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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노아

아이돌 생일, 어디까지 축하해봤니?

서울의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마주해본 적 있을 것이다. 꼭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을 보아도, 혹은 홍대 부근의 카페를 들어가도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문화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아이돌 팬들에게 최애의 생일이란, 1년에 단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소중한 축제와도 같다. 그런 날을 평소와 다름없이 보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최애의 생일을 보낼까? 회사에서 마련해준다고? 아니면 아이돌을 만난다고? 놀랍게도 팬들은 무한도전의 ‘홍철 없는 홍철팀’마냥 ‘최애 없는 최애 생일파티’를 그들만의 한 문화로 만들어 즐기는 중이다. 오늘은 이 ‘아이돌 생일 축하 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공간에서의 체험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글 속 이미지는 모두 에디터 본인 혹은 에디터의 지인이 진행한 경우만 첨부하였다.)



1. 전시회


첫 번째는 전시회이다. 전시회는 주로 콘서트나 팬사인회 등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아이돌의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있는 홈마스터, 소위 ‘홈마’들이 여는 이벤트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오프라인 스케줄이 많아 새로운 사진의 업데이트가 빨랐던 만큼 전시회도 짧은 텀을 두고 열렸으나,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점점 사라지며 전보다는 자주 진행되지 않는 편이다. 규제가 풀려 오프라인 행사가 늘어나게 된다면 전시회의 전성기가 다시금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시회에는 수십 장의 사진이 다양한 크기의 액자로 전시되어 있다. 한 바퀴 돌아보는 데에만 해도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팬들의 전시회 관람은 단순히 사진을 구경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시회 안에서는 다양한 굿즈 판매와 이벤트가 진행된다. 전시회마다 품목은 모두 다르지만 보통은 전시된 사진들을 담은 도록, 키링, 그립톡 등이 현장에서 판매되며 전시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트레이딩 카드 또한 있다. 트레이딩 카드, 줄여서 ‘트레카’의 경우 보통 각각 다른 사진이 들어간 포토카드 16장이 있어 그 뒷면을 모두 맞추면 하나의 새로운 사진이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트레카 세트를 주최 측에 가져가면 포스터 등과 같은 특전을 주기에 전시회장에서는 16장의 트레카를 모두 모으기 위해 서로 겹치는 사진의 트레카를 교환하거나 다 맞추고 남은 트레카를 나눔하는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럭키드로우 이벤트가 있는 경우 1000원이면 복권 한 장을 살 수 있다! 당첨 상품은 액자부터 스티커까지 매우 다양하며 뽑은 복권을 긁어 나온 등수에 맞춰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확률이 확률인지라 본전을 찾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생일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이벤트이기에 재미로 몇 장씩 구매해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에서 소개한 트레카 맞추기나 럭키드로우 이외에 추가로 스탬프 이벤트나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도 많으니, 전시회를 가게 된다면 사진만 구경하고 나오기보다는 준비된 이벤트를 모두 체험하고 나오는 편을 권장한다.



2. 생일카페, 플라워샵, 음식점


그 다음은 생일카페, 플라워샵, 음식점과 같이 일반 상권과 연계하여 생일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다. 모두 업종은 다르지만 상점 내부를 사진이나 풍선 등으로 꾸며 두었으며, 팬이 그곳을 방문해 이용하면 엽서나 포토카드 등의 굿즈가 포함된 특전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서 서술하게 되었다. 이 세 가지는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생일 축하 문화로, 현재 가장 공급이 많은 종류의 이벤트에 해당한다.




우선 생일 이벤트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일카페가 있다. 주로 합정이나 상수, 혹은 홍대입구역 부근에 몰려 있어 한 번에 여러 곳을 가는 ‘투어’가 가능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마포 상권은 빠순이가 다 먹여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생일카페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음료를 구매하면 아이돌의 사진과 간단한 축하 멘트가 들어간 컵홀더를 제공하는 형태로 꾸준히 존재했으나 20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며 대표적인 생일 축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홈마스터가 아니면 열기 힘든 전시회에 비해 카페는 개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카페와의 컨택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요즘은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생일 이벤트를 영업의 주 목적으로 하는 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생일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구매하면 종이컵 형태의 컵홀더가 포함된 기본 특전을 제공하며, 카페에 따라 커스텀 쿠키나 마카롱까지 제작이 가능한 경우에는 세트 메뉴를 구성하여 구매자에게 추가 특전을 주는 식으로 구성된다. 음료는 주로 플라스틱 보틀에 담아 제공되기 때문에 하루에 여러 곳을 방문해도 무리가 없다. 또, 앞서 전시회 부분에서 언급했던 럭키드로우 이벤트가 카페에서도 자주 진행되는 추세이니 역시 한두번쯤은 참여해보길 추천한다.


