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즈원의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가 : 국프가 말하는 ‘프로듀스48’ 총평
I.O.I, 워너원에 이은 프로듀스 시리즈의 세 번째 데뷔 그룹이자 두 번째 걸그룹인 아이즈원(IZ*ONE)이 지난 8월 31일 프로듀스48 마지막 화에서 결성되었다.
온 국민을 국민 프로듀서로 만들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세 번째 방송 ‘프로듀스48’이 지난 8월 31일, 마지막 생방송을 끝으로 프로그램 공개 이후 장장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에 한일 96명의 연습생 중 한국 9명 (장원영,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권은비, 강혜원,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 일본 3명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총 12명의 연습생이 아이즈원이라는 이름으로 최종 데뷔의 꿈을 이뤘고 10월 말, 2년 6개월간의 활동을 시작하는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2017년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in japan에서 AKB48의 총괄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사실상 겉치레로 수상했다. 뒤이어 AKB48과 I.O.I 일부 멤버, Mnet의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일부 멤버들이 프로듀스 101 시즌1 테마곡인 ‘PICK ME’, AKB48의 히트곡 ‘사랑하는 포춘쿠키’, ‘헤비 로테이션’(1화에서 한일연습생들이 같이 춤춘 그 노래 맞다.)합동 무대를 선보였고 뒤이어 로고 티저 영상이 깜짝 공개된 것이 ‘프로듀스48’의 시작이었다.
+ 공식 티저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4FalpoEbe4#action=share
일본 걸그룹인 AKB48과의 합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프듀48’의 시작은 방영 전부터 평탄치 않았다. 아픈 역사로 한국인에게 뿌리 박혀있는 반일 감정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1차원적인 비판은 기본에, 총괄 프로듀서 아키모토P의 우익 논란과 AKB48의 자위대 컨셉 의상, 그가 작사한 선정적이고 페도필리아적인 가사 등 수많은 논란들이 잇따라 기사화되면서 댓글창은 머글, 즉 일반 대중과 AKB48 기존 팬들을 포함한 일뽕, 그냥 어그로가 얽히고설킨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이제 와서 보면 2015년 당시 처음 보는 비주얼로 충격과 공포를 주었던 ‘PICK ME’ 무대와, 남자가 나오는 프듀는 남자들이 절대 보지 않을 것이기에 망할 것이 분명하다는 식의 비웃음들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던 지난 두 시즌의 초반 상황은 ‘프듀48’의 초반 상황과 비교하면 새가 지저귀고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바둑을 둘 것처럼 평온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프로그램 방영 후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선두 지휘하는 아비규환의 형세는 여전했다. 이전 시즌들의 초반 인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첫 경연무대가 담긴 3~4화 즈음 돼서는 공통적으로 흥미로운 경연 내용과 매력적인 연습생, 레전드 무대 등 긍정적인 면들이 이슈가 되며 점점 그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프듀48’은 테마곡 ‘내꺼야’ 센터 미야와키 사쿠라의 과도한 분량 논란, 한국 연습생 역차별논란, 일본 연습생의 실력과 발언 논란같은 부정적인 면들이 더 이슈화되며 대중의 시선은 더더욱 차갑게 식었다.
프로그램이 중후반기가 되며 비교적 사그라들었던 이러한 머글 여론은 마지막 방송 직전 화에 방영된 3차 순위 발표식에서 데뷔조 12명 중 과반수를 일본인인 AKB48 멤버들이 차지하자 부활하기도 했다. 베스트 댓글은 ‘일본인이 더 많은 그룹이 무슨 K-POP 그룹이냐’, ‘그래도 센터는 한국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와 같은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최종 데뷔조인 아이즈원 내 한국 연습생의 압도적인 비율(9명)과 함께 기존 최상위까지 차지했던 두 일본 연습생의 최종 탈락으로 이어졌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음에도 AKB48에서 만년 권외 멤버였다는 스토리 덕분에 4위까지 차지했던 타케우치 미유와 한국 여행을 50번이나 다녀와 친한파로 알려져 3차 순발식의 순위가 2등까지 상승했던 미야자키 미호의 이야기다. 걸그룹이나 아이즈원의 이미지에 어울리고 말고를 떠나 필자의 기준에서 ‘프듀48’의 제일 큰 희생자를 꼽자면 아마 이 둘이 아닐까 싶다.
