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븐틴 - YOU MAKE MY DAY
앨범 이름부터 달달한 기운이 가득하다. 리드하는 '남친미'가 가득했던 세븐틴이 스윗 사운드의 R&B 곡으로 기분좋게 변주되었다. 통통 튀는 플럭 사운드를 지나 부드러운 멜로디로 쉴 새 없이 귀를 간질이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세븐틴은 보컬 라인의 음역대 폭이 굉장히 넓은 그룹 중 하나라 전체적으로 편안한 감상 속에서 매끄러운 다이나믹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모든 트랙들이 준수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 하나를 꼽자면 힙합 유닛의 'What's Good'. 세븐틴 특유의 에너지에 대한, 시니컬한 음악적 해석이 돋보이는 곡이다.
2. 트리플 H - REtro Futurism
올라운드 트렌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레트로 퓨처리즘'을 과감히 앨범 타이틀로 달고 나왔다. 트리플 H는 현아(HyunA)와 펜타곤의 후이(Hui), 이던(E-Dawn)이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인데(이던의 네임에는 H가 없어서 의아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의 본명은 '김효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의 컬러를 선명히 하는 기획이 흥미롭다. 와일드한 무드의 현아, 이던과 이들을 살짝 눌러주는 후이의 세련된 부드러움이 음악과는 별개로 독특한 캐릭터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무대 구성을 보면 실제로 이던과 현아의 씬 사이로 후이가 비집고 들어와 자리잡는 식이기도. 트리플 H의 두 번째 활동곡인 '레트로 퓨처'는 음악의 방점을 레트로에 두고 보컬의 스타일링을 통해 (당시의 미래였던) 컨템포러리의 질감을 구현하는 곡이다. 훌륭한 퍼포머들답게 각자의 캐릭터를 녹여낸 안무와 보이스 너머로 수많은 레퍼런스들로 제련된 레트로 감각을 성공적으로 구체화한다. 사실상 이들이 건드리는 영역은 레트로 중에서도 히피 문화에 가까운데 세 멤버의 시너지로 만들어진 섹슈얼한 무드가 마치 제 옷인 양 잘 어울린다. 수록곡인 '느낌' 역시 훌륭한 소스들로 잘 디자인된 음악임을 보여준다. 사실 이 셋의 조합이면 무슨 컨셉이든 잘 해낼 것만 같다.
3. 여자친구 - Sunny Summer
'밤'으로 성공적인 컴백을 마친 여자친구의 다소 평범한 미니 앨범. 확실히 '씨스타'처럼 여름 시즌을 평정해줄 걸그룹이 사라진 이후 서머 송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시류가 생긴 듯하다. 봄에 나온 '밤'의 여운과 전혀 다른 컨셉으로 보편적인 여름 댄스곡의 공식에 충실한 음악이다. 산뜻한 사운드가 귀에 가득 들어오며, 때로는 유사한 전개의 음악들이 여럿 떠오르는, 기분 좋은 익숙함으로 이끈다. 다만 놀라운 점은 곡의 무드와 여자친구만의 브랜드를 충실히 리드해오던 유주의 보컬이다. 특유의 성숙한 마감 대신 이번 곡과 잘 어울리는 가벼운 보이스 톤으로 역시나 훌륭한 보컬리스트임을 증명한다.
4. 승리 - THE GREAT SEUNGRI
라멘 집 사장님으로 한창 미디어를 타던 승츠비지만 역시 본진은 뮤지션임을 각인시킨다. 5년 만의 솔로 컴백인데 다른 멤버들이 없는 지금 시점에서 YG의 기둥 중 한 명으로 충실히 제몫을 수행하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더블 타이틀 중 무난한 edm곡인 where are u from보다는 경쾌한 셋 셀테니가 더욱 귀에 들어오는 편으로 승리가 갖고 있는 센스 있는 귀공자 이미지가 곡 메이킹 전반에서 크나큰 힘을 발휘한다. 하이톤이지만 단조로울 수 있는 보컬임에도 재치 있는 프로듀싱이 곡 전반의 분위기를 한껏 업시킨다. 간만에 돌아온 승리를 환영해도 좋을 앨범.
5. 마마무 - RED MOON
물론 라틴풍 음악이 케이팝 씬으로 흘러들어온 건 상대적으로 최근 일에 가깝지만 최적의 뮤지션인 마마무가 근간에서야 채택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라틴 베이스를 처음 들여왔어도 좋을 법한 놀라운 믹스 매치로 딩가딩가하는 남미 기타에 착 달라붙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별이 빛나는 밤'이 칠(chill)한 라틴 리듬을 하우스 장르에 녹여낸 곡이었다면 '너나 해'는 레드와 태양으로 대표되는 정통 장르의 강렬함을 선보이는 곡. 그룹의 화제를 이끌었던 화사의 캐릭터를 적극 반영해 만든 기획처럼 보이는데 한창 트렌드가 되어버린 라틴 음악 덕분에 전체적으로 훌륭한 대중성을 확보한다. 제일 걸출하게 어울리는 건 휘인의 보컬인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솔라와 화사의 바이브도 무리없이 어울린다. 다만 문별의 래핑은 톤이 다소 아쉽다.
6. 청하 - Blooming Blue
역시나 좋은 노래를 들고 온 청하다. 물론 아이오아이라는 발판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로 시작해 성장해가는 청하의 드라마는 상당히 탄탄하게 구성되어왔다. 현재의 솔로 여가수로 대표되는 선미와 현아의 장점들만 (의도치 않게) 고루 받은 덕에 대중성과 유니크함을 두루 지닌 아티스트에 가까워졌다. 데뷔곡인 'Why don't you know'가 솔로로서의 기량을 보여준 앨범이었다면 이후 나온 앨범인 'offset'과 'Blooming Blue'는 청하가 현재 가장 트렌디한 음악인 뭄바톤이나 트로피컬 음악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 아티스트인지를 입증한다. 무엇보다도 섬세한 기교고 돋보이는 음색이 컨셉적인 섹시나 파격을 유도하지 않아도 센슈얼한 끌림을 적절히 만들어내는 점이 흥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love u는 뭄바톤 기반의 트로피컬 곡으로 '와이 돈츄 노'의 기시감이 들다가도 묘하게 비트는 식의 작법으로 인해 한층 흥미로운 감상을 더한다. 트로피컬과 하우스가 청하에게 잘 어울리는 장르임을 다시 보여준 곡임과 동시에 한 단계 나아간 다음 발걸음을 궁금하게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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