생일카페의 장점은 누구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료 한 잔 값이면 특전을 받고 카페를 구경하며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다. 그렇기에 꼭 최애가 아니더라도 생일인 아이돌이 있다면 생일카페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본적으로 일반 카페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팬이 아닌 친구를 데리고 가기에도 좋다.


그리고 생일카페만큼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플라워샵 이벤트도 있다. 주로 지정된 종류의 꽃 한 송이를 사면 특전을 함께 지급해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역시 카페와 같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선에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으며, 가게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다른 이벤트들보다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또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생일 음식점 이벤트이다. 첫 시작은 엔하이픈의 멤버 양정원과 이름이 같은 중식당 ‘양정원’에서 진행되었던 생일 이벤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많은 화제가 되어 즉석떡볶이집, 찜닭집 등 메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점에서 아이돌 생일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심지어는 팬이 굳이 방문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넘쳐나는, 덕후들의 필수 코스 하이디라오에서까지 더보이즈 뉴의 생일 음식점 이벤트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팬들이 만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다 보면 밥을 먹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음식점까지 생일 축하 투어 코스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점 이벤트는 상당히 신박하고 적절하다는 평이 많다.


이처럼 기존 상점을 빌려 진행하는 이벤트의 경우, 보통은 대관료를 따로 받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벤트 주최자 측에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주최자에게는 따로 수익이 떨어지지 않으며, 가게 내부를 꾸미고 특전을 제작하는 데에 비용이 꽤나 발생하는 것과 더불어 준비에 있어서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결코 이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되겠다.




3. 생일네컷 프레임




음식점 이벤트와 더불어 근래 새롭게 등장한 것이 생일네컷 이벤트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던 인생네컷 사진 부스 기계에 생일 기념 프레임을 등록해 팬들이 방문하면 그를 선택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이벤트에 비해 드는 비용이 적고, 가게나 부스 내부를 꾸미지 않거나 꾸미더라도 간소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에 준비 자체에 드는 수고는 덜한 편이다. 이러한 무인 부스에서 네컷 사진을 찍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만남 속 필수 루트가 된 요즘, 그 최신 유행을 가장 잘 따라가고 있는 이벤트라 할 수 있겠다.



4. 지하철 역, 버스 쉘터 전광판 광고



광고는 생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축하 이벤트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 사례로 전광판 광고를 꼽긴 했으나, 꼭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이동수단이 아니더라도 옥외광고나 잡지광고 등을 통해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한다. 이는 전시회와 더불어 가장 역사가 깊은 이벤트 중 하나다. 위에서 소개한 다른 이벤트는 주로 팬들의 체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의 전광판 광고 같은 경우는 생일을 알리는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역이나 정류장의 경우 접근성이 좋다 보니 생일인 아이돌이 직접 방문해 인증사진을 올려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돌의 회사나 학교 근처로 광고 위치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함께 비치된 포스트잇을 사용해 메시지를 남겨 전광판 위에 부착하기도 하나, 최근에는 관리가 힘들다는 문제로 인해 포스트잇의 부착은 가급적 권장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요즘은 생일 축하 목적보다도 위 사진처럼 서바이벌 프로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최근 전광판 광고의 단가가 올라가며 점차 아이돌 광고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생일 이벤트가 진행되기 전의 카페나 음식점 등은 팬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이 담긴 물건들로 새롭게 꾸며짐과 동시에, 그 공간은 인간화된 공간, 즉 ‘장소’로 탈바꿈된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 그 장소는 팬들에게 그 어느 곳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그 생일의 주인공은 함께하지 않더라도, 같은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같음을 느끼며 좋아하는 사람이 태어난 날을 마음껏 기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랑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장소이자, 사랑을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다.


팬들의 사랑은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와 아이돌 자체에만 기대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해내고, 그 문화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특별한 사랑 방식을 확립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더더욱 두드러졌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아이돌 팬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무한한 사랑과 창의력을 믿으며, 앞으로의 아이돌 생일 축하 문화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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