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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앤오프 <The 사랑하게 될 거야>: 성공을 갈망할 때 가장 아름다운 케이팝

연말이 되면 여러 음악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음악을 선정한다. 그리고 필자 역시 연말마다 자체 연말 결산을 하며 ‘나를 울린 올해의 K-POP’을 뽑아보곤 한다. ‘2019년 나를 울린 K-POP BEST 3’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한 곡은 바로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로, 무려 가장 많이 들은 음악 TOP 10에 속해있다. <사랑하게 될 거야>는 비단 필자만의 ‘올타임레전드명곡’인 것은 아니다. 연예 커뮤니티 및 SNS 상에서도 이미 익히 잘 알려진 명곡으로, ‘로드 투 킹덤’에 온앤오프의 출연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랑하게 될 거야>는 어떤 팀이 커버할 것인지, 혹은 온앤오프가 <사랑하게 될 거야>를 어떠한 컨셉으로 가지고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로드 투 킹덤’의 2차 경연 무대로 선보인 <The 사랑하게 될 거야>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음원 발매 당시 벅스 실시간 차트 안에 진입, 2차 경연에서 총 2위를 기록했다. 도대체 왜, 심금을 울린 K-POP으로 <사랑하게 될 거야>를 꼽는 것인지, 그리고 <The 사랑하게 될 거야>는 어떻게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랑하게 될 거야

WM 선배 아이돌 그룹인 오마이걸이 동화 속 환상을 그려낸다면, 온앤오프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는 퓨처리즘 컨셉을 견고하게 굳혀오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다름 아닌 온앤오프의 전담 프로듀서이자 모노트리 소속 작곡가 황현이다. 그가 작곡, 작사한 <사랑하게 될 거야>는 3분 안팎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온앤오프’라는 대서사를 써 내려간다.


<사랑하게 될 거야>의 1절 후렴구는 멤버 효진의 보컬과 보코더가 함께 등장한다. 보코더가 주는 기계적인 분위기가 맑은 효진의 음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과하지도, 그렇다고 단조롭지도 않지만, 듣는 이가 효진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게끔 한다. 그리고 피아노 음을 역재생해서 만든 우주로 빨려 드는 듯한 사운드, 각기 다른 신스들이 차곡차곡 모여 두 귀에 꽉 차게 들리게끔 하는 설계는 사이버 펑크를 지향하는 온앤오프의 세계관에 더욱 몰입하도록 이끈다. 황현의 세세한 디렉팅도 주목할 만하다. 1절과 2절 속 같은 가사의 파트를 다른 감정선으로 부르게 하고, 8초라는 짧은 구간 안에 기, 승, 전, 결을 각각 담아내도록 요청했다. 더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모노트리 유튜브 채널의  ‘[뒤풀이] 사투리가 녹음에 미치는 영향 (FEAT 황현) / 온앤오프 – 사랑하게 될거야 2부’에서 모노트리 소속 작곡가들이 설명해 주므로 이 곡에 관심이 많다면 위 영상을 꼭 한 번 보는 것을 권한다.


처음 <사랑하게 될 거야>를 들었을 때 멜로디가 좋아서 반복 재생을 했었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이 곡의 화룡점정은 다름 아닌 가사라고 생각한다. 신스와 보코더로 다소 차갑게만 들릴 수 있는 음악에 황현의 가사를 더하여 벅차오르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전부 믿기는 힘들겠지만

인트로의 가사부터 상당히 단도직입적이다. 해당 파트를 부른 MK의 미성은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리는데, 불안하지만 애써 침착한 채로 말을 꺼내면서 <사랑하게 될 거야>의 도입부를 연다.


