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이고 그룹 활동이 여러 번 반복될 때쯤 아이돌 그룹의 몇몇 멤버들은 솔로 앨범을 통한 첫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최근 트와이스의 나연이 데뷔 이후 그룹의 첫 솔로 주자로 나선다는 티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멤버들에게 단체 활동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노래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그룹 활동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 있다면, 멤버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며 보여주는 무대 역시도 팬들에게는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온다.
실제로도 지금까지 발매된 아이돌 솔로 앨범을 살펴보면 그룹 활동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느낌의 곡과 무대를 선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몇몇 아이돌의 솔로 활동에 대해 살펴보며 그들이 솔로 앨범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보여주고자 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속의 숨겨진 명곡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것이다.
1) 몬스타엑스 기현의 “Voyager”
2022년 3월 몬스타엑스 메인보컬인 기현의 “Voyager”가 새롭게 발매되었다. 몬스타엑스 데뷔 7년 만에 재계약을 앞두고 발매된 앨범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기현의 이야기를 “여행자의 시점”에서 풀어낸 앨범이다.
다소 강렬한 사운드와 빠른 비트를 가지고 있던 기존 몬스타엑스의 노래들과는 다르게, 타이틀곡 ”Voyager”는 청량한 밴드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다. 기현의 시원한 보컬이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와 잘 어우러져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몬스타엑스의 컨셉에서 벗어난 솔로가수 유기현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몬스타엑스 노래들이 강렬한 랩과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져 완성된다고 느껴 왔는데, 기현의 시원한 보컬만으로 꽉 채운 무대는 처음이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단체곡에서의 메인보컬으로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밴드의 프론트맨과 같은 기현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무대도 감상 포인트가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타엑스에서 보여주던 기현만의 무대 매너와 표정 연기 등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몬스타엑스 기현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요소가 많다.
2번 트랙 “, (COMMA)”는 이 앨범의 또 다른 숨은 명곡이다. 자신이 꿈꾸던 낙원에 도달한 여행자의 관점에서 그려낸 타이틀곡과는 다르게, 이 곡의 경우에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자신에게 comma, 즉 쉼터가 되어주는 존재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기현은 이 노래를 통해 “항상 밝으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 생각을 가사로 옮기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노래이기에 꼭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몬스타엑스 노래들의 큰 축이 되는 기현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분명히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메인보컬들의 솔로앨범은 그들에게는 보컬 실력을 100%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2) 러블리즈 류수정의 “Tiger Eyes”
러블리즈의 류수정 역시 데뷔 6년만에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러블리즈의 아련한 감성을 만들어내는 데 큰 축이 되는 것이 바로 류수정의 음색인 만큼 개인적으로 어떤 노래를 들고 올지 굉장히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Tiger Eyes”는 류수정만의 부드러우면서도 허스키한 음색을 잘 담아낸 곡으로 러블리즈의 “Ah-choo”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들의 작사가인 서지음의 작품이다. 매력적인 이성의 눈빛을 Tiger Eyes에 비유한 곡으로 가사의 내용답게 곡의 분위기도 굉장히 몽환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러블리즈의 기존 노래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의 곡이기 때문에, 류수정의 보컬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번외편으로 류수정이 커버한 “Ohayo, My night”을 가져와 보았다. 역시 류수정만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보컬이 잘 어울려 많은 호평을 받았던 커버 영상이다.
이 앨범의 숨겨진 명곡으로는 망설임 없이 “너의 이름(My name)”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러블리즈만의 “짝사랑 연대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러블리즈만의 감성과 류수정의 음색이 어우러진 노래로, 러블리즈의 노래들을 좋아한다면 이 노래 역시도 꼭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3) 아이오아이, 구구단 출신 김세정의 “Whale”, “SKYLINE”
김세정의 대표곡으로 “꽃길”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김세정의 진가는 그 후의 솔로 앨범들에서 점점 더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김세정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이미 유명하지만 김세정이 작사작곡에도 능하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구구단 시절에도 꾸준히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작사작곡에 참여해 왔기에, 이번 기회에 세정만의 감성을 담은 명곡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20년 발매한 디지털 싱글 “Whale”이다. 김세정이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했다. 두려울 게 없었던 그때의 “나”를 고래에 비유하여 나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청량하고 시원한 분위기의 노래로 여름에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 이 노래를 감상하며 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
역시 2020년 발매한 앨범 “화분”에 수록된 자작곡인 SKYLINE이라는 노래이다. 모던 록 팝 장르의 곡으로, 대중적인 멜로디와 세정만의 감성을 담은 노래다.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곡으로, ‘당신 그 안에 담긴 모든 게 더 빛이 나기를”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오아이, 구구단 두 그룹을 거쳐온 세정이지만 그룹 노래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자작곡들을 꾸준히 발매하면서, 진정한 올라운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몇몇 아이돌들은 솔로앨범의 작사작곡에도 활발히 참여하여 자신이 그리는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인다.
4) 소녀시대 서현의 “Don’t Say No”
소녀시대의 영원한 막내 서현의 첫 솔로 앨범이다. 서현은 소녀시대, 태티서 등 수많은 무대를 선보여 온 만큼 많은 이들의 서현의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서현이 혼자서 꽉 채우는 3분의 무대는 그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굉장히 새롭고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수많은 뮤지컬들에 참여하면서 더해진 풍부한 표현력은 서현만의 솔로 무대가 전혀 허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게 한다.
타이틀 곡인 Don’t Say No는 R&B 팝 댄스곡으로 서현의 파워풀한 보컬과 춤 실력을 둘 다 선보일 수 있게 해주는 노래이다. SM과 오랜 시간 함께온 작곡가인 켄지와의 합작이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에 수록된 에릭남과의 듀엣곡인 “Hello”는 보다 따뜻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노래로 숨겨진 명곡 중 하나다. 서현은 타이틀을 제외한 6개의 수록곡 전부의 작사에 참여하며 이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노래들을 선보이고자 했다. 소녀시대 막내의 성장이 궁금하다면 서현의 솔로 앨범 무대들을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아이돌들의 홀로서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들의 솔로 앨범들이 모두 그룹에서 자신이 보여주던 색깔에 더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룹 안의 이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라면 분명 이들의 홀로서기 무대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그들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데에 그룹 역시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룹 특유의 꽉 찬 무대와 다채로움도 좋지만, 가끔은 멤버 한 명 한 명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 알아가고 싶을 때 이들의 솔로 앨범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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