지만, 표정을 보면 뚜렷한 목적지가 없는 듯하다. 핸드헬드로 촬영돼 슬로모션 효과를 가미한 영상은 한 장면 한 장면 여름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스토리 해석을 위해 주목해야 할 미장센은 두 가지다. 먼저 전체적으로 두드러지는 하얀 색감인데, 하늘까지 하얗게 보일 만큼 하이라이트가 높다. 착용한 볼캡, 상의, 운동화까지 흰색이라 현재의 주위는 하얗다 못해 아지랑이처럼 빛을 뿜는다. 또 다른 특징은 시간적 배경이다. ‘줄 이어폰’을 선두로 낡은 복도식 아파트와 모래 놀이터, 비닐봉지를 건 자전거와 쭈쭈바를 먹는 그의 모습은 2021년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2000~2010년대 여름이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 2007년 여름 방영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분위기와 닮았다고 느꼈다.

비하인드 <OFF THE BOYZ>에서 현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린 약간의 그리움과 조그마한 슬픔이 섞여 있는 감정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시간이 멈춘 듯한 현재의 모습, 그리고 그를 감싼 뿌연 색감. 필자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그가 기억을 잊은 채 현재를 부유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마지막 장면의 헛바퀴 도는 자전거가 ‘지나간 사랑’이 현재였음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긴다.


<주연> The Weekend-In Your Eyes

더보이즈가 ‘REVEAL’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파워풀과 섹시 노선을 탄 이후, 그룹의 색을 대표하는 실질적 센터로 자리매김한 주연. 그의 A to BOYZ는 기존 섹시 이미지 위에 '복고'를 첨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연과 복고, 낯선 조합으로 들리는가? 필자도 처음엔 의아했으나 주연은 볼수록 복고가 찰떡인 멤버다. ‘Giddy up’ 활동 당시 구름무늬 타이다이를 입은 주연의 화보(게다가 앞머리도 짧아 금방이라도 <논스톱>에 출연할 것 같다)를 본다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굵고 고전적인 선으로 2000년대 초 남자배우 느낌을 은은히 풍기는 그의 ‘복고’ 진가는 2020 <MBC 가요대제전>에서 각각 엄정화, 이달의 소녀와 함께 꾸민 'DISCO', ‘Blinding Lights’ 합동무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붉은 조명 아래 흰색과 검은색의 격자무늬 타일 바닥, 몸짓을 쫓는 스포트라이트, 금방이라도 스탠드 마이크가 쥐어질 듯한 이곳은 1940년대 공황기의 미국 재즈클럽 또는 주점을 닮아있다. 주연은 이를 배경으로 색소폰 선율이 인상적인 디스코 풍 R&B 트랙 ‘In Your Eyes’에 맞춰 긴 팔다리를 뻗는다. 복고풍 분위기와 실루엣이 돋보이는 안무, 확실히 주연만이 소화할 수 있는 무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혀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주연은 비하인드에서 파격적 변신을 시도했다고 밝혔지만, ‘REVEAL’의 늑대인간, <제너레이션 Z>의 레이서 콘셉트의 연장선에 가깝다. A to BOYZ 공개 후 발매된 미니 5집 타이틀곡 ‘The Stealer’와 일본 첫 정규앨범 'Breaking Dawn'에서도 섹시를 기반한 괴도와 사이버 펑크 콘셉트가 이어져 단선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A to BOYZ>가 더보이즈 단체 콘셉트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자컨이라는 점에 착안할 때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큐> Conan Gray-Maniac

귀여운 외모와 나긋나긋한 말투, 애교 있으면서 강단 있는 성격. 어쩐지 필자는 큐의 무대 아래 모습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큐는 A to BOYZ를 통해 더보이즈 ‘메인댄서’로서의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보컬 커버와 달리 안무 커버는 무대와 조명, 카메라 무빙의 삼박자가 분위기를 좌우한다. 주연의 무대가 레트로와 섹시를 강조하기 위함이라면 큐의 체육관 코트는 연습,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광기의 공간이다. 얼핏 원테이크처럼 보이지만 상이한 밝기와 각도의 영상을 조각조각 붙인 편집 역시 극한을 향해 달려 나가는 그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영상 속에서 그는 연신 풍부한 표현력을 자랑한다. 하얀 트레이닝복을 입고 코트 위를 누비던 큐가 ‘You are maniac(너는 미쳤어)’ 나지막한 속삭임에 맞춰 카메라를 가리킬 때의 전율이 생생하다. 이어지는 후렴구 파트에서 팔을 뻗고 점프하는 큐의 동작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을 추출한 듯했다. 원곡의 가사가 상대를 향한 비난이었다면, 큐의 ‘maniac’은 춤에 미친 자신을 향한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슬럼프를 겪었다고 말한 큐. 그의 인고를 담은 물음표에 <A to BOYZ>는 느낌표로 답한다. 큐가 누군지 묻는다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을 만큼, 큐의 정체성이 온전히 담긴 작품이다.



 

지금까지 영상미로 무장한 <A to BOYZ>의 미장센을 분석해봤다. 6개의 영상 모두 더비에겐 감각적으로 최애를 앓을 기회를, 대중에겐 집약적으로 멤버를 알아갈 기회를 제공하며 자컨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또한 필자가 이 글을 썼듯 시청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허락하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로 인해 형성된 2차 담론의 장이 입덕의 문을 넓히기 때문이다.

상연, 케빈, 학년, 에릭, 뉴 5인의 영상이 베일에 싸여있는 가운데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타자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믿고 보는 '에투보'지만 자유로운 포맷을 표방하는 만큼 그룹 활동에선 볼 수 없던 개인의 매력이 농밀하게 묘사되길 소망한다. 예를 들어 멤버 케빈의 경우, 직접 만든 아트워크를 영상의 테마나 오브제로 삼는다면 그가 지닌 ‘금손’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예능 자컨에 익숙해진 필자를 감성에 쫄딱 젖게 만든 더보이즈의 <A to BOYZ>, 올해 케이팝 씬엔 감성 낭낭한 필름자컨이 유행하길 기대해본다.


P.S. 참, <A to BOYZ>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상자를 발견했는가? 과연 7번째 상자는 어떤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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