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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정글에서 살아남기


바야흐로 정말로, 아이돌이 차고 넘치는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라 할만하다. 어쩌면 춘추전국시대라는 표현조차도 너무 안일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음악방송을 틀어서 나오는 아이돌들 중 우리가 정말 어느 정도 아는 아이돌들은 10팀 내외인데, 매년 데뷔하는 아이돌들은 50팀이 넘어간다. 당연하게도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들을 따지면 그 수치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러한 아이돌판에서 절대적인 것이 존재할까? 물론 자본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형 기획사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파워를 갖기 때문에, 이름 없는 기획사의 아이돌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늘어난다. 이미 데뷔하기 전부터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과 강점을 슬쩍슬쩍 알릴 수 있다. 시작도 전에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 출신이 아니라면 음악 방송 한 귀퉁이 자리잡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중소 기획사 아이돌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까? 사실 또 그렇지도 않다. 진리의 될놈될은 이 판에서도 적용된다. 다만 이는 확률의 문제이다.


원래 이번 주제는 ‘중소 기획사 생존기’였다. 대형 기획사들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소속 가수들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들을 소개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자료를 찾고 글을 준비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아이돌이 성공함에 있어 전략은 정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 마케팅은 그 힘을 갖는가? 매력이라는 재능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대중의 호감을 얻는다는 게 이 판을 유지시키는 힘이기에,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접근해보자. 성공하는 아이돌에게는 무엇이 있었을까? 외모? 실력? 매력? 기획사의 홍보? 지원? 철저한 마케팅? 또 이러한 것들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들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보고서, 리포트, 기사 등으로 분석되어있는 내용이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회의감을 잔뜩 담아 몇 가지 파트로 적어보려 한다.


1. 운에 대하여


혹자는 세상에 운을 빼놓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는 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운은 중요하다. 운이 좋아 시험에 합격할 수도, 로또로 인생 역전할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러나 적어도 노력으로 운을 극복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다. 객관적인 수치로 결과와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일수록, 즉 인적자원이 가치가 되는 분야일수록 일정 수준 이상의 운이 노력보다 크게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돌판만큼 운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가 있을까.


난 혜리를 이야기하고 싶다. 연예계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악플이 아니라 무플일 것이다. 분량, 사건, 에피소드가 있어야 그들의 이미지가 생성되고, 사람들은 이를 소비한다. 무대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아티스트, 아이돌들도 다르지 않다. 콘텐츠는 결국 하나의 이미지에 대한 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걸스데이의 혜리는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여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이는 그녀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그녀의 미래가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그녀가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5년이 다 되어서, 그것도 뜬금없는 군대 예능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이돌과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면, 이 사람은 정말 매력 있고 예쁘고 잘생겼는데 왜 뜨지를 못할까, 의문이 드는 사람들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심지어 대형 기획사에서 밀어주는데도 뜨지 못하는 아이돌도 많다. 방송에 출연을 안 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재미가 없지도 않다. 그렇다면 왜일까? 그냥 그들이 운이 없었던 것뿐이다. 방송의 대본에는 그의, 그녀의 매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가 섞여있지 않았고, 소속사의 완벽한 기획은 그들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정말 딱 하나의 계기, 그것이 없었던 것뿐이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2. 컨셉에 대하여: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성공을 하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길로 나아가라는 명언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안 하는 것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우리는 아이돌이 정말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사실, 소위 말하는 아이돌 음악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별의별 컨셉이 다 나온다. 난 아직도 애국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도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그 사이를 찾아야 한다. 신선하지만 적당히 익숙한. 이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퍼플오션은 엄연히 존재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이것은 ‘운’의 단계 이전에, 실력, 매력, 외모 등을 가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을 때,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준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자친구’는 ‘파워 청순’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앞세워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 컨셉은 사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컨셉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컨셉은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컨셉이다. 멤버들의 이미지와 안무, 노래의 삼박자가 정확히 떨어져야 가능한 컨셉이다. 그리고 대부분 멤버들의 이미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그룹들이 이러한 컨셉을 통해 데뷔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거나 빠르게 다른 컨셉으로 건너 타고는 했다.


‘여자친구’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한 그룹이었다. 멤버들의 이미지에는 친근한 모습이 모두 있었고, 유주의 가창력은 힘과 청순함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운까지 따라줬다. 비 오는 무대에서의 꽈당 사건은 그들의 친근한 이미지를 완성시켜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이후의 앨범들도 같은 컨셉을 유지하며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할 수 있었다.


3. 성공에 대하여


그러면 결국, 좋은 컨셉을 잘 잡고 연습을 열심히 해서 각자의 매력을 기르고 좋은 노래를, 무대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서울대 가는 거 아니냐는 답변이 나온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다. 교과서 위주로 책 뚫릴 때까지 공부하면 서울대 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신경 써봤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테니. 아이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 운의 영역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만 확률을 어떻게든 높여보겠다고 마케팅을 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무대를 화려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나름의 사고를, 어그로를 끈다. 최근의 스트리밍 조작 사건들도 결국 어떻게든 언급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어떻게든 순위권 안에 들면 이후의 상황이 유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획사들의 전략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정말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실력을 갖추고, 기획사는 좋은 기획을 하고, 공정한 경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끼워져 있는 운을 조작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운을 받아들이기에, 이 판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성공을 원하는 이 산업에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차라리 아예 좁게 봤으면 한다. ‘드림캐쳐’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J-ROCK 풍의 음악을 하나의 컨셉으로 삼아 나름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완벽한 성공은 아닐지언정, 이 판의 파이를 늘리는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색깔과 매력을 다른 방면으로 선보이고 있다. 성공은 정말 여러 방향으로 찾아온다. 적어도 운을 만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키를 돌려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회의적으로 글을 정리하면서도 나는 이 판과 문화가 성공에 있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진다는 것은 성공 혹은 실패로 경우가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것과 운의 영향력이 조금은 낮아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예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다양화는 자극의 다양화를 만들고, 이는 적극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사람들의 생각이 넓어짐에 따라 문화 역시 발전할 것이다. K-POP은 분명 발전하고 있고, 성공의 사례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운이라는 요소가 아니더라도, 순수한 노력과 실력이 인정받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아이돌 문화를 즐기고, 무대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정글이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다양한 것들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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