-별일 아냐 내 뒤에 숨어 슬픔에 관한 면역력은 내가 더 세

-반응한 건 머리 아닌 마음이야 내가 먼저 널 알아봐 다행이야


위 두 소절 속 가사들은 들을 때마다 이마를 매우 치게 만든다. ‘괴물 같은 현실’과 ‘슬픔에 관한 면역력’. 이 두 표현을 한국 드라마에서 듣는다면 두 귀를 의심할 정도로 일상 속에서 쓰이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대사와 같은 말들을 K-POP에 접목시킴으로써 이미 머릿 속에는 <너의 이름은>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와 같은 로맨스 판타지 한 편이 스쳐 지나간다. 특히 효진과 MK의 애절하면서도 소년미가 묻어나는 음색과 가사가 잘 어우러져 듣는 이가 곡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곡의 진행에 따른 가사의 변화도 굉장하다. 1절과 2절의 –난 너의 전부가 되고 말거니까- 는 3절 후렴구에서 – 넌 나의 전부가 돼 버렸으니까- 로 바뀐다. 그리고 1절, 2절에는 후렴구 마지막 부분에 – 넌 나를 넌 나를 넌 나를 – 이 반복되는데, 3절 후렴구는 – 날 믿어 널 믿어 난 믿어 – 이다. 1절과 2절에서는 화자의 불안한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드러난다면 마지막 후렴구에서는 확신적인 어조로 바뀐다.


The 사랑하게 될 거야

Mnet <로드 투 킹덤>의 2차 경연에서 선보인 <The 사랑하게 될 거야>는 기존의 <사랑하게 될 거야>를 탱고 버전으로 편곡한 것으로 보인다. <The 사랑하게 될 거야>의 크레딧을 보면 익숙한 악기들 틈에서 반도 네온이라는 악기가 눈에 띈다. 반도 네온이란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일종의 아코디언의 악기로, 탱고 음악에서 많이 쓰이며 <The 사랑하게 될 거야>의 도입부에 들리는 아코디언 느낌의 고풍스러운 연주가 바로 반도 네온이다. 한국의 유명한 반도네온 연주가로 알려진 고상지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반도 네온 이외에 피아노, 바이올린, 스트링, 기타 모두 가상악기가 아닌 실제 세션을 불러 녹음했으며, 기타에는 적재와 프리즘필터의 박기태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경연 무대 음악에 이러한 세션 라인업 구성은 이번 무대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곡 진행에 따라 더해지는 악기 구성은 <The 사랑하게 될 거야>의 또 다른 무대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1절은 클래식 악기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사랑하게 될 거야>와는 상반된 어쿠스틱한 색채를 드러냈다면, 2절부터는 일렉 기타가 추가되면서 K-POP 특유의 절정으로 향하는 벅찬 감정선 또한 놓치지 않는다.


'로드투킹덤' 비하인드 포토 | © Mnet

<The 사랑하게 될 거야>에서 돋보인 또 다른 필승 전략은 바로 회사 직속 선배인 오마이걸 유아의 지원 사격이었다. 무대 인트로에서 온앤오프 멤버들과 그들을 조종하는 유아의 절도 있는 퍼포먼스는 오르골에 있는 태엽 인형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모든 퍼포먼스가 긍정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파트는 제이어스와 유아의 댄스 브레이크였다. 이 댄스 브레이크는 <The 사랑하게 될 거야>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극대화하는 기폭제였다. 물론 기존의 가사만으로도 절절한 사랑 노래였지만 뮤직비디오의 영향으로 멜로의 한 장면보다는 ‘사라진 누군가를 찾아 떠나는 여정기’의 SF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유아와 제이어스의 댄스 브레이크를 통해 애절한 서사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니 가사 하나하나가 뇌리에 박히고 멜로 서사 한 편이 저절로 그려진다.


이외에도 시계, 피아노, 바이올린을 형상화한 댄서들의 퍼포먼스, 마리오네트를 200% 구현하기 위해 손가락 마디마다 틴트를 칠한 스타일링, <Moscow Moscow>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여 ‘명곡+명곡=마스터피스’라는 공식을 증명한 것 등 무대에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The 사랑하게 될 거야>의 무대를 감상하면서 느낀 건 케이팝은 자고로 성공을 갈망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것이다. 자본과 천재 프로듀서, 그리고 천재 플레이어 세 조합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삼각형을 이뤄냈다. 2차 경연에 필자의 인생 무대를 선보인 온앤오프, 그리고 케이팝의 아버지이자 한국의 베토벤 황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러한 명곡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 '로드 투 킹덤'을 통해 <사랑하게 될 거야>의 진가를 널리 알린 듯하다. 앞으로 나올 온앤오프의 '로드 투 킹덤' 경연 무대는 물론, 언제 나올지 모를 그들의 신보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2020년, 온앤오프 그리고 황현의 대성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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