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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뚜

슴덕의 심장을 조종하는 이들 – Kenzie 上편

최종 수정일: 2021년 8월 27일


© SM ENTERTAINMENT


‘슴덕의 아빠는 유영진, 엄마는 켄지.’ 최근 <Next Level>의 성공과 함께 리메이크를 지휘한 유영진과 더불어 SM 소속 아이돌들의 곡을 제작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Kenzie는 이미 유튜브상에 여러 플레이리스트가 제작되었을 정도로 ‘슴덕’들에게 추앙 받고 있는데, 근 20년 간 SM을 넘어 K-POP의 장르적 다각화에 앞장 선 그녀의 일대기는 아이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l Kenzie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세련된 독특함’


초기 Kenzie의 곡들은 세련된 비트와 멜로디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는 역시 ‘세련됨’으로 주목받는 (최근 <Next Level>로 더욱 이러한 이미지를 구축한) 유영진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었다. 유영진이 SM에서 작업한 초기 곡들은 대부분 뉴메탈로부터 영향을 받은 묵직한 멜로디에 보컬을 극대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Kenzie는 락 계열의 노선을 취하면서도 이를 가수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보컬 스타일에 딱 맞는 옷처럼 작법에 변화를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OP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Kenzie가 2000년대 초반 여러 애니메이션 OP에 참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이에 더해 작사에도 직접 참여해 ‘아이돌 노래에는 의미가 없다’는 편견을 일격을 가할 가사들로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이전에도 특징으로 꼽히던 ‘독특한 분위기’가 실험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게 되는데, 특히 f(x)와 샤이니의 곡에서 이런 현상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혹자는 SM이 동 시기부터 추구했던 ‘마이너적인’ 분위기를 대표하는 아이돌이 바로 이 두 팀이었기 때문에 곡 제작에도 이러한 신조가 투영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Kenzie가 SM에 소속된 거의 모든 아이돌의 작업에 참여했기에 이러한 풍조는 발매 앨범들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었고, 특히 ‘땀 흘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자’와 같은 난해한 가사로 2011년~2013년에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LDN Noise와 같은 외국 프로듀서들과의 작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구사하는 장르가 한 층 더 넓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같은 해에 발매된 태연의 <사계>와 <불티>가 같은 얼터너티브 계열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한 쪽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다른 한 쪽에는 리듬감이 부각되는 느낌을 부여한 것을 보면 동일 장르 내에서 구사하는 작법 역시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작업물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2월에 발매된 <Don’t Call Me>와 5월에 발매된 <안녕(Hello)>(리메이크곡)의 편곡에 같은 사람이 참여했다는 것은 크레디트를 보기 전에는 잘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장르의 사용은 필자가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Kenzie가 2000년대에 발표한 작업물들을 살펴보면서 초기 음악들이 가졌던 특징과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l BoA, <Milky Way> - 청량감의 몽환적 해석


‘가사의 미학’ 시리즈에서 <공중정원>과 경합을 벌였던 곡으로, 최종적으로는 선택되지 않았지만 켄지의 명실상부한 대표곡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03년에 발매된 보아의 정규 3집 [Atlantis Princess]에 수록된 <Milky Way>는 만 13세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보아의 성장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3집 자체가 성숙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던 이전 곡들에 비해 나이에 맞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는데, 이런 기획 하에서 발매된 곡들 역시 건강하고 맑은 소녀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다만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청량감’에 대해서는 곡마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타이틀곡 <아틀란티스 소녀(Atlantis Princess)>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들판 위에서 부르는 느낌이라면 이 곡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 안에서 별을 바라보며 소망을 노래하는 듯하다. 즉, 두 가지의 같으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곡들을 선택해 대중이 ‘청량감’을 더욱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Milky Way>의 경우 타이틀곡보다도 10대를 지나고 있는 보아만이 할 수 있는 밝고 청량한 느낌을 잘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곡의 분위기 자체가 몽환적인 느낌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보니 청자로 하여금 추억을 회상하게끔 만드는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가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화자 자체가 현재의 보아가 아닌 n년 후 과거를 회상하는 보아인 듯한 느낌과 함께 전체적인 가사가 과거의 어렸던 자신에게 전하는 편지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다음 가사를 통해 더욱 선명히 나타난다.


