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세대에 존재했던 B급 감성”
수많은 컨셉과 장르 아래 활동하는 K팝 아이돌. 그룹마다의 정체성이 있지만 트렌드라는 한 흐름 아래 함께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K팝을 되돌아보면 세대마다 주류가 되진 못했지만, 꾸준히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B급 감성'의 그룹은 늘 존재했고 이들은 보편화되어 가는 K팝에 한 번씩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 대놓고 B급 감성을 보여주던 오렌지캬라멜과 크레용팝 그리고 과한 노선 변경에 모두를 당황하게 했던 오마이걸 반하나와 전설의 네이처까지.. 어쩌면 과하게 보일 수 있는 컨셉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덕에 몇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K팝 리스너들에게 잊히지 않는 아이돌로 남게 되었다.
K팝이 4세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도전은 드물어져 갔다. K팝 코어 팬층이 남자아이돌에 쏠리던 과거와 달리, 여자아이돌에 대한 팬덤이 뭉쳐지면서 여자아이돌은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주체적인 자아'라는 큰 컨셉 아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기회인지라 여자아이돌의 빠른 성공을 위해서라면 트렌드에 맞는 리스너들을 위한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대표하는 뉴진스,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브 등의 그룹은 음악을 통해 주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공통점을 가지며 4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상은 여자아이돌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었으며, 이에 탄력을 받아 실력과 독보적인 컨셉을 겸비한 5세대 여자아이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5세대의 B급 감성을 책임질 아이돌이 등장했으니, 바로 '강북 뉴진스'라는 별명과 함께 등장한 영파씨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4세대가 추구했던 노선이 아닌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개구진 포부 아래 데뷔하게 되었다. 과연 이들은 B급 감성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컨셉을 확립하여 나아갈 것인가? 느슨한 K팝에 엉뚱함 한 스푼을 넣은 5세대 여자아이돌, 영파씨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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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젠지(Gen-Z) 감성이다!"
2023년 10월 18일, 영파씨(YOUNG POSSE)는 ‘할 수 있다’, ‘가능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POSSE에서 착안해 지어진 그룹명 아래 모두 힘을 합쳐야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데뷔했다. <MACARONI CHEESE> 이름만 들어도 꾸덕하고 느끼한 앨범명.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해야만 하는 영파씨의 첫 데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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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CARONI CHEESE> 소개 글
일년내내 계속되는 다이어트. 아이돌? 데뷔? 이제 지친다..
에라 모르겠다 FxxX My Diet!
지금 내 위가 갈구하는 건 참을 수 없을 만큼 느끼한 음식과 시원한 탄산음료.
세상에서 가장 느끼한 음식은 이거 아냐?
동글동글 쭉 빠진 마카로니 치즈를 전자렌지에 데워 배 터지게 먹고, 치즈처럼
길게 늘어져 뒹굴거리고 싶어어.
한입 베어먹는 상상만으로 온몸이 펑 터져터져
[MACARONI CHEESE]의 뮤직비디오는 동네아저씨같이 포근한 미국감독님과 합을 맞춰봤어. 외국인인데 하는 생각이 어쩜 이리 우리랑 비슷하지?ㅎㅎ
우리 영파씨가 씬에 가져온 엉뚱함.
어쩌면 지금 글을 읽는 여러분의 입맛에도 새로움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당돌하다. 데뷔 앨범 전반에 멤버들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이 그룹에 대한 멤버들의 정성과 애정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막내가 09년생이라더니. 진정한 젠지로서의 시각에서 나온 당돌한 엉뚱함에 피식 웃게 되는 소개 글이었다. 사실 모두가 영파씨의 앨범 소개를 읽고 컨셉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음악을 들으면 좋겠지만, 대중은 그렇게 정성스럽게 음악을 향유하지 않는다. 특히나 '마카로니 치즈'의 경우, 유튜브 쇼츠를 통해 대중들에게 더욱 알려진 음악인지라 예고 없이 처음 듣게 된 리스너들에게는 제법 당황스러운 음악이었을 것이다. K팝 그룹의 음악이라기엔 고음 하나 없으며, 훅만 4번 이상 반복되는 묘한 감성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당찬 포부와 강렬한 의지가 강해서인지 영파씨의 시작은 어쩌면 조금 과했다. 솔직히 이 노래가 틱톡을 타겟으로 한 것인지, 영파씨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인지 이 음원 자체로만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B급 감성 노래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까지의 4, 5세대 아이돌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데뷔 앨범 4곡 모두 힙합을 베이스로 하며 K팝에 새로운 장르를 주입하고 있다. '마카로니 치즈'가 다소 과한 음악일 순 있으나 이들이 단순 화제성을 위한 그룹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가는 자신감에 비롯한 그룹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더욱이 필자는 평소 힙합에 관심이 많아 아이돌과 힙합의 경계에 대해 늘 흥미롭게 생각해 오곤 했는데, 지금까지 아이돌에서 래퍼로 나아간 남자아이돌은 많았으나 여자아이돌 중에서 힙합 노선을 그것도 그룹 자체가 설정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주목해 볼 만한 그룹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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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며들다."
