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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일랑

숨차돌: 숨겨진 차세대 아이돌 – 빌리편

“차세대 아이돌” 혹은 “4세대 아이돌”하면 어떤 그룹이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대게 열에 아홉은 “에스파, 스테이씨, 아이브”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숨겨진 보석 같은 차세대 아이돌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신인 아이돌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ex블랙아이드 필승이 직접 프로듀싱한 스테이씨와 같은 경우) 데뷔하자마자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며 빛을 발휘하긴 어렵다. “에스파, 스테이씨, 아이브”를 제외하고도 현재 데뷔한 아이돌 중 충분히 주목받아야 마땅할 그룹들이 있다. 하여, “숨차돌” 시리즈에서 2021년 1월 1일 이후 데뷔한 그룹을 분석해보며 그들을 차세대 아이돌로 주목해보고자 한다.


현재 케이팝은 세계관 홍수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아이돌이 필수적으로 세계관을 가지고 데뷔를 하고 있다. 세계관은 그룹의 색을 더 돋보이게 하거나, 팬층을 두텁게 할 수 있는 좋은 요소이다. 그러나, 너무 광범위하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세계관으로 인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레드오션 속으로 과감하고 철저히 뛰어들어 세계관의 고질적인 문제를 깬 그룹이 있다. 바로 “빌리(billlie)”이다.


ⓒMYSTIC STORY ENTERTAINMENT


빌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자아, 우리들의 B-side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해 그룹명을 “빌리(Billlie)”라고 지었다. 시윤, 츠키, 션, 수현, 하람, 문수아, 하루나 총 7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걸스플래닛 999”에 나왔던 김수연이 션으로 팀에 후속 합류했다. 빌리는 걸그룹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였으며, 모든 앨범에 이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있다. 미스틱스토리가 이를 갈고 선보인 첫 번째 걸그룹, 독특하고 탄탄하게 구성된 세계관을 중심으로 빌리만의 매력에 푹 빠져보자.



빌리의 세계관

앞에서도 언급했듯, 빌리의 세계관은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더 정확히는, 어느 한 마을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다루며 사라진 빌리를 중심으로 빌리는 과연 누군지, 어디로 갔는지 등을 추리해나간다. 빌리의 세계관 필름 영상은 “Billlie & Love, Run & Hide, What is your B?”로 지금까지 총 3개가 있다.


ⓒBilllie Youtube


  • 세계관 영상 속 주목할 point 2

① 11에 관한 괴담

빌리의 세계관에서는 숫자 11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11번의 종이 울리고 한낮에 보랏빛 비가 내리면 크고 검은 존재가 나타나 아이들 중 한 명을 세상 저편으로 데려간다”는 괴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11”이 적힌 콩주머니, 멤버들에게 각각 전달된 “11”이 적힌 카드가 이를 보여준다. 또, 빌리의 팀명을 “Bi11lie”라고도 표시하는데, 팀명 속에도 세계관이 나타나 있어 11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11에 관한 괴담처럼, 결국 11월 11일에 크고 검은 존재가 “빌리”를 데려간다.

ⓒBilllie Youtube

② 멤버들의 lie Bi11lie를 자세히 보면 11도 보이지만, lie도 선명히 보인다. 즉, 세계관 속에서 멤버들이 하는 거짓말도 주목해봐야 한다.


ⓒBilllie Youtube

빌리가 사라진 그날, 멤버들은 각자 무언가 알고 있음에도 이를 숨긴다. 세계관 속 멤버들은 빌리와 관련된 일에 대해 물으면 “쉿”, “알고 싶지 않아”와 같이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 하거나, 빌리가 사라진 날 뭘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도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멤버들은 마을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에 대해 즉, 빌리가 사라진 날 무언가를 목격했거나 알고 있음에도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숨긴다. 과연 멤버들이 숨기고자 한 진실은 무엇인지, 왜 lie를 해야 했는지는 앞으로 빌리가 컴백할 때마다 하나둘씩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Billlie Youtube