I need you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

나를 놓치지 말아줘

까만 밤 내 안에 펼쳐진 세계로

꿈은 반짝이고 있어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화자는 ‘미래의 보아’라고 한다면, 놓치지 말아달라고 하는 ‘나’는 곧 보아 자신이 꿈꾸고 있는 이상향 내지 자아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곧이어 등장하는 ‘까만 밤’ 이후의 가사의 화자를 ‘현재의 보아’라고 가정한다면 앞의 메시지에 화답하는 동시에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서 <LISTEN TO MY HEART> 이전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지 못했던 보아의 과거 활동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결국 크나큰 성공을 이뤄낸 그녀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것 같아 뭉클해진다. 필자의 해석이 Kenzie의 작사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같은 앨범에 수록된 <Time To Begin> 역시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l 동방신기, <One>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Kenzie표 발라드


필자는 이 곡 때문에 동방신기를 좋아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One>에 갖는 애착이 남다르다. 2005년에 발매된 정규 2집 [Rising Sun]의 수록곡으로, 활동 후반기에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2집 자체가 발라드 계열 곡이 많았기에 전체적으로 1집에 비해 ‘성장한 실력’을 보여주는 콘셉트를 가져가고자 했음을 보여주는데, 당시 발라드 그룹들이 선보였던 곡들과 비슷하기에 좀 더 대중적이었던 <바보(Unforgettable)>에 비해 이 곡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조로 잘 흘러가던 곡이 후렴에서 장조로 조를 바꾸고, 다시 단조로 돌아가며 화성을 수직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벌스(verse) 사이를 잇는 부분에는 기타 대신 피아노를 사용한 것이 특징인데, Kenzie의 발라드에는 이처럼 피아노를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점에 사용하는 양상이 이후에도 계속 등장한다. 가장 최근의 작업물 중 하나인 NCT 127의 <백야(White Night)>는 피아노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는데, 이전에 발매된 <사계>는 기타가 곡 진행을 이끌어 간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발라드라는 장르 내에서도 다양한 악기의 사용으로 ‘이별’이라는 사건을 각자 다른 정서로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One>은 전조를 활용해 벌스와 벌스 사이의 후렴구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는 특징과 마지막 후렴으로 들어가기 직전 브릿지에서 보컬들의 고음을 교차해 조성하는 극적인 분위기를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후자는 EXO의 <For Life>에서 나타난 브릿지를 보컬 3명이 주고 받는 형식이나, NCT 127의 <백야>에서 보컬 한 명이 브릿지의 고조-절정 부분을 단독으로 표현하는 방식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비해 전자는 Kenzie가 작곡한 다른 발라드 곡들과 비교했을 때 전조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후렴마다 감정을 터뜨려내면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보컬을 활용해 ‘몰아치는 듯한’ 느낌을 조성하며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가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동방신기가 밀고 있던 ‘아카펠라 댄스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다층적으로 화음을 쌓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이러한 구조적 구성은 다음 곡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l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 - 정교한 K-POP의 시작


명실상부한 Kenzie의 대표곡 <다시 만난 세계>는 원래 2003년 발매 예정이었던 밀크의 2집 타이틀로 내정된 곡이었다. 베이퍼웨어가 된 밀크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후배 그룹의 데뷔에 사용한 것은 그만큼 곡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매 시기의 연기로 인해 2007년 당시 가요계에 주를 이뤘던 ‘훅(hook)’의 강조와는 거리가 먼, 다소 이질적인 곡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곡은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청자가 듣고 있어도 ‘끝에서 터뜨린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1절과 2절의 진행을 쌓아 올려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다시 한 번 사용해 마무리를 짓고 있다. 글로 치자면 기승전결이 확실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공법적인 방식이 당시 주류를 이뤘던 후크송과는 괴리가 있지만 지금까지 이 곡이 기억되고 불리고 있는 데엔 클래식한 진행이 주는 안정감 역시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만난 세계>는 구조적으로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 있는데, 이는 현대적인 개념의 K-POP에서는 초창기에 시도된 구조적 작곡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같은 해에 발매된 천상지희 The Grace의 <한번 더, OK?>와 함께 화성학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Kenzie의 작업물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컬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 풀을 활용해 한 곡 내에서 여러 겹으로 화음을 쌓는 것이 <다시 만난 세계>의 특징인데, 실력 있는 보컬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후렴의 코러스와 브릿지 연결에서 메인보컬이 구조를 탄탄하게 잡아주면서, 여러 명의 보컬들이 솔로 파트를 나눠 부르며 밸런스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격한 움직임이 특히나 많은 이 곡의 퍼포먼스를 감안한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보컬과 댄스 모두 균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From The New World)> 4악장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인데, 1절과 2절의 도입부가 리듬 등에 변주를 주었을 뿐 음계는 같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다시 만난 세계>의 영어 제목과도 유사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두 곡 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해 흥미로운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애니메이션 OP를 연상한다는 반응 역시 많은 편인데, Kenzie가 이 곡을 처음 작업했을 시기의 곡들이 주로 ‘벅차오름’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해 기타 리프를 사용한 것들이 많았던 것 역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l f(x), <La chA TA> - 주체성을 가진 화자가 전면에 등장하다


