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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LOVE DIVE'로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아이브가 올 4월 첫 정규앨범으로 돌아온다. 신보 'Kitsch'는 발매 5시간 만에 주요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했다. 선공개 곡임을 감안하면 더욱 무서운 수준의 기세다. 그런데 사실 'Kitsch'는 'LOVE DIVE'의 문법을 비슷하게 따르는 듯 하다. 이전 댄스브레이크 파트의 위태한 경보음은 'Kitsch' 도입부 관악기 소리의 적당히 달뜬 느낌과 비슷하다. 프리코러스까지 발랄했던 보컬 톤을 후렴에서 확 낮추는 분위기 반전은, LOVE DIVE에서 고음 백보컬이 메인 트랙과의 공간감을 벌리며 만들어내던 기류가 '사랑노래' 치고는 달콤쌉싸름했던 반전과도 연결되어 있다.
아이브는 'LOVE DIVE'로 2022년 음악계에서 이지리스닝의 유행을 선도했다고 이미 평가 받은 바 있다. 실제로도 그 뒤로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이지리스닝이라는 이름을 표방하며 담백한 곡들을 타이틀로 들고 나왔고, 여기에 슬기의 '28 Reasons' 등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의 음악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브가 그 유행을 선도한 것과 별개로, 세 그룹 중 귀가 제일 편안한 그룹은 오히려 아닌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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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 'ELEVEN'은 전형적인 K팝의 문법을 따랐다. 거기에 당시 유행이던 뭄바톤 장르를 등에 업고 정말 대중적인 히트를 쳤다. 무게감을 자랑하는 비트에, 변화가 많은 보컬, 3절 이후에 터지는 애드리브 구간까지 트랙을 꽉 채워서 냈다. 'LOVE DIVE'에서는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가사와 보컬이 청쾌한 반주를 타고 가벼이 흐르지만, 이 역시 최소한의 임팩트마저 과감하게 쏙 뺀 'FEARLESS'나 'Attention'보다는 무겁고 화려하다. 이후 이지리스닝 류의 음악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이들은 높고 가벼운 음으로 귀를 빠르게 찔러대는 'After LIKE'로 노선을 변경했다. 자칫 피로감이 들 수 있는 고음의 난무에도 불구, 기어이 3연타를 기록하며 대세임에 쐐기를 박았다.
이러한 타이틀 곡 변천사는 그들이 적어도 '확실한 이지리스닝'으로 갈 생각까지는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After LIKE'에서 이지리스닝임을 의도하려 했다면 템포라도 늦춰 번쩍이는 네온 컬러의 인상을 지워야 했고, 'LOVE DIVE' 역시 강하게 떨어지는 비트의 쾌감을 없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음악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가벼운 류의 음악을 유행시켰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들은 '르세라핌'이나 '뉴진스'보다 화려한 음악으로 겨루면서 우수한 수상 실적을 거두게 되었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이지리스닝이라는 흐름을 예측했는지는 분명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음악을 대중들이 접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한동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사운드를 '채우던' 아이브가, 자신들만의 무게감 조절에 성공한 음악을 비칠지가 궁금했다.
'Kitsch'는 앞서 언급했듯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이지리스닝을 염두에 둔 가벼운 관악기 소리나 공간감을 벌리는 후렴의 작법 너머로 LOVE DIVE의 거울상이 어릿대는 듯 하다. 따라서 무게감 조절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여전히 유행을 의식하고 이전 곡을 참고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일단 급한대로 자기복제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새 작곡가 'PATEKO'를 영입했다. 힙합 뮤지션들과 잦은 협업을 한 그의 영향으로 결국 클럽 사운드 박자를 차용하며 후렴에 힙한 분위기를 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브는 찰나의 익숙함을 가까스로 지웠다. 과연 그 다음 걸음은 'Kitsch' 그 이상으로 독자적인 길을 찾는 데에 성공한 음악일까? 일단 숨을 돌린 아이브가 앞으로 영리하게 자신들의 허물을 벗어낼 수 있을지 그 주목도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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