'이게 뭐냐', '가사 촌스러운 거 봐라.', '이걸 케이팝 노래라고 할 수 있을까?' 영파씨의 데뷔와 함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부정적인 반응들. 그러나 이는 금세 '중독적이다', '영파씨만의 음악을 해서 좋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들로 이어져갔다. 물론 친절한 설명 없이 '우린 우리 하고 싶은 걸 할 거야!'라는 포부 아래 낸 '마카로니 치즈'는 K팝 팬들에게 낯선 음악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에 기가 죽을 영파씨가 아니다. 평균 나이 16세 영파씨는 애증의 마카로니 치즈를 경험삼아 나아갈 것이다. 영파씨가 아니라면, 이런 시도를 누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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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 POSSE UP (feat.버벌진트, NSW yoon, Token) 소개 글
“여기 뭉쳐!”
우리의 외침을 많은 분들이 들어 주셨어.
역시 이것은 마치 우리 텔레파씨가 완전히 통했다아?????
그 덕에 우리가 더 going up! 하게 되었어! (맞지?;;)
여러분께 지금 도착할 노래는 바로바로…. POSSE UP! reeeemix!!! (두둥)
국힙 원탑 뷔제이 버벌진트 선배님
드릴의 신 NSW yoon 선배님 그롸라라라락
속도의 신 뉴요커 Token 선배니임(???)
우리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Big감사하게도 피처링으로 참여해 주셨다릉ㅠㅠ
그래서 더욱 더 신나는 Jersey Beat와 간G작살 drill을 즐길 수 있을 거야 쿄쿄
ㅎㄷㄷ한 라인업이지…? 우리가 정말 이분들 사이에 껴 있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우린 만족하기엔 아.직.모.자.라
앞으로 계속 up, up, up하쟈 1.2.3.4.5
다섯 청개구리 영파씨는 또 어디로 튀어버릴지? 기대하시라웁(up)!
(이젠 대놓고 멤버들이 쓴 티를 내는 것 같기도 하다..)
"각성해서 돌아온 다섯 청개구리"
2% 아쉬운 데뷔 앨범으로 '강북 뉴진스'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영파씨. 이들도 첫 앨범의 호불호를 파악했는지 두 번째 앨범은 더욱 강력하게 준비하여 돌아왔다. 앨범 발매 전부터 국내외 래퍼들인 버벌진트, NSW yoon, 토큰이 함께 한다는 소식은 영파씨 팬들뿐만 아니라 힙합 팬들의 관심도 끌게 되었다. 래퍼들이 여돌 음악에 피처링을 한다고? 래퍼와의 콜라보 자체가 흥미로울뿐더러 해당 곡은 데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었던 'POSSE UP!'의 리믹스곡이기에 어떤 면모를 보여주게 될지 기대가 됐다. 더군다나 K팝 아이돌이 드릴을 말아주다니. 드릴 뮤직이란 불규칙한 리듬 구성과 범죄 현장을 연상케 하는 폭력적인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데, 여돌 음악에서 이런 장르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기에 영파씨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더욱 영파씨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팀 컬러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어설픈 힙합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럴 것이었다면 진작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늘 자신들의 곡에 대한 이해도와 정성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마이너한 감은 있지만, 그룹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대중성보다는 자신들만의 길을 간다는 쪽에 가까운 만큼, 현재 정도의 반응이라면, 충분히 독자적인 컨셉 아래 코어 팬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은 정상급 아이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니고선 타 아이돌의 수록곡을 챙겨 듣지 않는다. 'POSSE UP!'은 어쩌면 팬들 사이에서만 '멋진 음악'으로 남을 뻔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리믹스 버전인 'YOUNG POSSE UP!'을 공개하면서 영파씨의 정체성을 한 번 더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자, 다시 되돌아보자. 이들이 아직도 '강북 뉴진스'에 그치는 B급 감성의 아이돌인가? 영파씨는 여타 걸그룹들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음이 분명하며 드릴, 저지 클럽 사운드로 구성된 힙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K팝의 확장을 알리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K팝 리스너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보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한다는 점 자체가 그룹의 색이자 장점이 될 것이다. 현 K팝이 추구하는 음악과 다른 길을 걷는 다섯 청개구리. 앞으로도 젠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영파씨만의 당찬 엉뚱함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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