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산하 레이블 ‘오프더레코드’의 두 걸그룹이 약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컴백했다. 바로 프로미스나인과 아이즈원이다. 이 컴백은 한 달의 기간은 물론 그 장소 역시 달랐는데 프로미스나인의 경우 한국에서 아이즈원의 경우 일본에서 컴백했다. 이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두 그룹에 대한 오프더레코드의 방향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활동’일 것이다.
ⓒ오프더레코드
프로미스나인은 지난 9월 16일 3번째 미니 앨범 〈My Little Society〉로 근 1년 3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이전까지 있었던 활동이 대략 4개월을 기점으로 이뤄졌고 가장 길었던 공백기가 8개월이었음을 떠올릴 때 프로미스나인의 팬들은 정말 오랜 기간을 참아온 셈이다. 긴 공백기만큼 정규앨범이 발매되지 않을까 기대도 하였지만, 5곡으로 구성된 미니 앨범은 아쉬움과 함께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후 위축된 시장과 그에 대한 반동으로 축소된 활동 반경을 고려할 때 정규 앨범 발매는 현실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지만 아쉬움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비활동기간 프로미스나인은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이는 많은 팬들의 목마름을 달래 줬을 것이지만 그룹은 활동을 해야만 한다. 유튜브의 발달로 많은 K-POP그룹들이 관련 사항을 신경 쓰고 있지만 이들의 정체성은 명백히 ‘가수’에 근거하며 가수는 무대에 서야 하는 직업이다. 필자 개인의 의견을 좀 더 강력히 말하자면 가수는 앨범을 내고(디지털 싱글과 EP가 주된 현재 곡을 발표한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활동을 해야만 그 정체성이 유지된다. 적어도 유튜브 콘텐츠를 찍고 싶어 험난한 경쟁을 뚫고 데뷔하는 아이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프더레코드
그러나 프로미스나인의 활동은 이런 측면에서 다소 모호하다. 앨범 활동 자체가 적었을뿐더러 유튜브와 브이라이브를 제외하면 그룹 활동은 9월까지 사실상 전무했다. 이제 프로미스나인의 데뷔 일수는 1,000일을 넘어섰다. 만일 프리 데뷔 싱글 ‘유리구두’ 활동을 시작점으로 본다면 그 기간은 더욱 늘어나 1,110일을 초과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임을 고려할 때 대중에게 노출된 시간은 미세하게나마 늘어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만 3년 간 5번에 그쳤고 프리 데뷔 싱글을 포함하고 나서야 6번째 활동을 개시한다. 보석함에 수납된다는 YG의 블랙핑크마저 5번째 활동을 하기까지 3년이 소모되지 않았음을 생각하자면 이들의 공백기는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반면 같은 레이블에 소속된 아이즈원의 경우 데뷔 이후 만 2년간 4번의 한국 활동을 하였으며 심지어 올해 2월 정규 1집 〈BLOOM*IZ〉를 발매했다. 일본 활동까지 포함한다면 활동 횟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일본에서 총 3회의 싱글 앨범을 발매한 아이즈원은 이번 달 21일 일본 정규 1집 〈Twelve〉를 발매한다. 그 이후는? 일본 활동을 마친 뒤 곧 한국 활동이 이어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사리 예측 할 수 있다.
ⓒ오프더레코드
물론 한일 합작 그룹 아이즈원은 2년 6개월이란 한정된 기간만을 약속받았기에 바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혹사 논란을 차치하고 이들의 바쁜 행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연코 아니다. 그러나 단 두 개의 그룹만을 관장하는 오프더레코드의 입장 자체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아이즈원은 프로젝트 그룹이다. 한정된 기한이 만료되면 더 이상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CJ와 일본의 합작사 ‘Vernalossom(이하 버널로섬)’ 사이의 계약 내용이 준수될 필요야 있겠지만 이들이 장기 계약으로 묶인 프로미스 나인을 방치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프로미스 나인의 계약 기간 역시 걸림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들의 계약 기간은 4년가량 남아 있다. 그 기간 동안 정해진 계약 내용이 준수된다면야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오프더레코드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즈원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익을 산출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집토끼 프로미스나인의 다음 활동 역시 제법 긴 시간이 흘러서야 돌아오지 않을까. 만약 이번처럼 15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공백기를 가진다면 앞으로 이들에게 허락된 활동은 많아야 세 번일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아이즈원의 계약 연장에 대한 소문이 있다. 아이즈원이 2년 6개월 활동에 그치지 않고 4년을 추가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일본 매니지먼트 사 ‘버널로섬’과 재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아마 주요한 근거가 아닐까 싶다. 버널로섬은 일본의 연예기획사 ‘AKS’가 사명을 바꾼 것으로 AKB그룹의 관리회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올해 2월 사명을 바꾸며 AKB그룹의 운영에서 철수해 국외의 9개 그룹과 아이즈원 운영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는 점이다. 기존 체제를 벗어난 것도 모자라 수명이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그룹과 재계약을 맺었다니. 재계약 설이 힘을 얻기엔 제법 괜찮아 보인다.
ⓒ버널로섬
그룹의 강력한 팬덤은 당연히 이를 환영할 것이고 멤버들 개인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들은 활동 기간이 끝난 후 모두 개인의 회사로 돌아가 재데뷔를 거쳤다. 그러나 이런 파생 그룹 중 뚜렷한 성과를 남긴 이들은 실상 많지 않다. 이전만큼의 파급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물론 워너원 출신의 강다니엘, IOI 출신의 김세정, 청하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는 솔로로 한정되며 파생 그룹은 글쎄,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어받아 유지시킨 것에 성공한 ‘뉴이스트’를 제외한다면 뚜렷한 하나를 뽑기 힘들다. 심지어 플레디스의 ‘프리스틴’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아이즈원은 꾸준한 팬덤 화력과 구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즈원은 걸그룹 초동 판매량 1, 2위 기록을 소유한 그룹이다. 두 번 모두 약 40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일본 활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일본 활동에서도 꾸준히 20만장이 넘는 초동 판매량을 보였다. 이런 성과를 지켜보는 와중 각 멤버의 기존 회사들은 굳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들진 않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기존 프로듀스 그룹들이 해체된 후 그 멤버들을 통해 각 회사에서 만든 그룹들의 성과가 모호하기에 더욱 그렇다.
만약 아이즈원의 활동이 정말로 연장된다면? 프로미스나인의 활동은 아마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CJ의 산하 레이블이라 하더라도 오프더레코는 분명 큰 회사가 아니다. 소위 1티어 걸그룹을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기에도 바쁠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그 그룹이 막대한 팬덤과 수입을 보장한다면 프로미스나인의 향후 활동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미스나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계약이 연장된 아이즈원이 일본 활동에 집중하고 오프더레코드가 그들에게 신경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프로미스나인의 미니 3집 〈My Little Society〉는 31,815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자체 초동을 경신하였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최단 기간 1000만 뷰를 기록했다.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기에 아까운 그룹임은 확실하다. 이번 활동을 기점으로 그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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