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 퍼즐>이 두 달 간의 여정 끝에 그룹 ‘EL7Z UP’을 탄생시키며 종영했다. EL7Z UP(이하 ‘엘즈업’)은 러블리즈 케이, CLC 예은, 우주소녀 여름, 로켓펀치 연희, 퍼플키스 유키, 우아 나나, 하이키 휘서로 구성된 7인조 프로젝트 그룹으로, '당신이 퍼즐한 최상의 일곱 멤버’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처럼 3세대 출신부터 데뷔 1년차 신인까지 한 팀으로 모인 결과에 팬덤 및 대중의 많은 우려와 기대를 낳기도 했다.
위 영상은 엘즈업이 <MCOUNTDOWN IN FRANCE>에서 커버 무대로 선보인 <Pink Venom> 영상이다. 24년 2월 28일 기준 조회수 70만 회를 넘기며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댓글에서 인상적인 반응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블랙핑크 곡들이 커버무대 성공하기 쉽지 않은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너무 잘 했네”, “커버인데 무대 자체가 퀄리티가 생겼네…”, “확실히 보컬 랩 다 잘하는 멤버들로 구성되있어서 잘 살렸네 ㄷㄷ” 등 필자가 예상했던 해외 케이팝 팬덤의 단순 팬성 댓글 외에도 국내 대중으로부터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아쉽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던 이들의 첫 활동곡 <CHEEKY>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두 무대의 비교를 통해 차이점 및 강점을 짚고, 엘즈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차후 활동 방향성까지 다뤄보려 한다.
“모두 모이면 어쩜 Cheeky 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린 Little freaky-deeky 하다는 익살스러운 표현이 'EL7Z UP(엘즈업)' 만의 애티튜드를 대변해 주는 곡이다. 누가 뭐라하든 나만의 길을 나아가는 MZ세대의 당당함이 돋보이고 틀린 답은 없으니 어디든지 마음가는대로 가보자는 가사가 핵심이다.”
첫 활동곡인 <CHEEKY>부터 짚어나가 보자. <CHEEKY>는 최근 K-POP 트렌드인 ‘LOVE YOURSELF’를 반영하여 MZ세대의 당당함과 자유로움을 메인으로 한다. 이에 걸맞는 스타일링 또한 돋보인다. 멤버 전부 화려하고 감각적인 스타일링과 퍼스널적인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케이나 연희에게는 조금 더 사랑스러운 옷을 입힌다든지, 예은과 여름에게는 더 세련된 코디를 보인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그룹은 처음부터 이미지를 계산하고 기획된 그룹이 아니다. 게다가 엘즈업은 멤버 전부가 다른 필드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그룹이다. 때문에 명확한 색을 입지 않는다면 팀으로써는 융화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다. 앞선 아이오아이의 <Dream girls>, 워너원의 <Energetic>,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 등 프로젝트 그룹의 일률적인 데뷔 초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CHEEKY>는 '한 팀’으로 보여야 할 7인에게는 조금 일차원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MZ세대 특유의 자유로움이 엘즈업에게는 연말 무대에서나 볼 법한 일회성 그룹, 스페셜 무대 같다는 첫인상을 주게 된 셈이다. 물론, 이것이 스타일링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멤버 구성을 보면, 오랜 내공의 케이와 트렌디한 음색의 휘서로 구성된 메인 보컬 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곡의 8할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 보컬 라인의 색깔이 이토록 극명한 것은 사실, 그렇게 좋은 신호는 아니다. 각각의 보컬이 다 녹아드는 장르를 찾기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찾았다 하더라도 두 보컬의 합이 곡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CHEEKY>의 도입부터 치고 나오는 휘서의 보컬은 곡의 이목을 끄는 데에 반해, 프리코러스에서 강조되는 케이의 보컬은 케이가 가진 음색이 도드라져 오히려 붕 뜨는 느낌을 받는 것이 그 예이다. <CHEEKY>가 최근 케이팝에서 트렌드인 익살스럽고 힙한 무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케이가 키치함이나 힙합과는 상당히 예민한 궁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양상은 메인 보컬 라인 외에서도 나타난다.
엘즈업은 메인 보컬 라인 외에도 두드러지는 래퍼 라인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예은과 유키는 각자 다른 필드에서 활동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SNAP>, <Rush Hour>, <I DON’T GIVE A WHAT> 총 3번의 경연을 함께 하며 서로의 능력과 케미를 증명해왔다. 메인 포지션 외에도 나나는 우아(woo!ah!) 활동에서 허스키한 톤이 강조되는 멤버이고, 여름은 우주소녀(WJSN)에서의 넓은 장르 소화력과 더불어 앞선 래퍼 라인과 함께 힙합 장르나 딥한 무대를 선보이며 본인의 장점을 확실히 어필해 왔다. 또, 연희의 로켓펀치(Rocket Punch) 활동을 보면 리듬감 있고 쨍한 보컬 톤이 잘 어울리는 멤버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도드라지는 요소들을 <CHEEKY>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퍼포먼스 또한 가요계 활동량과 그간의 서바이벌 난이도에 비하면 다소 하향평준화 된 것처럼 느껴진다. ‘보는 음악’의 최전방에 있던 아이돌들을 이끌고 보여주기엔 많이 아쉬운 수준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진짜 스페셜 무대인 <Pink Venom>은 존재감 넘치는 7개의 개성을 어떻게 융화시켰을까.
