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작성자 사진뚜뚜

아이돌 CF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 2세대 아이돌 편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던 1세대 아이돌들의 광고 기용 사례들은 ‘춤과 비주얼’, ‘10대의 주 소비 물품’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을 기점으로 1세대 아이돌들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한 세대가 작별을 고하면서 한동안 아이돌계는 혼란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해체를 선언했던 H.O.T.와 젝스키스 등은 2010년대 후반에 재결합을 했다.)


 그러던 중 2003년의 겨울, 보아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합동 무대에서 한 신인 그룹이 데뷔했으니, 그들이 바로 동방신기였다.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가사를 아무렇지 않게 해맑은 얼굴로 소화한 이들은 2집 ‘Rising Sun’을 기점으로 아이돌 2세대의 문을 활짝 연다. 이전 세대보다 탄탄해진 보컬과 한 층 화려해진 춤 실력, 거기에 1세대로 노하우를 쌓은 소속사의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진 2세대 아이돌은 광고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1.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교복 광고


 1세대 아이돌들의 전유물이었던 교복 역시 2세대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광고의 컨셉도 여전히 ‘춤’으로 대표되는 활동성이었다. 여전히 대중들의 시선에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이돌들의 주된 일처럼 보였고, 소속사들 역시 여전히 보컬보다는 댄스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다만 1세대 광고와 구별되는 점이 있었는데, 보편적인 ‘춤꾼’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는 격한 몸짓을 하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나타난 것이다. 그 예로 SS501이 출연한 ‘엘리트’ 광고는 후반부에 ‘Act free’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는 학생들이 교복을 하루 종일 입더라도 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이를 보여주듯 영상 속에는 교복의 신축성이 뛰어난 나머지 사지가 늘어나는 모습이 나온다. (후에 이 광고는 혐오성을 이유로 방송금지를 당한다.) 


 그리고 교복의 ‘라인’을 중시하는 모습도 2세대 아이돌들이 출연한 광고에서 등장한다. 기존의 펑퍼짐한 교복이 아니라 몸매를 좀 더 날씬하게 만들어주고, 치마와 바지가 어벙벙하지 않은 교복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교복 역시 일종의 세대교체를 한 셈인데, 업계를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광고에 적용했다. 그 예로 ‘아이비클럽’ 광고는 몸짓이 큰 태권도 동작을 하는 슈퍼주니어와 함께 ‘라인은 살아있어야 한다,’는 자막이 뜬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교복의 신축성과 함께 학생들이 선망하는 예뻐 보이는 교복, 핏이 살아있는 교복을 아이돌들이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도 저런 교복을 입고 싶다,’는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또한 이 시기부터 남자 아이돌이 등장하는 교복 광고의 경우 항상 여성 모델, 혹은 배우가 한 명씩 등장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SS501은 고아라와 함께, ‘스마트’ 모델이었던 동방신기는 2006년에는 박은빈, 2007년에는 고은아와 공동으로 CF를 촬영한 바 있다. 여기에는 2005~2007년 당시 3대 교복 업체 (아이비클럽, 스마트, 엘리트)의 광고 모델들이 모두 남자 아이돌이었던 것이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팬덤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성 팬이 많았던 시절이기에 모델로는 남자 아이돌을 기용했지만, 고객층인 여성 팬이 구매할 ‘여성용 교복’을 입은 모델이 필요했기에 남자 아이돌 + 여성 모델 1명의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현재 아이비클럽 모델이 스트레이 키즈와 배우 공유림으로 구성된 것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



2. 휴대전화 광고의 신흥강자가 되다

 

H.O.T.가 똑같은 소리는 싫다며 ‘미니미니’를 선전하고 핑클이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자고 제안한다. 이런 모습에서 당시 사람들은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돌과 별세계 물건인 전자제품에게서 비슷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신세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기성세대에게도 ‘어디서 봤다,’는 친근감을 주는 아이돌은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종종 광고하곤 했다.


 이런 기조는 2세대에도 이어지는데, 특히 2000년대 중후반에 폴더폰의 전성기와 터치폰의 등장이라는, 휴대전화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한동안 휴대전화 광고는 아이돌들이 독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1) LG CYON ‘롤리팝’ – 그 시절 산다라박을 기억하시나요


 필자가 어렸을 땐 문방구에서 ‘브로마이드’ 같은 아이돌 잡지를 팔았었다. 매주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화질이 좋은 아이돌 사진과 함께 간단한 글들이 실려있어서 수집용으로 종종 사곤 했다. 이 잡지를 처음 샀던 계기는 다름 아닌 맨 뒷 장에 붙어있던 포스터 때문이었는데, 바로 2009년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킨 2NE1의 롤리팝 광고 사진을 얻기 위해서였다. TV를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광고 속에서 긴 머리를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 묶은 산다라박을 본 순간 ‘이제 저 그룹에서 저 사람을 제일 좋아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롤리팝폰’ 광고는 뜨거운 화제였는데, ‘하루하루’로 최고치의 주가를 찍던 빅뱅과 함께 베일에 싸여있던 신인 그룹 2NE1이 동반 출연했기 때문이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의 프로모션을 대기업 광고로 시작했다는 것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당시 YG는 지금의 규모가 아니었다.) 거기에 그동안의 아이돌에서 보지 못했던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배경음악으로 제작된 ‘lollipop’이 음원 차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2차로 홍보효과를 일으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까지는 아이돌이 CF를 찍을 때 배경음악이 들어갈 경우 활동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롤리팝’은 광고만을 위한 음악을 따로 제작해서 모델이 직접 부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는 음원 차트 1위와 함께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필자와 같이 광고를 보고 음원을 찾아본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적잖게 있었기에 CYON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lollipop part.2’라는 이름으로 후속작 ‘롤리팝2’를 빅뱅이 다시 한번 광고하기도 했다.


 2) 삼성 애니콜 ‘애니모션’, ‘애니밴드’ – 대기업 + 아이돌 = 대성공


 사실 ‘롤리팝’ 이전에도 아이돌 기용의 성공적 사례가 존재했으니, 바로 삼성전자의 ‘애니모션’과 ‘애니밴드’ 시리즈이다. ‘애니모션’에는 에릭과 이효리가 참여했으며, ‘애니밴드’는 보아와 김준수, 타블로, 진보라가 참여한 프로젝트형 그룹이었다. 그중 ‘애니밴드’는 애니콜의 새로운 브랜드인 Talk+Play+Love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머리글자를 딴 ‘TPL’이라는 곡을 내기도 했다. 당시 팀 내에서 개인 팬의 지분이 가장 많았던 김준수의 참여는 팬덤 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는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진행된 콘서트가 매진되었음은 두 말할 것 없다.


 이 광고의 가장 특이한 점은 뮤직비디오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보통 지상파 광고가 15초, 30초로 끝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사례였다. 이는 이 광고가 제작된 2007년 당시 뮤직비디오의 트렌드였던 ‘드라마타이즈’가 영향을 준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타이즈’란 단순히 뮤직비디오 속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찍는 것이 아닌, 각자 배역을 맡은 이들이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정도의 영상 속에서 연기를 하는 형식을 뜻한다. 조성모나 SG워너비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 광고에 적용한 것이 바로 ‘애니밴드’였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니밴드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준수와 보아 등 정상급 음악인들을 기용되었는데, 더 나아가 광고 제작을 위해 브라질 올로케이션을 진행했던 것은 대기업의 자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롤리팝’의 사례와 같이 타블로가 직접 제작한 곡 ‘TPL’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했는데, 이 역시 대중적으로 성공하면서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의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2세대 아이돌 2편으로 이어집니다.


조회수 225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