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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쪼꼬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 낭만적인 사랑이 성숙한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콘셉트 포토

©빅히트 뮤직


2019년 데뷔와 동시에 4세대 아이돌 대표 주자로 떠오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이하 TXT)는 청소년기의 호기심과 환상을 담은 <꿈의 장> 3부작을 통해 채도 높은 음악과 『해리포터』를 차용한 가사, 장르 소설 풍의 긴 제목으로 특색을 형성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 <꿈의 장: Eternity>의 부제와 달리, TXT가 그린 청소년기의 일탈과 낭만은 백일몽에 불과했다.


6월에 발매한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와 최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는 낙원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한 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학교에서 일탈을 꿈꾸던 <꿈의 장> 시리즈를 졸업하고 멤버 모두가 성인이 되며 갑작스럽게 톤을 낮춘 듯하나, 사실 TXT는 <혼돈의 장> 시리즈를 끊임없이 예고해왔다. 데뷔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에서 각자의 아픔을 가진 다섯 소년은 서로의 위로가 되어주지만 동시에 ‘사실 아직도 난 조금 불안해 / 차가운 냉소와 외로움 중간에 서 있어’라며 불안을 숨기고 있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최나미,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말처럼, 결국 학교로부터 도망쳐 도착한 매직 아일랜드는 불타버리고 갈등을 겪은 소년들은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에 지친 소년들의 도피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MV

©빅히트 뮤직


<혼돈의 장: Freeze> 의 타이틀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뮤직비디오의 초입에서 인용한 「『맨홀』 서평 – 삶의 구멍에 대한 탁월한 메타포, 맨홀」의 구절이 뜻하는 바와 같이, 성장의 혼란을 겪는 TXT에게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Pick your 답 A or B / 밸런스 게임 앞 퓨마와 / 난 골라야만 하는 걸까(‘밸런스게임’)’라는 가사처럼 현실은 막막하고 머리 아픈 고민만 이어질 뿐이다. ’나도 꿈꿨지, 멋진 / 모두의 행복을’이라고 했던 멤버들은 이제 ‘다 같이 망해(‘소악행’)’라며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는다. 벼랑에 몰린 소년들은 ‘달콤한 그 love song / 돌아서면 결국 / 낯선 그 someone(‘Anti-Romantic’)이라고 주저하다가 결국 사랑으로 구원받기를 택한다. <혼돈의 장: Frezze>의 앨범 아트가 얼음으로 이루어진 ‘X’의 가운데 붉은색 하트가 살아 숨 쉬는 모습으로 표현된 이유다.


소년들은 왜 사랑을 택한 걸까?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인간의 가장 절실하고 강한 욕구가 ‘자신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욕구’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분리감을 극복하고, 일치를 이루고, 삶을 초월하기 위해 동물숭배, 인간 희생, 군사정복, 신앙, 예술을 이용해왔고 현대에는 마약, 술, 창조적 활동이 그 돌파구가 되었다. 그중 완전한 해답은 ‘사랑’이며, 특히 ‘성숙한 사랑’이다.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객관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자신의 욕망이나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과 분리할 줄 알아야 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의 태도, 인격, 사랑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사랑이 성숙한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LO$ER=LO♡ER' Official MV

©빅히트 뮤직



뮤직비디오의 TXT는 불행한 가정으로부터 벗어났지만 돈도, 집도 없다. 그러나 점점 위기는 다가오고 결국 눈앞에 닥친 현실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결정적인 선택 앞에서 소년들은 ‘이길 수 없던 fighting, bleeding, losing 이젠 지쳤어’라고 외치며 돈을 훔쳐서 ‘회색빛 차를 타고 달아나’버리기를 택한다. 물론 사랑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이들은 ‘LO$ER’에 불과한 이들은 너와 함께라면/추락도 아름다워’라며 끝까지 ‘너’의 손을 놓지 않고 ‘LO♡ER'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X’의 모든 부분이 핑크색으로 칠해진 앨범 아트 역시 멤버들이 택한 사랑을 나타낸다.


'LO$ER=LO♡ER'에 나타난 사랑은 낭만적이지만 성숙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0X1=LOVESONG'은 ‘너’를 ‘내게 나타난 천사’ 혹은 얼음뿐인 이곳에서 넌 / 유1하게 빛나던 glow’라며 구원의 대상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나의 결핍과 욕구를 타인이 효과적으로, 즉각적으로 채워주기 바라는’ 애착에 불과하다. 또한 소년들은 세상에서 도망침으로써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그들의 세상에서 유의미한 사람은 오직 한 명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근본적으로 어떤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이자 성격의 방향이며, ‘만일 어떤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하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공서적 애착이거나 확대된 이기주의이다’라고 했다. 오직 한 사람을 향한 TXT의 사랑을 성숙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자신의 전체적인 인격을 발달시키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사랑을 위한 모든 시도가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확신시켜 주려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작가의 말 中


작가의 말처럼,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사랑을 위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사랑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소년들의 회피적인 태도는 아직 미숙하기만 하다. TXT는 자신을 옥죄는 세상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워 사랑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뮤직비디오가 자동차가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으로 끝나며 다시 한번 환상성을 부여하는 것인지 의심되는 가운데 <혼돈의 장>이 마무리되었다. 그 마법이 그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워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학교로부터의 일탈에 이어, 다시 한번 도피를 택한 소년들이 너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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