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주차 위클리 앨범 리뷰: 갓세븐, 유니티, 우주소녀, 드림캐쳐, 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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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갓세븐 - Present: U
'갓세븐'이나 '몬스타엑스'처럼 연차가 쌓이면서 좋은 음악을 하는 그룹들이 있다. 보이그룹의 퍼포먼스야 언제나 프로의 범주에서 준수한 수준을 유지했고 그렇기에 음악을 찾아 듣게 하는 힘은 그룹이 소화해야할 성장의 지점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갓세븐은 'Flight Log'를 지나며 마주한 새로운 페이즈를 무난하고도 훌륭히 수행하는 중이라 할 수 있다. ('Never Ever'나 'You are'을 진입하며 만든 완성도 높은 프레임으로 'Look'과 같이 우아하면서도 생기넘치는 음악을 소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Lullaby' 역시 대단히 세련된 작업물로 갓세븐의 음악적 컨텍스트를 매우 명확하게 구체화한 곡. 갓세븐의 경우 사운드의 부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끈한 감상이 단점 아닌 단점으로 거론되곤 했는데 오히려 이를 고수하며 감상의 양감을 확보한 점이 흥미롭다.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 중 하나는 호흡을 만드는 랩 파트의 침투력이 훨씬 안정적으로 잡혔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랩과 보컬의 유기성에 신경을 쓴 듯 보이는데 벌스로 진입하는 래핑의 톤을 낮추는 대신 타이밍과 타격감을 명확히 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긴장을 끌어올리는 JB와 진영의 보이스에 힘을 실어주는 좋은 시너지가 있다.
2. 우주소녀 - WJ PLEASE?
정규 1집의 타이틀이 블랙아이드필승의 'Happy' 라는 아이러니를 제외하면 어느 그룹보다도 견고하게 브랜드를 만들어온 우주소녀이다. 이번 앨범 역시 흩날리듯 속삭이는 보컬과 몽환적인 뉘앙스의 신스들을 '우주'나 '꿈'으로 대응시킨 디자인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부탁해'는 우주소녀를 대표하는 '비밀이야'에서 파생된 마이너 계열의 팝으로 미래 지향적인 신스들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는 스타일링이 흥미로운 곡이다. '꿈꾸는 마음으로'가 기획적으로 두꺼운 레이어를 입어 샤프한 느낌이 부족했다면 '부탁해'는 컨셉의 하중에도 캐치한 감상을 이끄는 측면이 있다. 우선 코러스의 진행이 낯설지 않도록 이전보다 도식화된 넘김으로 만져져 있으며 날카로운 설아의 도입부로 집중력을 높이는 방식 역시 효과적인 편이다. 이번 앨범의 경우 수록곡들의 감상이 모두 앨범의 컨셉으로 수렴하는데 '비밀이야'를 통해 작곡가 e.one이 구축한 비장미 넘치는 '드림라이크(dreamlike)' 음악의 결을 성실하게 구현해낸다. ('너, 너, 너'나 '아이야'는 사실상 서브 타이틀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인상의 곡들이다.) 비장한 사운드의 맹공에 얹힐 때 즈음 힘을 뺀 나른함이 곁들여진 '가면 무도회'와 빰빰한 경쾌함의 'Hurry Up'이 관통하는, 풀 앨범으로서 더욱 촘촘하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3. 유니티 - 끝이 아닌 시작
역시 유니티는 복고나 빈티지로 치환될 수 있는 약간의 촌스러움을 무기로 한 그룹이었다. '넘어' 역시 올드풍 섹시 도발을 수혈한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복고'를 차용한 모양새다. 한 때 '티아라'가 지배하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복고가 하나의 올드 뉴처럼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2018년이 이보다도 무려 6~7년이 더 지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난 말야'는 티아라보다는 모모랜드를 의식했을 법한 빈티지 컨셉의 디스코 음악이지만 현대적인 캐치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곡에 가깝다. (심지어 흔히 급식체라 불리는 어휘들을 남용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번 컨셉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멤버들로 구심점을 잡았던 전작과는 완전히 반대로 엔씨아, 예빈, 현주의 바이브로 곡의 밸런스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넘어'에서 엔씨아나 현주가 특유의 캐릭터를 누르고 컨셉을 소화하는, 일종의 밸런싱이 가장 정겨운 (한편으로는 촌스럽지만 재밌다고도 느껴졌던) 지점이었는데 반대의 경우인 '난말야'에도 유사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두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의 완성도는 기획을 위한 기획물에 그치는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프로젝트 그룹의 숙명과도 같은 '헤어짐'이란 명제로 굉장히 성급한 종결법을 시도했기 때문인 듯한데 과하게 야심을 거두고 '마지막'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트랙 구성이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 유니티의 밸런싱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카피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4. 드림캐쳐 - Alone In The City
씬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드림캐쳐의 신곡이다. 락이나 메탈 사운드를 베이스로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이어왔는데 컨셉에 매료된 매니아 층의 인기가 상당한 편이다. 신곡 'What' 역시 앞선 활동곡들의 연장선에 있으며 굉장히 좁은 범주의 컨셉을 그룹의 컬러로 기용한 전략이 '잘 하는 걸 잘 하게' 하는 순기능을 낳은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매번 유사한 음악을 선택해 들고 오지만 팬들의 니즈를 거의 거스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운 지점. '악몽'이라는 테마 속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듯한 타이틀 곡의 기조와는 다르게 오히려 꿈의 어떤 심연이라던지 악몽 직후의 음침한 기분을 구현하려 하는 수록곡들의 탐구적인 스탠스가 좋다. 이번 앨범에서 귀를 가장 잡아끄는 곡은 'Wonderland'로 나른한 질감의 하이햇 사운드가 네거티브한 리버브 보컬에 더해져 드림캐쳐 세계관에 걸맞는 음침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상을 전달한다.
5. S.I.S - 응 (SAY YES)
간만에 듣는 착하다 못해 순진한 음악이다. 아이돌 음악을 수식하는 '착하다'라는 표현은 주로 다분히 밋밋한 감상일 때 쓰는 편인데 S.I.S의 신곡 '응(Say Yes)'은 그 용례로 적절한 곡이다. 해외 팝의 유입과 컨셉 전쟁으로 인해 '착한' 음악이 많이 사라졌고 이를 찾아 듣는 재미 역시 케이팝만의 묘미였지만 S.I.S의 음악은 그저 '과거'에 머물고 만다. 무대 인트로나 안무 역시 해당 컨셉의 올드 버전이 수행하던 전형적인 박자감의 클리셰 동작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룹이 소화해야할 음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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