‘프듀48’은 애초에 위와 같은 이유들로 등을 돌린 많은 대중을 안고 가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특히 순위발표식이나 경연 외 프로그램의 재미가 이전 시즌들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청률 면에서도 이전 시즌들은 3~4화 이후로 2%대를 넘기며 인기와 더불어 쭉 상승세를 보였지만, ‘프듀48’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 때문인지 인기를 결정지을 사실상의 마지노선인 4화 이후 시청률의 소폭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끝까지 4%를 넘진 못했다. 수천 개가 거뜬히 넘어가던 메인 기사 댓글 수도 그것의 10분의 1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음 덤이다. SNS 좋아요나 파이널 생방송 총투표수도 줄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지표들을 보면 확실히 ‘프듀48’은 시즌 1, 2만큼의 압도적인 화제성을 모는 것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각각 남녀 첫 시즌이기에 포맷 상의 신선함이 화제 몰이에 큰 역할을 했던 프로듀스 101 시즌 1, 2와의 비교의 결과다. 대신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신인 걸그룹으로 놓고 보자면 평가 기준의 허들은 확실히 낮아진다. 방영 내내 비드라마 화제성 연속 1위를 놓치지 않은 것은 기본에 방송이 끝난 이후에 연습생들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이널 생방송 투표수도 주목할 만하다. 1위로 아이즈원의 센터 자리를 차지한 스타쉽 장원영은 338,366표의 어마어마한 득표수를 얻었다. 더해서 이전 시즌들의 데뷔 커트라인이었던 11위로 ‘프듀48’에서 제일 먼저 아이즈원 멤버로 이름이 불린 얼반웍스 김민주 연습생의 파이널 득표수는 227,061표로, 시즌 1의 11위 유연정의 136,780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연정의 이 득표수는 ‘프듀48’의 경우 17위라는 순위로 데뷔조보다 한참 모자란 등수로 탈락한 AKB48 타케우치 미유의 득표수보다도 적다.
타 프로그램으로 시야를 넓혀봐도 확실히 ‘프듀48’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슈스케와 프듀 시즌1을 제작한 한동철 PD와 YG엔터가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0퍼센트대의 충격적인 시청률을 기록해 제작사 YG에게 억대 적자를 안기고, 데뷔조까지 해산된 비공식 흑역사 JTBC ‘믹스나인’이나 데뷔조 그룹인 유니티와 유앤비의 성과가 지지부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해체를 앞둔 KBS ‘더 유닛’ 등 소위 프로듀스 시리즈의 아류작들과 비교해보면, ‘프듀48’이 훨씬 상황이 좋고 앞길이 탄탄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데뷔조 아이즈원의 SNS 상 기록면 역시 결코 무시할 바가 아니다. 아이즈원의 공식 팬카페는 개설한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기에 회원수 2만 7000명을 넘겼는데, 이는 우리나라 걸그룹 공식 팬카페 회원수 11위에 해당한다 (18년 9월 1주차 기준). 아이즈원의 첫 V라이브는 무려 35만 조회수 (9월 22일 기준)를 넘겼는데, V라이브 한 영상 당 10만 조회수를 넘는 아이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수많은 결과들로 아이즈원은 그들에 대한 관심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음을 스스로 차근차근 증명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즈원은, 치사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하고 든든한 CJ라는 지원단을 등에 업은 채 출발선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데뷔하려면 몇 주의 시간이 남았지만 무거운 왕관을 손에 든 채,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아이즈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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