<Pink Venom>을 보면, 실제로 앞에서 간략히 설명한 멤버 개개인의 능력치가 충분히 드러나 있다. 멤버 다수의 주 무기인 힙합 장르, 공격적인 래퍼 라인의 벌스, 엘즈업과 잘 맞아떨어지는 음역대의 쨍한 보컬 톤까지. 굳이 놀라운 점을 찾자면 서정적일 줄만 알았던 케이의 보컬이 곡을 고조시키는 설렘으로 다가온다는 정도인데, 이것 또한 이제껏 K-POP에서 보여준 케이의 무대를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부분도 아니다. 또, <Pink Venom> 원곡이 가진 강렬한 비트의 힙합 장르는 이들이 익숙한 스타일을 버리면서까지 소화해야 할 강인한 카리스마가 있다. 이러한 선곡은 기성 아이돌로 구성된 엘즈업이라는 팀에게 새로운 하나의 틀을 주는 것과 같다. 7인이 가진 넓은 베리에이션에 한계를 두어 두드러지는 통일성을 준 것이다. 그런 점이 <7+UP>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원곡자인 블랙핑크(BLACKPINK)는 보컬, 랩, 퍼포먼스, 모두 높은 능력치에 강렬한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중 관점에서도 ‘블랙핑크 곡은 커버무대 성공하기 쉽지 않은 노래’라는 인식이 생긴 것일 테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는 엘즈업에게 유리한 포인트가 된다. 이미 숱한 경험치가 쌓인 이들은 다른 신인들과는 현저히 다르다. 각자 자신만의 노래를 해 본 사람들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곡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것을 오랜 시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기에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자체가 강점이자 정체성이 될 순 없을까? 엘즈업이라는 중고 신인이 가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난이도 높은 곡을 소화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부터는 이들의 무대 중 비슷한 결의 곡을 비교해 엘즈업의 차후 방향성을 살펴 볼 것이다.
위 영상은 2023 MAMA에서 선보인 퀸덤 퍼즐 경연곡 <SNAP>이다. 이를 첫번째 레퍼런스로 가져온 데에는 해당 무대가 <Pink Venom> 외에도 무게감 있는 컨셉을 소화할 수 있고, 이러한 장르 안에서 두 메인 보컬이 다 녹아들어 합을 이뤄낼 가능성을 한번 더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SNAP>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곡의 구성인데, 해당 곡의 구조를 보면 하나의 랩 벌스가 아닌 중간중간 싱잉랩 형태로 존재한다. 그 탓에 래퍼 라인은 물론이고, 파트가 부재한 서브 보컬 라인의 개성 또한 찾아 보기 힘들다. 대중에게 반응이 좋았던 것도 7명의 능력이 고루 활용된 무대이기에 이러한 부분은 중요하게 신경써야 할 포인트이지 않나. 또, ‘MAMA’라는 특수성 탓에 개개인이 강조된 위 영상과 본래 경연 영상을 비교해 보면, 이들에게 통일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영상은 퀸덤 퍼즐에서 선보인 경연 영상으로, 보다 높은 이해를 원하신다면 엘즈업 버전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다음 레퍼런스는 퀸덤 퍼즐 경연곡 중 하나인 <BAD BLOOD>다. <BAD BLOOD>는 퀸덤 퍼즐의 퍼포먼스 경연곡인 만큼, 퍼포먼스가 보장되어 있는 곡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영화 ‘말레나’를 오마주하여 엘즈업의 강점인 ‘강렬함’을 돋보이게 하고, 동시에 컨셉츄얼한 틀을 씌워 각각의 개성이 총체적인 하나의 컨셉으로 보이게 한다. 위에서 말한 단점이 다수 보완된 사례인 것이다. 게다가 보컬적인 관점에서도 해당 곡은 안정적인 음역대에 단단한 톤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외인 점은, 래퍼 라인의 부재에도 둘의 안정적인 보컬과 강도 높은 퍼포먼스가 그 자리를 채운다. 이는 파트가 일정치 못 하더라도 장르나 퍼포먼스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지막은 엘즈업의 첫 앨범, <7+UP>의 수록곡인 <Undercover>과 <HIDE AWAY>다. 앞선 세 무대는 기존 곡의 엘즈업 버전이었다면, 이번 곡은 실제로 엘즈업이 발매한 곡에서 앞선 포인트가 드러난 곡을 꼽아 보았다. 강렬한 베이스와 리드 소리가 포인트인 힙합곡 <Undercover>는 위의 <Pink Venom>과 같이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각 포지션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튀는 멤버 없이 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 3절의 전조와 그를 소화하는 메인 보컬 라인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를 <Pink Venom>이나 <SNAP>에서도 언급했던 것으로 보아 확실히 두 메인 보컬이 무게감 있는 곡에서 강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본다. 또, <HIDE AWAY>는 808 베이스의 공격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진 곡으로, 보컬과 랩을 안정적이게 넘나드는 각 멤버의 능력치와 <HIDE AWAY> 특유의 완급 조절에 능한 보컬 라인이 눈에 띈다. 강한 색깔에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곡임에도 무난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높은 난이도 자체가 강점이자 정체성’이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2023년도의 활발했던 활동이 무색하게 24년에 들어서자 활동이 줄어들며 프로젝트 무산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던 이들이지만, 서바이벌 퀸덤 퍼즐의 애청자이자 러블리즈 케이의 오랜 팬이자, 또 여자아이돌 박애주의자인 필자는 엘즈업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에 적지 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그룹의 활동을 기대했고, 잘 되길 바랐다. 해당 기사에 오랜 공을 들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결성된 그룹이니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5월에 컴백할 엘즈업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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