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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고솜

아이돌 콘셉트와 사이버펑크의 도래



©Cyberpunk 2077



아이돌의 콘셉트가 다양해질수록, 같은 레퍼런스를 사용하더라도 화려한 비주얼과 특색있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아트 디렉팅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AI와 메타버스의 등장과 함께 아이돌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콘셉트는 ‘사이버펑크’이다. 사이버펑크란 ‘Cybernetics’‘Punk’의 합성어로 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무법적인 사회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SF 장르다. 사이버펑크는 가까운 미래의 도시를 그리며 사회를 지배하는 네트워크(로봇)에 저항하는 인물들과 인간의 실존이유를 다루면서 영화, 소설, 게임 등의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레트로 열풍과 함께 1980년대 사이버펑크의 분위기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들이 등장하면서(영화 <블레이드러너2049>, 넷플릭스 오리지널 <얼터드카본>) 1980년대의 영화 사운드 트랙과 게임의 영향을 받은 ‘신스웨이브’ 장르가 다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사이버펑크’ 콘셉트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이다. NCT 127의 경우 <Cherry Bomb>, <Regular>, <Simon Says>, <Superhuman>에 이르기까지 사이버펑크, 스팀펑크, 스페이스펑크, 베이퍼웨이브 등의 다양한 펑크 장르를 활용하며 독보적인 ‘네오(Neo)’* 콘셉트를 구축했고, 에스파(aespa)는 AI와 결합한 세계관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명확한 SF 장르를 표방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처럼 아이돌 시장에도 불어온 산업혁명의 파도와 함께, 올해 발매된 곡 중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아이돌들의 사이버펑크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새로운', `현대의' 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WM엔터테인먼트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 온앤오프의 <Beautiful Beautiful>


온앤오프는 2월 24일 발매된 정규 1집 [ONF:MY NAME]의 타이틀곡 <Beautiful Beautiful> 뮤직비디오에서

미래도시에서 자유를 꿈꾸는 멤버들의 모습을 화려한 영상미로 담아냈다.


스케줄러 티저에서부터 조직도를 활용한 포스터를 통해 멤버 각자의 스토리를 예고했던 온앤오프는 지난 앨범 [SPIN OFF]의 평행세계 안에서 시간여행을 떠났던 멤버들이 새로운 미래 도시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CG와 홀로그램 등의 다양한 효과를 통해 그려냈다. 또한 뮤직비디오 내에서 멤버 각자의 능력과 캐릭터성을 부각하며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이버 펑크의 필수요소인 네온사인과 고밀도 건축물뿐만 아니라 지하철, 공사장, 우주선 등의 각양각색의 장소에서 로봇들을 피해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 뮤직비디오 제작사 Sunny Visual이 제작한 <Beautiful Beautiful> 뮤직비디오는 기존 사이버펑크 장르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대비되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렸던 반면, 한층 더 다양한 채도와 효과를 활용하며 ‘내 삶의 모든 외침이 곧 예술’ 이라는 노래의 희망찬 메시지와 함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리패키지 앨범 [CITY OF ONF]의 타이틀곡 <춤춰(Ugly Dance)>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온앤오프만의 독특한 사이버 펑크 무드를 담아낸 만큼, 앞으로 이들이 전개해 나갈 세계관의 방향이 더욱 기대된다.











©드림캐쳐컴퍼니


실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향한 경고, 드림캐쳐의 <Odd Eye>


드림캐쳐는 1월 26일 발매된 6번째 미니앨범 [Dystopia: Road to Utopia]의 타이틀곡 <Odd Eye> 뮤직비디오에서 사이버펑크 시대를 배경으로 이들이 꿈꿨던 유토피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가려진 실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오드아이(Odd Eye)’로 표현하며 능력을 지니게 된 멤버들이 유토피아의 진실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사이버펑크 장르에서 그려지는 혼란스러운 사회상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TV, 모니터, 핸드폰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미디어에 조종당하는 사회와 SNS 상에서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전작 [Dystopia: Lose Myself]의 타이틀곡 <BOCA>의 뮤직비디오서 등장했던 네온사인과 가면 속 인물들에게서 느껴졌던 디스토피아 무드를 한층 더 강화했다. 또한 영화 <매트릭스>를 레퍼런스로 파란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통해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유토피아를 찾기 위한 드림캐쳐의 여정을 감각적으로 나타냈다.


<Odd Eye> 뮤직비디오에서는 드림캐쳐 세계관의 중심소재인 ‘언어의 나무’가 등장해 드림캐쳐가 거짓된 세상에서 벗어나 꿈꾸던 유토피아를 찾을 것인지, 혹은 진실을 외면할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스페셜 앨범인 [Summer Holiday] 이후 새로운 시리즈의 지평을 열 뮤직비디오에서는 사이버펑크에 이어 어떤 사회상을 담아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년들의 각성과 아름다운 질주, 크래비티의 <Gas Pedal>


크래비티의 첫 번째 정규앨범 [THE AWAKENING: WRITTEN IN THE STARS]의 타이틀곡 <Gas Pedal> 뮤직비디오에서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크래비티의 도전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SF 애니메이션의 대표작 <아키라>를 모티브로 한 뮤직비디오는 <아키라>의 상징색인 빨간색 네온과 조명을 배경으로 군무를 선보이는 멤버들, 그리고 도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통해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핵심 조건으로 여겨지는 로봇, 신체개조 소재를 멤버들에게 투영하여 ‘각성’이라는 앨범의 주제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아키라에 등장하는 도시 ‘네오도쿄’‘네오서울’로 바꿔 표현한 디테일도 느껴진다. 레드벨벳, 아이유, 트와이스, 세븐틴 등 다양한 아이돌들과 작업한 plastic beach가 제작한 이번 뮤직비디오는 붕괴하는 도시의 모습을 화려한 네온사인과 낡은 건물들의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등 압도적인 CG 스케일을 선보이며 한 편의 사이버펑크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루비한 힙합 비트와 독특한 테마의 Bass 리프의 곡인 <Gas Pedal>은 뮤직비디오의 강렬한 비주얼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정규 앨범이라는 새로운 출발의 서막으로 활용한 '사이버펑크'는 이전과는 다른 크래비티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콘셉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앨범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완성도 있는 비주얼을 선사하며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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