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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박

왕복 4시간 통학러의 버스 안 자장가 1탄: 보이그룹 편

* 본 기사의 앨범 사진을 클릭하시면 멜론 앨범 정보로 이동합니다.

‘주말에는 나름 잘 뚫리지만 그것도 확신할 수 없어 운에 맡겨야 되고, 평일에는 24시간 꽉 막혀서 장점이라고는 포켓몬고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뿐인 고속도로’

나의 등교길 올림픽대로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최소 3일, 왕복 장장 4시간을 달려서 경기도 왼쪽 끝에서 서울 오른쪽 끝으로 통학해온지 햇수로 어언 3년차가 되었다. 내가 사는 김포는 지하철이 없어서 버스로 장장 한 시간여를 그 악명높은 올림픽대로를 타고 달려야 당산역에 도착할 수 있다.

당산역 도착 전 버스에서의 한 시간은 사실 나한테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그 한 시간 동안 첫교시 수업 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트위터나 유튜브에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참고 미리 자둬야하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지브리의 잔잔한 음악이나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고는 하는데, 때때로 원래 듣던 이런 음악들을 암만 들어도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있다. 이런 새로운 자장가가 필요한 날들에 듣곤 하는 아이돌 음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황민현: "戀する日 / Koisuru Hi (사랑하는 날)"

사랑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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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열혈국프가 되었던 시기, 필자는 최애였던 어니부기 김종현을 통해 뉴이스트와 이들의 음악을 접했다. 뉴이스트는, 정규 1집 발표 이후 구축해나가고 있는 비교적 진지한 세계관 때문인지 긴 공백기 혹은 무명 생활에서의 전환점이 필요해서였는지 타 아이돌 가수들과 비교해서 발라드를 비롯한 잔잔한 노래들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음악들 중 멤버 민현의 솔로곡 ‘사랑하는 날’은 숨겨진 명곡이 많은 뉴이스트의 일본 앨범 수록곡들 중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잔잔한 피아노 반주를 중심으로 차분한 곡들에 최적화된 민현의 미성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발라드곡인데, 우선 기본적으로 일본어 노래이기 때문에 필자처럼 일본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사를 되뇌이거나 뜻을 곱씹을 수 없어 피곤한 버스 안에서 들을 때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잠들 수 있다. 게다가 노래에서 고음 부분이 내지르는 진성이 아니라 가성이기 때문에 민현의 음색의 강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 기 때문에 피곤한 통학길의 자장가로서 손색이 없다.



세븐틴: "SEVENTEEN SPECIAL ALBUM `DIRECTOR`S CUT`"

Falling For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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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 For U’ 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노래는 많은 머글들이 알아야 되는데’라며 아쉬워하곤 한다. 우선 요즘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들을 수 있는 소위 ‘잘 통하는’ 인디 곡들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아이돌곡에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도 아이돌 노래인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위 ‘아이돌 노래’ 하면 생각나는 (최근에는 이러한 특유의 색들이 해외 작사작곡진들의 참여 증가, 뛰어난 역량의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퇴색되고 있긴 하지만) 단순하고 유치한 사랑 가사, 비슷하고 대중적인 반주와는 거리가 먼 노래이다. 애초에 노래가 좋기도 하지만 ‘Falling For U’에는 자장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포인트도 확실히 있다. ‘Falling For U’는 앞서 언급한 ‘사랑하는 날’처럼 반주로 많은 비트나 효과가 깔리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는 날’이 피아노 반주가 노래의 바탕을 채우는 주가 되었다면 이

노래는 어쿠스틱한 기타 소리가 노래를 채운다. 마치 조용한 카페에서 라떼 한잔을 마시고 자연스럽게 잠에 드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열세명의 세븐틴 멤버들 중에서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미성을 가진 정한과 조슈아의 듀엣곡이라는 점도 꿀잠 유도를 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방탄소년단 : WAKE UP

W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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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두 노래들은 반주가 큰 힘을 쓰지 않으면서 달달한 음색을 가진 아이돌들이 부르는 잔잔한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노래에서 반주에 악기를 많이 쓴다거나 전자음 등의 추가적인 꾸밈이 많다면 잠을 자려할 때는 괜히 신경이 쓰이거나 시끄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색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달한 음색의 가수의 노래가 더 잠이 잘 온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WAKE UP’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러한 자장가 노래들의 특성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노래이다. 가수인 방탄소년단이 지금보다 힙합 아이돌 느낌이 강했던 비교적 초창기 시절 노래이기 때문에 거친 랩 파트가 있으며, 반주도 일반적인 아이돌 노래들처럼 많은 악기와 이팩트가 들어간 비트의 반주이다. 거기다 역설적이게도, 노래 제목까지 ‘일어나’라고 대문자로 강조하면서까지 말하고 있어 제목만 봐서는 자장가와는 통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노래가 나의 통학길 자장가 중 하나인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 일단 ‘사랑하는 날’처럼 노래가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가사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해도 그럴수가 없다. 또한 한 노래에서 가장 인상이 남는 부분인 하이라이트 부분이 매우 차분해 격하게 잠을 유도한다. 같은 멜로디를 버퍼링처럼 반복하는 피아노 소리가 기본 반주에 슬쩍 얹어지면서 하이라이트 부분이 시작되는데, 안 그래도 차분한 미디엄 템포의 반주에 다양한 음색의 보컬라인의 목소리로 더해지는 멜로디는 끝으로 갈수록 음이 낮아지는 나른나른한 멜로디라 사람 한 사람 쯤은 가뿐하게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게 만들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생각난건데 가사로는 ‘WAKE UP’이라며 일어나라 말하고 있지만 사실 피곤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SLEEP TIGHT’ 하라는, 한 노래에 두 가지 뜻을 동시에 전하고자 했던 방탄소년단의 큰 그림이었을수도 있겠다라는 아무말을 적어본다.



+ 필진관련 TMI : 앞서 언급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는데 어김없이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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