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아이돌의 특징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틴크러쉬, 강렬한 콘셉트, 자기애적 가사, 챌린지 등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룹 이름부터 이 특징들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이돌이 있다. 바로 작년 7월 27일에 데뷔한 ‘첫사랑(CSR)’이다. ‘첫사랑(CSR)’은 오랜 기간동안 기억에 남는 첫사랑처럼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지어진 이름이다. 멤버는 수아, 금희, 시현, 서연, 유나, 두나, 예함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2005년생 동갑내기다. 청순 콘셉트의 걸그룹을 아이돌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진 지금, 첫사랑(CSR)의 음악에 주목해야 할 때다.
1. 열일곱, 첫사랑의 시작 <Sequence : 7272> & <Sequence : 17&>
- 사랑, 이런 거구나 <Sequence : 7272>
데뷔 앨범 <Sequence : 7272>는 찌릿찌릿(7272)하게 찾아온 낯설지만 설레는 첫사랑의 시작을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은 그룹명과 같은 ‘첫사랑(Pop? Pop!)’으로, 사랑이 시작된 순간을 열일곱 소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껴왔던 마음 몽우리 터지듯’, ‘도톰히 부풀어 꽃잎이 열리듯’ 등의 막 꽃피우는 첫사랑의 마음을 시각화한 한 편의 동화 같은 가사가 눈에 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아련하고 서정적으로 노래한 기존의 케이팝 음악들과 달리 첫사랑(CSR)은 이 주제를 밝고 청량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사랑을 자각하는 설렘의 순간을 표현한 첫 번째 나이 테마곡 ‘열일곱(72.72Hz)', 열일곱 소녀의 수줍은 고백 ‘비밀이야(Manito)’, 첫사랑과 함께하는 달콤한 순간을 그린 ‘지금 너에게 보내(Toi Et Moi)', 앞으로의 미래에 행복과 낭만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으랏차(Euratacha!)' 총 5곡을 수록하여 그룹 첫사랑(CSR)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 How do you love?! <Sequence : 17&>
<Sequence : 17&>은 열일곱의 테마인 ‘청춘 영화’의 엔딩을 보여주는 동시에 멤버들의 열여덟을 기대하게 하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러브티콘(♡TICON)’은 첫사랑의 감정을 깨달은 후에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통통 튀는 귀여운 가사가 특징인 노래이다. 데뷔곡 ‘첫사랑(Pop? Pop!)’이 비유적인 가사로 순수하고 앳된 사랑의 시작을 그렸다면, ‘러브티콘’은 더욱 밝아진 분위기의 멜로디와 적극적이고 직관적인 가사로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앨범 트랙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당시 케이팝 대표 프로듀서인 황현의 참여로 발매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내 MBTI가 바뀌었나 봐 이상해 I to E, P to J 나 변했나 봐’처럼 MBTI를 넣은 독특한 가사와 무대 의상에 부착된 하트 이모티콘을 활용한 귀여운 안무는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첫사랑(CSR)은 이 곡으로 데뷔 4개월 만에 첫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하며 팀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또한 수록곡인 ‘Anding(&)’은 첫사랑의 청춘 영화는 끝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는 계속되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노래의 처음과 끝에 넣은 오르골 소리는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후에 첫사랑(CSR) 멤버들이 열일곱의 추억을 회상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멤버들의 아름다운 보컬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열여덟, 찬란한 빛의 여정 <DELIGHT>
가장 최근에 발매된 앨범으로, 열일곱살의 첫사랑을 보여준 이전 앨범들과 달리 <DELIGHT>는 열여덟살 새로운 테마, ‘빛의 여정’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빛의 여정’ 챕터를 통해 앞으로 첫사랑(CSR)은 한창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인 18세의 모습을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빛을 따라서 (Shining Bright)’은 ‘나’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밝게 빛나는 존재라는 앨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곡이다. 싱글 1집 <Sequence : 17&> 수록곡 ‘Anding(&)’의 후렴 가사 ‘빈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가 ‘빛을 따라서’의 도입부 ‘내 마음 속 빈틈 사이 빛이 들어와’로 연결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치어리딩이 연상되는 빠른 템포의 곡으로, ‘Shining Bright 태양보다 밝게 빛나’, ‘벽이란 세상이 만들어낸 신기루’ 등의 가사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듣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느낌의 멜로디와 가사를 좋아하는 케이팝 리스너라면 꼭 들어야 할 노래이다. 이 밖에도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에게 S.O.S 구조 신호를 보내 서로의 희망이 된다는 내용의 두 번째 나이 테마곡 ‘열여덟(Signal)’, 빛의 여정 과정에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즐기는 ‘소풍(Picnic)’, 여정을 함께하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이 피어요(Dandelion)’이 수록되어 있다.
첫사랑(CSR)은 멤버 모두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치며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빛을 따라서’ 활동 무대에서 쉴 틈 없이 안무를 이어나가면서도 높은 음정의 곡을 소화하는 모습으로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그룹 ‘여자친구’를 보며 아이돌의 꿈을 키워나간 첫사랑(CSR) 멤버들은 한 콘텐츠에서 여자친구의 타이틀곡들을 커버하였는데, 이 영상을 본 여자친구 멤버들은 SNS을 통해 고마움과 응원을 전하기도 하였다.
2-3세대 시절 유행하였던 청순, 첫사랑 감성 콘셉트의 걸그룹으로 대중과 쉽게 공감대를 쌓았지만, 숏폼 영상을 활용하여 홍보하는 다른 4세대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어떻게 주목을 받아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그룹명처럼 많은 케이팝 리스너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첫사랑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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