빌리의 세계관 필름 영상은 동화스러움 속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담아낸 영상미와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세계관의 몰입감을 높인다. 영상을 보다 보면, F(x)의 “Pink Tape” 콘셉트 영상이 떠오른다. “Pink Tape”은 나온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아이돌 콘셉트 영상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빌리의 세계관 영상도 특유의 동화 같지만 기묘한 분위기를 쭉 이어간다면, 오래도록 사랑받는 영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또, 아무래도 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쭉 다루고 있다 보니 더 쉽게 이해하며 볼 수 있다. 세계관을 위해 다른 개념을 공부하거나 어떤 단어를 외울 필요 없이, 넷플릭스 추리물 한 편을 보듯이 흥미로우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이 빌리가 지닌 세계관의 최대 강점이 아닐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 더더욱 말이다.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one_ Ring X Ring

“흔적이 없대, is she dead dead?”




빌리의 데뷔곡 “Ring X Ring”은 빌리만의 세계관을 그대로 담아낸 곡으로, 곡의 도입부터 들리는 사이렌 소리와 빌리에게 말하는 듯한 가사가 특징인 록/메탈 장르의 곡이다. 케이팝 덕후라면 모를 수가 없는 히트곡 메이커 “이민수” 작곡가님과 “김이나”작사가님이 곡에 참여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또, 아이유 <분홍신>, <너랑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 <아브라카타브라>와 같은 명곡들의 뮤직비디오를 탄생시킨 “황수아” 감독님이 빌리 데뷔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하여, 특유의 동화스러움 속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여 빌리만의 색을 견고히 해주었다.


앞으로 빌리가 펼쳐나갈 세계관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까지 세계관을 녹여내고 있다.

먼저 타이틀 곡 “Ring X Ring” 속 가사 “흔적이 없대, is she dead dead?”는 마치 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생사도 확인을 못 하는 상황을 말해준다. 후렴 속 “구해줘 cuz I’m risky”는 빌리가 하는 말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관 영상 속에서도 멤버들이 알 수 없는 환청을 듣는 장면이 나오는 걸로 보아 빌리가 하는 말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넌 거기 그대로 기다려, 널 내가 구하러 나가겠어”는 멤버들이 빌리에게 구하러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it’s alright, 아니 괜찮지 않아, will be fine, 아닌 걸 잘 알잖아”라는 가사는 빌리를 구하러 갈 것인지 아니면 그저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며 가만히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사를 주의해서 듣다 보면, 친구인 빌리를 구하러 가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저절로 펼쳐진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4번째 트랙 <the eleventh day>는 빌리가 사라진 한낮에 보랏빛 비가 내리던 그 날의 기억에 대해 노래한다. “넌 알고 있잖아, 다 봤으니까”,”입을 닫아 secret”은 마을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난 그 당일, 무언가를 목격한 멤버들이 있다는 것과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거짓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이 외에도 모두가 가지고 있는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계관 필름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던 신비로운 사운드의 <everybody’s got a $ECRET>, 빌리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직접 엿듣는 듯한 가사가 특징인 <the rumor> 등 빌리 만의 세계관을 듬뿍 담은 첫 번째 앨범을 통해 “Who is Billlie?”라는 세계관의 단초가 될 질문을 던진다.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snowy night

“하얀 눈이 내리는 밤에, 달에게 닿아 눈을 맞추고파”



빌리의 첫 번째 싱글 앨범은, 바로 전 앨범인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one]과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싱글 앨범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snowy night]는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서의 빌리만의 상상을 그려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1년 12월 14일에 발매된 만큼, 겨울이 주는 몽글몽글함과 따스함 속 위로를 건네주는 곡이다. 똑같은 하루의 반복으로 설렘 가득한 크리스마스마저 평범한 날로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 집 안 한 켠에 있던 스노우글로브 속 상상의 세계로 여행하는 이야기를 빌리만의 감성으로 표현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밤에, 달에게 닿아 눈을 맞추고파”, “두 손에 담긴 Christmas night, 지루했던 밤을 밝혀”와 같은 서정적인 가사는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져 한 편의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뻔하지 않은 멜로디, 자칫 과한 안무를 넣거나 혹은 노래만 불렀으면 심심했을 R&B 장르에 물 흐르듯 이어지는 안무, 무대에 등장하는 귀여운 스노우 맨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다. 매번 똑같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지쳤다면, 빌리의 Snowy night을 한 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 듣는 순간, 스노우볼 속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 _GingaMingaYo