2009년의 유영진에게 <Ring Ding Dong>이 있었다면 Kenzie에게는 <La chA TA>(이하 <라차타>)가 있었다. 연초 소녀시대가 <Gee>로 대한민국 전역을 휩쓴 상태였기에 뒤를 이어 데뷔할 걸그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처음 f(x)가 이 곡을 들고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 ‘귀에 감긴다’와 ‘안 감긴다’로 극명하게 나뉠 만큼 호불호가 강했다. 지금이야 NCT를 중심으로 SM에서도 힙합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기본 베이스를 힙합에 두는 곡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다시 만난 세계>가 발매된 시기처럼 이 당시만 해도 중독적인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후크송이 대세이던 시대였다. 앞서 언급한 <Gee>와 <Ring Ding Dong> 역시 제목을 후렴구에서 반복적으로 부르는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곡들은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힐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히트곡에는 훅(hook)을 사용하는 부분이 들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f(x)의 첫 발걸음은 어쩌면 도박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 보장된 성공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다소 충격으로 다가갈 수도 있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샤이니가 SM의 비주류 노선을 걷고 있긴 했지만, f(x)는 데뷔부터 어쩌면 도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험적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기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화제의 중심에 선 <라차타>는 Kenzie가 f(x)와 작업한 타이틀곡 중 유일하게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당시에는 약간은 생소했던 힙합 그루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Kenzie 특유의 독특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멜로디 자체도 좋지만, 필자가 이 곡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가사라고 생각한다.


f(x)의 곡은 같은 소속사의 다른 그룹들이 그동안 선보였던 곡들과는 달리 주체성을 강조하는 가사들이 주를 이룬다. 타인에 의해, 혹은 타인의 영향을 받아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화자가 아니라 ‘매 순간을 즐기며 선택하는’ 화자가 f(x)가 구사하는 음악에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데뷔곡인 <라차타>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잘날 필요 없어 있는 그대로

(몇 번 연습만 하면 돼)

옳지 잘해 그래 그렇게 따라와)

이제 진짜 준비완료


첫 줄에서 화자가 지칭하는 대상은 ‘이 공간’ 안에 속한 보통의 사람들로, 화자는 이들이 ‘멋진 숙녀 신사분들’에 기 죽을 필요 없이 우리(=에프엑스)처럼 주체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멋지고 화려한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발음할 수 있는 ‘라차타’를 따라하라는 이들의 이면에는 이토록 간단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화려한 허상에 속아 기계의 부품처럼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세태를 비판하는 듯하다.


이처럼 f(x)의 음악에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화자가 주로 등장하는데, 특히 Kenzie가 작사로 참여한 곡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피노키오(Danger)> ‘너란 미지의 대륙의 발견자 콜럼버스’와 <Red Light>의 ‘변화의 목격자’ 모두 화자뿐만 아니라 화자가 지칭하는 대상, 즉 청자 역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주체성을 가질 것을 전달하고 있다. f(x)가 그동안 주류에서 소비되던 수동적 여성상이 아닌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은 주류에서 보는 시선이기 때문인’ 주체적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가사를 통해 희망을 전달하던 Kenzie의 작법이 결국 희망을 위한 변화는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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