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호흡기 감염질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경제, 문화 등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모든 부분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회사에서는 자택근무가, 학교에서는 사이버 강의가 실시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꽃구경을 막기 위해 아예 꽃밭을 밀어버리는 등 예전 같은 봄의 느낌은 느낄 수 없는 답답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가요계에도 이어졌다. 방탄소년단, 몬스타엑스, 세븐틴 등 아이돌뿐만 아니라 성시경, 미스터트롯 등 많은 콘서트가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인해 취소되었다. 코로나19로 대중의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가수들의 음원 공급까지 줄어들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0년 3월 다운로드 400위 기준 3월 발매곡은 56곡으로 전년 대비 16곡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2020년 3월 출시곡 중 3월 월간 차트 20위 안에 오른 곡은 ITZY(있지)의 ’WANNABE’가 유일하다. 2019년의 경우 7개의 신곡이 랭크된 바에 비하면 상위권 음원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아이들, 에이프릴, 이한결X남도현 등 3월 컴백 예정이었던 아이돌들 또한 대부분 4월로 일정을 미루었다.
컴백을 한다고 해도 상황은 전과 달랐다. 데뷔 및 컴백 기념 쇼케이스는 팬 없이 기자들만 참여하여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 매주 팬들과 함께했던 음악방송들 또한 2월 초부터 무관중 녹화를 시작했다. 팬들의 응원 소리와 함께 무대를 하던 가수들은 팬들의 부재에, 팬들은 가수들의 무대를 만날 기회가 적어진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소통의 창을 아이돌은 어떻게 대처할까? 바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통이다. 물론 직접 눈앞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 가까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돌들은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실 오프라인에서 아이돌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지방 팬들이나 해외 팬들이 아이돌을 접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sns, V앱 등도 언택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아이돌의 언택트 서비스는 더욱 다양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우선 코로나19로 취소되었던 콘서트를 온라인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취소된 콘서트를 대신하여 4월 18일~19일 이틀간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라는 ‘방방콘(BangBang Con)’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생생한 라이브 현장은 볼 수 없지만 이전의 콘서트와 팬미팅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소속사는 팬들이 ‘방방콘’을 더 즐길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있는 응원봉 아미밤을 블루투스 기능으로 연동하는 새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많은 팬들이 아이돌에게 직접 앨범에 사인을 받고 얘기할 수 있던 팬사인회는 영상통화 사인회로 탈바꿈했다. 영상통화를 통해 실제 팬사인회처럼 아이돌과 소통하고, 사인을 받은 앨범은 자택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최근 첫 미니앨범 ‘자화상’으로 컴백한 엑소의 수호의 ‘비디오 콜 이벤트’, 신인 그룹 MCND의 ‘Meet&Call’을 비롯하여 원어스, 엘리스, 구구단 세정 등도 비대면 영상통화 사인회를 진행 중이다. 물론 실제로 아이돌을 만나 소통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온라인을 통한 랜선 만남은 시국에 맞는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문화의 일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스타들도 있다.
초신성 출신의 윤학은 대한민국 제1호 코로나19 확진 연예인이다. 그룹 슈퍼노바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윤학은 3월 24일 일본에서 귀국한 후 4월 1일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에서 치료 중이다. 윤학이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그가 한국에 귀국할 당시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가 권고되었지만, 윤학은 이를 무시하고 외부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학이 26일에 만난 강남 대형 유흥업소 종업원 또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어 더 큰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귀국 후 마스크 없는 외부 활동도 서슴지 않은 안일한 모습과 하필 접촉한 사람이 유흥업소 종업원이라는 사실에 대중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에버글로우는 멤버가 아닌 스태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에버글로우는 미국 투어 ‘EVERGLOW : EVERLASTING TOUR in USA’를 위해 3월 5일 미국으로 떠나 15일에 귀국했다. 원래 5개 도시에서 공연 계획이었지만 마지막 도시인 LA에서의 콘서트는 캘리포니아 주 당국의 권고에 따라 공연 이틀 전에 취소되었다. 15일 귀국한 에버글로우와 스태프들은 2주간의 자가격리 없이 ‘더쇼’ 등의 스케줄을 소화했고, 그중 두 명의 스태프가 4월 2일, 3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스태프들의 확진 판정으로 에버글로우 멤버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출연한 ‘더 쇼’의 출연자 및 관계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또한 ‘더쇼’ 녹화장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건물을 폐쇄하고 방역에 들어갔으며, 7일 예정이었던 ‘더쇼’ 방송 녹화는 취소되었다. 미국 투어는 이미 계획된 일이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귀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없이 스케줄을 소화한 것이 과연 소속사의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이와 관련하여 논란이 된 스타가 있다. 바로 JYJ의 김재중이다. 김재중은 4월 1일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감염됐다”라는 글을 올려 팬들과 대중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내 김재중은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이 걱정해 주셨다.”라며 만우절 장난이었음을 알렸다. 하지만 김재중을 제외하곤 누구도 코로나19를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장난은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고, 특히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겐’이 코로나19로 사망해 큰 상심에 빠져 있던 일본에서도 김재중은 신뢰를 잃었다. 결국 김재중은 예정된 일본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되고, 경솔한 이미지만 남기며 질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 보게 된 아이돌들의 여러 모습을 알아보았다. 스타들은 언택트 소통을 통한 여러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팬들의 아쉬움을 채워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독려하고 있다. 비록 몇몇 연예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주었지만, 앞으로는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공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영향력을 인지하고 2주 자가격리 등의 사회적 규범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부디 연예계에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국민들에게 지루한 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희망을 별 탈 없이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고, 머지않아 이 시기 또한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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