찾아낸 빌리, 나 같기도 해



앞에서 나왔던 앨범들을 기반으로, 빌리는 “현실”에서의 세계와 “꿈과 무의식” 속의 세계를 함께 다루는 빌리만의 멀티 세계관을 구축했다. 빌리의 두 번째 미니 앨범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는 현실에 맞닿아있으면서 동시에 미스터리함과 판타지함이 공존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이틀 곡 “GingaMingaYo”는 제목처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에 대해 긴가민가한 상황을 그린다. “찾아낸 빌리 나 같기도 해”, “이 거울 속 빌리는 누군데?”와 같은 가사는 장자의 “호접지몽”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나라는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즉 꿈과 현실을 구분 짓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고 결국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되는 장자의 이야기처럼, 빌리도 지금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이번 앨범에서도 빌리의 수록곡을 안 볼 수가 없다. 두 번째 트랙 <a sign ~ anonymous>는 누구든지 한 번쯤 겪어본 데자뷰에 대해 그냥 넘기지 않고 누군가 우리에게 보내는 sign인게 아닌지에 대해 얘기하며, 빌리의 멀티 세계관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세 번째 트랙 <overlap (1/1)> 또한 “나와 비슷한 너와 닿는 그곳, 넌 이리로 난 네게로”, “왠지 너의 주소 Eleven, b-side”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의 빌리가 다른 차원의 빌리에게 하는 얘기를 담은 듯한 가사가 특징으로, 세계관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듯한 키워드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또, “너의 공간과 나의 공간을 반으로 접어 맞닿게 되면 우리의 시간은 같아지는 걸까?”라는 곡 소개를 통해 빌리의 멀티 세계관은 “평행세계”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다음 트랙인 <M◐◑N palace>에서는 사라진 빌리를 찾기 위해 빌리가 사라진 그날에 갇힌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영원히 나 여길 맴돈대도 go”, “안개 낀 길을 향해 가보려 해”와 같은 가사를 통해, 빌리의 데뷔곡 <Ring X Ring>에서 빌리를 찾으러 갈지 말지 고민하던 모습은 사라진 채 호기롭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겠다는 다짐이 보이는 곡이다.







빌리의 멤버 츠키의 “GingaMingaYo” 직캠 영상이 조회 수가 폭발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쉴 틈 없이 바뀌는 표정, 박자에 딱딱 맞게 절도있게 춤을 추며 라이브 하는 훌륭한 실력은 기본이고 일명 덕후몰이상으로 많이 불리는 토끼를 닮은 츠키의 비주얼까지. 카메라가 잡히고 있지 않음에도 열심히 무대를 하는 모습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츠키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의 세계관의 미스터리하고 호러틱한 분위기를 표현한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 절도있는 안무 속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 중독성 있는 신나는 멜로디까지. 정말 이번 활동에 빌리가 뜨지 않았으면 이상했을 정도로, 차세대 아이돌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MYSTIC STORY ENTERTAINMENT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며 이미 음악성으로는 인정받은 미스틱스토리 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걸그룹 빌리는,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마이너한 팬층을 쌓고 있다. 온갖 다양한 세계관이 난무하는 현 케이팝 속에서, 빌리가 가진 세계관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독특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세계관을 더 확장하기보다는, 지금 정도로 유지하며 그들이 가진 장점을 지킬 필요가 있다.

요즘 대중들은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좋아해 주고 확실히 그들을 주목해주는 추세다. 현 추세에 맞춰 빌리도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차세대 아이돌로 눈도장을 찍을 좋은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 <GingaMingaYo> 활동을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빌리가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차세대 아이돌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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