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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노아

1세대 케이팝의 새로운 변신: 리메이크 곡 톺아보기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10일


최신 유행 Y2K,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뉴트로’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뉴트로의 특징은 옛것을 가져오되, 그대로 옮겨오기보다는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을 거쳐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현재 뉴트로 열풍은 패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케이팝 역시도 이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최근 데뷔한 4세대 그룹에게서 이와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뉴진스는 Y2K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아이브는 00년대 케이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의 ‘After Like’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앞으로도 뉴트로는 꾸준히 아이돌 디렉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잡을 듯하다.


그렇지만 사실 케이팝에서 뉴트로를 최근에 생겨난 유행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오래 전부터 아이돌은 꾸준히 옛날 노래를 커버하거나 리메이크해 새롭게 발매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역사가 세대가 나뉠 정도로 점점 쌓여가면서 앞선 세대의 노래들이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어쩌면 뉴트로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케이팝은 이미 그 흐름을 타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오늘은 Z세대에게 원곡보다도 친숙할,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리메이크 곡 4개를 소개하고 이러한 리메이크가 케이팝에서 꾸준히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① 내 얘길 들어봐


오마이걸 – 내 얘길 들어봐(A-ing) (Feat. 스컬&하하) (2016)



파파야 – 내 얘길 들어봐 (2000)



오마이걸이 2016년 8월 발매한 썸머 스페셜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 ‘내 얘길 들어봐(A-ing)’는 1세대 아이돌 파파야가 2000년 발표한 ‘내 얘길 들어봐’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파파야는 귀엽고 앙증맞은 컨셉으로 데뷔하며 타 걸그룹과 차별화를 시도했는데, 그 첫 시작이 바로 데뷔곡 ‘내 얘길 들어봐’였다. 이 노래는 아기자기한 가사와 포인트 안무 ‘아잉 댄스’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파파야를 단숨에 대세의 반열에 올려주었다.


오마이걸 역시 이와 같은 원곡의 핵심은 그대로 가져와 시원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되, 힙한 비트와 스컬&하하의 피처링을 더해 새로운 매력을 가미하였다. 그 결과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오마이걸의 대표곡이 탄생했고, 오마이걸은 이 노래를 통해 좋은 음원 성적을 거두며 이전에도 이어오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마이걸의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파파야의 매니저였기 때문에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게 되었다는 재밌는 여담이 있다.



② 이별공식


빅스 – 이별 공식 (2015)



R.ef – 이별 공식 (1995)



오마이걸의 ‘내 얘길 들어봐’가 여자 아이돌의 리메이크 곡을 대표한다면, 아마 남자 아이돌의 리메이크 곡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빅스의 ‘이별 공식’이 아닐까 싶다. ‘이별 공식’은 ‘컨셉돌’로 유명했던 빅스가 2015년 2월 발매한 스페셜 싱글 <Boys' Record>의 타이틀곡으로, ‘대.다.나.다.너’ 이후 약 1년 7개월만에 밝은 느낌의 노래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원곡은 R.ef가 1995년 발매한 1집 <Rave Effect>의 타이틀곡 ‘이별 공식’으로, 빅스의 버전은 랩 부분을 라비가 새롭게 작사했으며 랩으로 노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빅스는 이 노래를 통해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컴백 첫 주 음악방송의 1위 트로피를 휩쓰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R.ef가 이 노래로 활동했을 당시에도 음악프로그램 ‘가요톱 10’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별 공식’이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③ Be natural


레드벨벳 – Be natural(Feat. SR14B 'TAEYONG (태용)') (2014)



S.E.S – Be natural (2000)



‘Be natural’은 2014년 10월 레드벨벳이 내놓은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레드벨벳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컬러 레드와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에서 연상되는 감각적인 이미지 두 가지를 모두 보여주겠다’는 컨셉을 가지고 데뷔했다. 첫 싱글 ‘행복’이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의 ‘레드’를 보여줬다면, 그 다음 ‘Be natural’에서는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의 ‘벨벳’을 보여준 것이다. 이와 같이 레드벨벳은 기존 이미지와 반대되는 새로운 이미지를 ‘Be natural’에서 선보이며 팀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고, 특히 새롭게 추가된 의자 퍼포먼스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레드벨벳의 행보는 S.E.S에게 ‘Be natural’이 갖는 의미와 함께 보았을 때 더욱 흥미롭다. 당시 S.E.S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요정돌’이었다. 그러나 S.E.S는 이에 멈춰 있지 않았다. 그들은 소녀에서 숙녀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자신들이 만들었던 걸그룹의 클리셰인 ‘청순’을 과감하게 깨버렸다. 멤버 전원이 긴 바지의 수트 의상을 입고 기존 걸그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즈풍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 레드벨벳이 두 번째 타이틀곡으로 굳이 ‘Be natural’을 선택한 이유도 이해가 될 법하다.



④ 화이트


더보이즈 – 화이트(White) (2019)



핑클 – 화이트 (1999)



마지막으로 소개할 노래는 더보이즈가 2019년 12월 스페셜 싱글로 발매한 ‘화이트(White)’이다. 소개된 곡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성별이 다른 그룹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경우다. 원곡은 핑클의 ‘화이트’로, 1999년 11월 발매한 2.5집 <S.P.E.C.I.A.L>의 수록곡이다. 후속곡으로 짧게 활동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겨울이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명곡이다. 덕분에 더보이즈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 가수들도 이 노래를 커버하거나 리메이크한 적이 많은 곡이기도 하다.


더보이즈의 ‘화이트’는 노래 중간중간 추가된 선우와 에릭의 랩과 브릿지로 전환된 뉴의 후반부 파트가 원곡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방송에서도 원곡의 포인트 안무를 찰떡처럼 소화해내며 레전드 무대를 탄생시켰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더보이즈는 매년 팬들을 위한 윈터송을 내고 있기도 하다.



리메이크가 케이팝의 스테디셀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리메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세대를 통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케이팝의 향유층은 주로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세대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움과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케이팝은, 어른 세대에게는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팀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그룹 이름만을 겨우 기억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리메이크 곡은 옛 세대가 현재의 케이팝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다. 그들에게 익숙한, 10~20년 전 유행했던 노래를 지금의 시간대로 다시 데려와 추억을 소환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케이팝 향유의 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그룹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젊은 세대는 이것이 옛 세대의 것이라고 해서 지루하거나 낡은 것으로 여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다. 그들에게 옛날 노래는 경험해본 적 없는 이질적인 무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서 기존에 향유하던 케이팝과는 다른 매력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뉴트로 리메이크의 포인트는 원본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현 세대에 맞춰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세대 아이돌 노래의 특징인 순수한 느낌의 가사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되, 옛날에 비해 아이돌의 무대 퍼포먼스 비중이 늘어난 시대 흐름에 맞춰 과하지 않은 안무를 더해 더욱 풍성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리메이크 곡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우면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케이팝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의 최신 곡들도 십여 년 후에는 리메이크되어 신인 그룹들의 타이틀곡으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 우리가 케이팝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 세대가 될지, 아니면 여전히 아이돌을 덕질하며 구 최애의 노래를 커버하는 현 최애의 모습을 보고 묘한 기분을 느끼는 팬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훗날 발매될 리메이크 곡들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기꺼이 그때 그 시절의 청춘을 추억하게 하는 반가운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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