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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인다

우리들의 세로 본능: 케이팝 영상 속 세로 화면의 매력 탐구


틱톡, 유튜브 쇼츠, 그리고 인스타그램 릴스까지. 요즘 유행하는 숏폼(Short Form)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세로 방향을 기본으로 영상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영상을 틀고, 전체 보기를 누른 뒤 휴대폰을 가로 방향으로 돌리는 게 당연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아이돌의 챌린지 영상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티저 등 소속사에서 제공하는 공식 영상들도 세로 방향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11월을 맞이하여, 케이팝이 1자로 긴 세로 화면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 팬들의 손에 쥐어지는 새로운 휴대폰



해당 영상은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의 정식 데뷔 이전, 멤버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Who’s There?’ 시리즈이다. 마치 내 휴대폰으로 보이넥스트도어 멤버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나에게 일상적인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편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대폰 잠금 화면에 알림 팝업이 뜨고, 그 알림을 눌러 메시지 창으로 이동한다. 화면에 뜬 키 패드를 눌러 메시지를 입력하고, 음성 메시지를 재생하고, 갤러리에서 사진과 영상을 눌러본다. 모두 우리가 휴대폰으로 하는 일상적인 활동들이다. 세로 영상은 팬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방향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팬들이 마치 영상에서 조작하는 휴대폰을 직접 들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출처: KOZ ENTERTAINMENT


이렇듯 팬들에게 아이돌과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휴대폰을 쥐여주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마주하게 되는 화면, 아이콘 디자인, 조작 방식 등을 통틀어 말하는 표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넥스트도어의 ‘Who’s There?’ 영상은 아이폰의 잠금 화면, 아이메시지 대화 창, 갤러리, 사진에 손가락으로 적어둔 듯한 가벼운 낙서까지 전부 담았다. 팬들의 휴대폰을 보이넥스트도어와의 소통창구로 바꿔 놓은 것이다. 거기에 멤버들이 직접 녹음한 자기소개 음성까지, 보이넥스트도어가 정말 나와 연락하는 옆집 소년들처럼 느껴지도록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



2. 이거 혹시, 제가 찍고 있나요?



저화질과 흔들리는 화면은 보통은 낮은 퀄리티의 영상의 특징이겠지만, 세로 방향을 만나면 달라진다. 앤팀(&TEAM)의 ‘First Howling:WE Album Preview’ 영상 중 두 트랙 ‘月が綺麗ですね’와 ‘Scent of you (Korean ver.)’의 숏폼 버전에서 저화질과 흔들리는 화면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직접 휴대폰을 들고 영상을 찍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 촬영자가 아니며 좋은 카메라도 없다. 정신없이 찍다 보면 화면이 흔들리고,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확대하느라 화질이 낮아지기도 한다. 프리뷰 속 앤팀의 파티 준비 현장에서 내가 휴대폰을 들게 된다면, 꼭 이런 영상이 담기지 않을까?



출처: HYBE LABELS JAPAN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가벼운 분위기의 트랙의 프리뷰에 사용된 이러한 연출은 마치 영상을 보는 팬이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영상에는 풍선을 불고, 캠코더로 서로를 촬영하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듣고 있는 앤팀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장난을 치는 멤버들과 어울려 내가 직접 그들을 찍는 것 같은 현실감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낮은 퀄리티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의 카메라에 담기는 영상처럼 말이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멤버들을 찍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화면은 몰입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음악과 어우러져 설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갈하지 않은 구성, 자연스러운 웃음, 어딘가 어설픈 구도가 한데 어우러져 영상을 넘어선 경험을 만든다.



3. 휴대폰 너머, 무엇이든!



엔믹스(NMIXX)는 화려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4세대 걸그룹이다. 엔믹스의 ‘2nd Single 'ENTWURF'’ 역시 독특한 콘셉트를 담고 있다. 컴백 1주일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공개된 ‘NMIXX ADVENTURE TIP’ 영상도 이에 맞춰 특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영상을 보면, 엔믹스의 멤버가 가운데에 앉아 자막의 설명대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잠시 시야를 넓혀 영상을 둘러싼 테두리를 보자. 물음표와 블록 등 수수께끼, 게임을 나타내는 아이콘들이 마치 보드게임에 쓰이는 카드의 테두리처럼 영상의 프레임을 이루고 있다.



출처: JYP Entertainment


엔믹스의 ‘2nd Single 'ENTWURF'’는 엔믹스가 플레이어가 되어 카드로 자신의 역할을 뽑고, 주사위를 굴려 게임을 한다는 콘셉트로 제작된 앨범이다. ‘NMIXX ADVENTURE TIP’은 이 게임의 룰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맞춰, 카드처럼 보이는 프레임을 사용하여 콘셉트를 강조한 것이다. 세로로 길쭉한 게임용 카드를 세로 형식의 영상으로 재현하여 마치 엔믹스 멤버가 그 카드에 그려진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엔믹스 멤버들이 플레이어로서 카드를 뽑아 게임을 시작한다는 콘셉트와도 이어진다. 엔믹스는 세로 화면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휴대폰에서 확장하여 아이돌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림이 움직이는 카드처럼 보이기도 하는 ‘NMIXX ADVENTURE TIP’ 영상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이제는 영상을 화면에 꽉 차게 보기 위해 휴대폰을 돌리는 일이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세로 화면에 익숙해졌다. 내 휴대폰 같고, 내가 직접 찍을 것 같고, 또는 휴대폰을 넘어선 다른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세로 화면. 앞으로 세로 방향으로 만들어질 더욱 다양한 케이팝 영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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