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적으로 해제되면서 온라인 생중계로만 진행되던 콘서트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콘서트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콘서트는 수용 인원의 제한이 비교적 적지만, 오프라인 콘서트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어렵고, 따라서 예매 과정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 과열된 경쟁 탓에 '매크로'라는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좋은 좌석을 선점하고 웃돈을 붙여 '프리미엄 표'를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소속사도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2022년에 개최된 아이유의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콘서트의 티켓 판매 방식이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매크로 사용, 대리 티켓팅, 프리미엄 표 등 부정적인 방식으로 취득한 티켓에 대하여 팬들의 제보를 받고,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팬에게 공연 티켓을 증정하겠다는 방침을 취했다.
하지만 부정 티켓 제보자에게 티켓을 사례하는 방식만으로는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콘서트 입장 현장에서 꼼꼼하게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양도받았을 경우 티켓 소유자의 명의와 입장하고자 하는 사람의 명의가 다르므로 꼼꼼하게 본인 확인을 한다면 티켓 부정 거래를 적발해낼 수 있다.
최근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장에서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게 될 때가 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은 콘서트장에 입장하기 전 본인 확인 과정에서 학생증을 내밀었다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결국 입장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주최 측의 까다로운 본인 확인 절차 때문에 정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예매한 사람도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주최 측이 콘서트 안내문에 게재된 내용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충분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먼저, 개인정보를 추가로 제시하지 않을 경우 콘서트 입장을 시켜주지 않겠다고 하는 행위는 형법 제283조의 협박죄에 해당될 수 있다. 정당한 돈을 내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한 사람은 공연 당일 공연장에 입장하여 콘서트를 볼 것이라는 신뢰이익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주최 측이 필요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엄연히 업무 지침을 위반한 행위이다. 따라서 용인될 만한 정당한 사유에 기인한 행위가 아닌, 단순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목적으로 한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고, 구매자의 재산상 신뢰이익에 위해를 가할 것을 통고하는 행위이므로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또한, 주최 측 직원이 구매자의 신분증 등을 사진으로 찍어 직원들만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업로드하는 행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및 공유) 할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구매자의 동의 없이 단순히 입장을 막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구매자의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것은 동법 제17조 제4항에서 규정하는 대통령령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콘서트 주최 측 직원이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위해 안내문에서 고지한 정보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그 행동 양태에 따라 형법 제283조와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저촉될 수 있다. 물론, 최근 콘서트 예매 시 매크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서버가 다운되고, 매크로를 이용한 대리 티켓팅, 프리미엄 표가 성행하는 것은 건전한 팬덤 문화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아이디 옮기기 등의 방법으로 들키지 않고 얼마든지 불법 양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이러한 본인 확인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소속사와 예매처는 불법 예매와 불법 양도를 막기 위해 더 현실적이고, 더 효과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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