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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Plum Sugar

여자친구의 현재 그리고 변화

여자친구가 지난 7월 13일, [回:Song of the Sirens] 로 돌아왔다.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시작되어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이어진 학교 3부작에 이어, 지난 2월에 발매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던 [回:LABYRINTH]를 잇는 두 번째 '회(回)' 시리즈다.


[回:LABYRINTH] Concept Photo © SOURCE MUSIC


여자친구는 지금까지 유리구슬과 오늘부터 우리는, 너 그리고 나, 귀를 기울이면 등으로 대표되는 ‘파워 청순’ 계열의 곡과 시간을 달려서, 여름비, 밤, 해야, 교차로 등으로 대표되는 ‘격정 아련’ 계열의 곡들 모두 소화하는 독보적인 음악 색깔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여자친구의 앨범과 타이틀곡에서 주로 드러나는 아련한 정서와 격정적인 멜로디는 밤과 해야를 지나 교차로에서 절정에 달했으며 ‘교차로’라는 제목에서 여실히 드러내듯 선택의 기로에 놓인 소녀의 복잡한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回:Song of the Sirens] Concept Photo © SOURCE MUSIC


하지만 이번 앨범은 ‘변화’에 포인트를 두어 청순하고 아련한 멜로디를 벗어던지고 ‘유혹 안에 흔들리는 소녀’라는 강렬한 컨셉을 내세웠다. 이 컨셉에서 주요 키워드가 되는 '유혹'이란 단어는 앨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우선 앨범 명인 'Song of the Sirens'는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랫소리에서 차용했다. 또한 타이틀 곡 제목인 'Apple'은 아담과 하와가 먹은 선악과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인 사과와 마녀가 백설공주에게 주는 독사과 두 개 모두를 연상되게 하여 유혹의 이미지를 더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노래 전체를 감싸는 몽환적 분위기는 유혹에 흔들려 갈등을 겪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며, 마녀라는 단어를 사용해 욕망에 흔들리는 것만이 아니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가사 또한 여자친구가 이전에 활동했던 곡들에서 인용한 부분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다. 후렴구에 등장하는 ‘투명한 유리구슬 붉게 빛나’ 라는 가사는 데뷔곡 제목인 ‘유리구슬’에서 인용하여, ‘투명한 유리구슬이 붉게 빛나’ 면 붉은색 원이 만들어지고, 이 원은 사과를 연상시키게 된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데뷔곡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붉게 빛난다는 표현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들어서 나오는 ‘수줍은 아이는 놔’ 라는 가사는 여자친구의 첫 정규앨범인 ‘너 그리고 나’의 가사였던 ‘아직은 수줍은 아이야’를 인용한 가사다. 이 또한 과거의 수줍은 아이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여자친구의 변화의 면모가 느껴지는 가사다.



[回:Song of the Sirens] Concept Photo © SOURCE MUSIC

신보 ‘[回:Song of the Sirens]’은 컨셉부터 멜로디, 가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여자친구가 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그것이 청자에게까지 여실히 느껴지는 앨범이다. 여자친구는 이전에 강렬한 곡과 컨셉을 보여준 ‘핑거팁'과 같은 변화는 낯설어 가지고 있는 색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청순한 '귀를 기울이면'이나 '여름비'는 이전에 발매한 곡과 다를 것이 없는 자기복제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종의 딜레마를 겪어왔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선택한 딜레마에 대한 돌파구는, 조금 낯설지언정 지금처럼 서서히 변화해가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 했던 청순하고 아련한 컨셉이 폭발적인 반응을 몰고 왔기 때문에, 기존의 컨셉을 원하는 대중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2020년 지금 벌써 데뷔 6년차의 아이돌이 되었으며 연차가 차면서 멤버들은 성숙해지고 있다. 언제까지나 한 스타일만을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에, 오랜 활동을 위해서는 노래 또한 변화하고 성장하여 새로운 시도를 경험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음악과 컨셉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언제나 불확실하며 고통이 수반된다. ‘낯선 천사보다 낯익은 악마를 선택한다’는 영어 표현처럼 우리는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과 불편함에 직면하기보다는, 지금의 상태 그대로에 머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이번 앨범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에 배팅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겁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고 변화를 시도하며 길을 걸어나가는 여자친구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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