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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노아

케이팝 속 이야기 찾기

언젠가부터 아이돌에게 세계관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청순, 섹시 같은 포괄적인 컨셉만을 정해 활동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구체화하고 판타지적 설정이나 서사적 요소를 추가하여 앨범 컨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점차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자연히 그룹의 세계관을 전면으로 내세워 노래 가사 속에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Black Mamba’부터 ‘Girls’까지 모든 타이틀곡이 세계관 속 악의 존재 블랙맘바를 물리치러 광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스파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세계관 없이도 서로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노래들이 있다. 흔히 이를 ‘후속곡’이라고도 부르는데, 꽤나 탄탄한 서사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노래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덕후들의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케이팝 속에 숨겨진 4가지 이야기들을 찾아보자.



1. 아이유 – 너랑나, 시간의 바깥


2019년 11월 18일 발매된 아이유의 <Love poem> 앨범의 수록곡 ‘시간의 바깥’은 공식적으로 ‘너랑나’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임이 발표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11년에 공개된 ‘너랑나’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가 타임루프했던 날짜가 19년 12월 31일이었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너랑나’에서 시간이 갈라놓은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었던 아이유는, ‘시간의 바깥’의 작사를 맡으며 다시한번 작가로서 둘의 이야기를 완결한다.


아이유의 공식적인 설정에 따르면, ‘너랑나’의 아이유는 미래와 같은 시간을 볼 수 있는 아이였고, 이 능력을 통해 이현우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고 그를 따라한다. 여기서 사실 이현우는 바로 미래에 존재하는 사람이었고, 시간의 바깥에서 아이유를 만나러 오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었던 것임이 ‘시간의 바깥’ 뮤직비디오에서 밝혀진다. 이처럼 무언가를 통해 연결되었으나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던 둘은, 결국 시간이 더 이상 그들을 방해하지 못하는 ‘시간의 바깥’에서 만난다.


후속곡답게 이어지는 가사들도 있다. ‘내 이름을 불러줘(너랑나)’-‘너의 이름을 불러줄게(시간의 바깥)’, ‘날 알아보겠죠’-‘내가 널 알아볼 테니까’, ‘내 맘 들킬까 두려워’-‘나 두려움 따윈 없어’와 같이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완전히 뉘앙스가 바뀐 화자의 말들은 ‘너랑나’의 아이유를 기억하던 이들에게 가슴 벅찬 울림을 더해준다.



2.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Love Sick, Marry You


‘누난 너무 예뻐(Replay)’는 2005년 발매된 샤이니의 데뷔곡으로, 연상의 여성을 짝사랑하는 소년이 화자로 설정된 곡이다. 어린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것만 같은 그녀를 바라보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노래한 샤이니는 2015년 <Odd> 앨범의 수록곡 ‘Love sick’를 통해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전했다. ‘동생 같다 내게 장난만 하던/네가 변해서/이젠 내 여자가 됐어’라는 가사를 통해 둘이 연인으로 맺어졌음을 알 수 있으나, 화자는 여전히 그녀를 잃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화자가 사랑하는 그녀를 확실히 붙잡고 싶어 청혼을 하는 ‘Marry You’로 이어진다. ‘Marry You’가 2021년 발매된 <Don’t Call Me> 앨범의 수록곡이었으니 약 16년만에 둘은 완전한 해피엔딩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한 연하연상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세 노래는 ‘연하남 시리즈’라고도 불리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곡들 역시 공식적으로 이어지는 노래임이 밝혀졌으며, ‘누난 너무 예뻐(누난 너무 예뻐)’-‘넌 너무 예뻤지 알고는 있니(Love Sick)’-‘아직도 너무 예뻐(Marry You)’, ‘나에겐 삶의 everything’-‘여전히 내 삶의 Everything’-‘아직도 내 삶의 Everything’처럼 이어지는 가사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3. 엔시티 드림 – 마지막 첫사랑, 사랑이 좀 어려워, 사랑은 또다시, 마지막 인사


다음은 엔시티 드림 팬들의 최애 노래들이라고 손꼽아도 과언이 아닌 ‘첫사랑 4부작’이다. 각각 2017년, 2019년, 2020년, 2022년에 발매된 네 곡은 하나의 시리즈로 묶이며 엔시티 드림의 단독 콘서트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마지막 첫사랑(My first and Last)’에서 남은 인생을 걸고 네가 나의 마지막 첫사랑이라고 외치던 어린 소년들은 ‘사랑이 좀 어려워(Bye My First…)’에서 처음으로 이별을 맞이한다. ‘사랑은 또다시(Love again)’에서는 헤어진 첫사랑을 다시 만난 감정을 노래했고, ‘마지막 인사(To My First)’는 다사다난한 연애의 과정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첫사랑에게 담담하게 그간의 감정들을 정리하는 인사를 보낸다.


이어지는 노래의 가사 중 ‘남은 인생을 걸고 말할게/두 번은 없어/넌 나의 마지막(마지막 첫사랑)’-‘Love 오직 너뿐이야/인생을 걸고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말한 어제(사랑이 좀 어려워)’에서는 이별의 슬픔을 알고 난 후 바뀐 화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알딸딸한 게 뭔지 난 아직 모르지만(마지막 첫사랑)’-‘너에게 취하는 건 알딸딸한/기분과 달라 몸이 가벼워 난(사랑은 또다시)’는 멤버 전원이 미성년자였던 때의 ‘마지막 첫사랑’과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된, 즉 술에 취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시기인 ‘사랑은 또다시’의 차이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가사이기도 하다.



4. 더보이즈 – 환상고백, Make or Break


2020년 2월 발매된 더보이즈의 정규 1집 <REVEAL>의 수록곡이었던 ‘환상고백(Break Your Rules)’의 이야기는 같은 해 9월 발매된 미니 5집 <CHASE>의 수록곡 ‘Make or Break’에서 이어진다. 평행선 같은 친구 사이의 선을 넘고자 하는 ‘환상고백’의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뭐 꿈이면 어때 나 깨어나서도 또 고백할 테니’라며 고백을 결심한다. 그러나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랑하는 이가 화자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화자는 깨어난다. 이 모든 상황이 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Make or Break’에서는 드디어 화자가 꿈이 아닌 현실에서 고백한다. ‘그게 몇 번이든 네게 고백하려 해/지금 당장/대답해줘’라며 상대가 자신의 고백에 Yes or No로 대답해주길 바란다. ‘환상고백’에서 있었던 일들이 일종의 예지몽과 같았던 것이다.


‘넌 찬란히 빛나는 꿈들과 함께 더 반짝거렸지(환상고백)’-‘나 그 찬란했던 환상 속 우리를 꿈으로 두기 싫어(Make or Break)’에서는 ‘찬란’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며 두 노래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고, ‘꿈보다 멋진 내 현실이 되어줘’-‘환상은 전부 현실이 돼’에서는 ‘환상고백’이 풀어낸 꿈 속의 이야기들이 모두 현실이 되어 실제로 두 사람이 맺어진 상황을 알 수 있다. ’Make or Break’ 역시 공개 전부터 ‘환상고백’의 후속곡임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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